리무브 인터뷰, 하루종일 여성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

구독자는 인스타그램이 더 많은데 반응은 뉴스레터가 더 좋았어요

리무브 인터뷰, 하루종일 여성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

Interviewee 권혜영


리무브는 용기를 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건강한 대안 속옷의 필요성을 느낀 민유나 대표가 22살에 자본 없이 창업해 현재 수십억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곳곳의 드럭스토어에도, 서촌의 한 카페에서도, 서울숲이 보이는 요가원에서도 눈에 띕니다. 여자대학교가 주최한 행사나 스몰 브랜드들이 모인 곳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요. 동시에 지속적으로 동명의 뉴스레터 <리무브 레터>를 발행합니다. 리무브의 팬이었다가 마케팅팀 직원이 된 ‘성덕’ 권혜영 팀장에게 의류 쇼핑몰과 뉴스레터, 팬덤의 상관관계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리무브 레터>를 발행하고 있는 권혜영 마케팅팀 팀장
‘정해진 선택지 말고 다른 거 없나?’

오늘 입으신 제품도 리무브인가요? 색감이 계절에 딱이네요. 반팔티 위에 레이어링 하시니까 느낌이 또 달라요.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알아봐 주셔서 기뻐요. (웃음) 작년에 나왔던 슬리브리스인데 인기가 많아서 세 가지 컬러가 새롭게 출시되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리무브의 회사명은 초이스포우먼이더라고요. 어떤 의미를 담은 이름인가요?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365일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를 사용했어요. 제대로된 선택지가 없었죠. 브라렛, 캡나시, 니플 패치 같은 대안 제품을 보완해 리무브는 스킨브라를 개발했어요. 초이스포우먼이란, 여성들이 더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속옷의 선택지를 만들고자 지은 이름인 것이죠.

여성들에게 다양한 속옷 선택지를 제공하는 초이스포우먼

주어진 선택지에서 고르는 자유가 아니라, 선택지 자체를 만드는 자유네요. 초이스는 그럼 속옷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군요.

그게 시작이지만, 소비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은 의미도 가득하답니다. 

이제는 리무브를  인스타그램, 카카오 채널, 올리브영 등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됐어요. 리무브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주요 포인트들은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첫 시작은 인스타그램 통해서예요. 론칭 때 이슬아 작가님, 박일영 에디터님, 이양희 안무가님의 인터뷰와 화보가 올라왔거든요. 리무브가 어떤 브랜드인지 강렬한 인상을 줬고 지금의 코어 팬들이 생겼어요.

그 다음은 올리브영 입점이 크죠. 1,300개나 되는 매장 어딜가든 스킨브라의 노란 박스를 보게 돼요. 올리브영에서 브래지어의 대안품을 파니까 자연스럽게 유튜버, 메가 인플루언서 분들이 주목하고 홍보도 해주셨어요. 이때 대중 타깃한테 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작년 서촌에서 진행했던리무브 <NO PRESSURE ZONE> 오프라인 팝업이나, 원데이클래스 등 시즈널 한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꾸준히 저희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닿았어요.

서촌에서 진행된 <NO PRESSURE ZONE> 팝업 행사

말씀해 주신 기점들 이후에도 점점 더 성장세가 가파르시죠.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어가는 게 반갑고 기분 좋아요. 리무브의 다양한 채널 중 캠페인이나 메시지를 확산할 때 있어서 뉴스레터를 선택한 이유를 알려주세요. 

저도 많은 뉴스레터를 구독을 하고 있는데요. 뉴스레터를 일단 받으면 아무리 긴 글의 형태도 차분히 읽게 되더라고요. 리무브는 고객들에게 궁금한 내용도 많고 말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도 많거든요. 긴 호흡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고민하다가 떠올리게 되었어요. 

2020년부터 뉴스레터를 보내기 시작하셨죠. 벌써 4년 차인 리무브의 뉴스레터 <리무브 레터>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맞아요. 해마다 챕터 숫자를 바꿔가며 운영하는데, 이제 챕터 4까지 넘어왔어요. <리무브 레터>는 브랜드 초창기 때부터 계속 운영을 하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대표님이, 이후에는 저희팀 디자이너인 영이님이, 또 그 이후에는 저와 마케팅팀이 함께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보성 콘텐츠를 중심으로 만들다가 이제는 고객들의 이야기나 리무브 팀이 일하는 이야기도 넣기 시작했어요. 흥미로운 사실은 독자분들이 리무브 팀의 소식을 가장 궁금해 하신다는 거였어요. 챕터 4부터는 리무브를 만드는 사람과 리무브를 구독하는 시스터 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2023년에는 리무브 시스터즈 인터뷰를 통해 사용자의 목소리로 브랜드의 가치를 전해주시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입사한 후로 만든 첫 브랜드 캠페인이어서 더 기억에 남아요. 브랜드 페르소나를 분석하다 보니까 저만 알고 있기 아쉬울만큼 매력적인 분들이 많았어요. 서포터즈 개념으로 ‘리무브 시스터즈’를 모집했고 이를 계기로 직접 고객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어요. 기존 리무브를 알고 지지하던 분들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이렇게 멋있는 여성들도 좋아한단 말이야?’ 하면서 연대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힘이 됐어요. 

초반엔 온라인 고객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유대감을 쌓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리무브 고객 분들이 너무 감사한 게 DM이나 후기를 되게 정성스럽게 남겨주세요. 활자를 통해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체감하게 되었어요. 구매하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브랜드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거든요.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 그 이상이에요. 오히려 저희가 정말 의지해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여성들이 만드는 브랜드라는 게 잘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스킨브라를 만드는 곳이 리무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성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는 누구나 하잖아요. 

꾸준하게 진심을 보여주면 느껴지나 봐요. 초창기부터 리무브팀이 고민하고 관심 가진 주제기 때문에 꾸준히 지속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어요. 리무브가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에도 메시지를 골몰해 온 게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구독자는 인스타그램이 더 많은데
반응은 뉴스레터가 더 좋았어요.

카카오 플러스친구나 인스타그램도 구독자가 많잖아요. 뉴스레터 독자를 꾸준히 관리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요새 마케팅 트렌드를 보면 짧은 콘텐츠들이 많이 유행하잖아요. 동시에 재밌게 소비하는 분들도 점차 지쳐가는 걸로 보여요. 뉴스레터만이 도달할 수 있는 타깃은 또 따로 있다고 생각을 해요. 앞서 말한 시스터들의 인터뷰도 인스타그램 보다 뉴스레터의 반응이 좋아요. 구독자 수는 인스타그램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요. 팀 내에서 뉴스레터가 리무브에는 ‘핏’한 매체이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우리는 꼭 지켜나가자는 합의가 있어요.

뉴스레터를 통해 브랜드와 고객 그 이상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리무브

뉴스레터 구독자는 어떻게 모으고 계세요? 

사실 광고도 돌려봤는데 광고로는 구독자가 크게 늘지는 않더라고요. 아! 근데 <NO PRESSURE ZONE> 팝업 이후에 구독자가 100명 정도 늘었어요. 뉴스레터 구독 링크를 어디 노출하지도 않았는데, 브랜드를 궁금하게 하게 만드는 기획이 전환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구나 짐작했어요.

리무브 시스터즈 외에도 독자들과 같이 했던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작년부터 조금씩 시작하기 시작했어요. 바로 떠오르는 건 ‘Body Positive Meditation Class’에요. 가만히 눈을 감고 참여하는 명상 수업인데요, 스스로의 몸을 긍정하자는 메시지로 이루어져있어요.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리무브의 가치 중 하나인 ‘내 몸을 사랑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라는 메시지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고객들과 함께 한 자기 몸 긍정 원데이클래스

제품 외 이런 다양한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뉴스레터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고객 인터뷰, 팀 회고, 출장기 등 현재 뉴스레터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으신 거예요?

지금까지 쭉 해왔던 것도, 앞으로의 방향성도 같을 거예요. 저희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요. 고객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 ‘리무브 시스터즈’도 섭외와 편집은 저희가 하지만 주 내용은 고객이잖아요. 브랜드가 고객에게 귀 기울이듯이, 리무브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의 날, 세계 노브라의 날 등 리무브가 특별히 기념하는 날이 있나요?

여성과 관련된 모든 날들은 작게라도 계속 기념을 하려고 해요. 어버이날도 외국에서는 ‘어머니의 날'로 챙기잖아요. 어머니의 날이나 임산부의 날 등, 잊지 않고 일상 속 기념을 하고요. 그중에서 가장 집중하는 건 아무래도 노브라데이예요.

리무브의 브랜드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날이니까요. 노브라가 당연시되는 그 시점을 만들기 위해서 그전까지 활용할 수 있는 대안품을 만드는 곳이니까 취지가 이보다 더 잘 맞을 수 없죠.

시의적절하면서도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비결이 궁금해요. 

비결을 꼽자면 구성원들 자체가 여성에 관심이 되게 많아요. 밥 먹고 맨날 여성 생각만 해요. (웃음) 

스몰 토크 주제도 ‘우리 근데 다음에 여성의 날 때 이거 해보면 어때요?’, ‘다음 달에 임산부의 날이 있는데 뭐 하죠?’라며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분위기에요.

고객의 니즈를 고민하며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데 힘쓰는 권혜영 팀장

많은 브랜드들이 당찬 여성상을 선보이며 동기부여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는데, 리무브는 왜 달라 보일까요?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도 언제부턴가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 된 것 같아요.

맞아요. 가끔은 울고 싶을 때도 있는데 다들 당당하라고 말하죠.

멋있는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게 저희 입장에서 좀 지치더라고요. 여성의 날은 축하하면 되는 날인데 왜 가볍게 넘어가지 못할까, 고민하다가 우리는 본질적으로 축하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반지도 만들고 엽서도 만들었죠. 가볍게 챙길 수 있는 기념일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일을 하다가 지칠 때
가장 힘이 되어주는 존재

오히려 힘을 빼서 차별화가 된 셈이에요. 리무브는 대안을 만드는 쿨한 브랜드지만, 범주로는 쇼핑몰이죠. 쇼핑몰에서 브랜드 팬을 구축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메시지가 명확한 브랜드들이 운영을 할 때, 깊은 얘기를 하다 보면 매출이랑 상충될 수밖에 없어요. 사실 매출에 압박을 받으며 일을 하면 누구나 지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게 팬이에요.

기획에 공감을 해 주시기도 하고 제품을 냈을 때 가장 많은 피드백이나 반응들로 응원을 해주기 때문에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모든 게 순식간에 괜찮은 느낌이 들어요. 리무브처럼 가치가 중요한 브랜드에게는 특히 팬이 조금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가치 중심 커뮤니티에 후원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네, 한국여성민우회, 굿네이버스 등 여성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라면 흔쾌히요! 가장 많이 협찬하는 곳은 여자대학교 행사들이고 작은 브랜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라면 도움이 되고 싶어요. 

팬덤을 가진 쇼핑몰이
뉴스레터를 작성할 때 유념하는 것

팬덤 구축에도 좋지만, 마케팅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이메일 마케팅 기능들도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웰컴 이메일, 카페24 연동 등 리무브팀이 이메일 마케팅을 통해 더 시도해보고 싶으셨던 것도 있나요? 

올해 초에 카페24 연동을 하고 고객들한테 웰컴 이메일을 보내고 있어요. 웰컴 이메일을 통해 이 달의 행사나 신제품도 소개하고 있고요. 요즘 시도하고 싶은 것은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메일 발송인데요. 특정 제품을 구매한 분들에게 구매한 제품이 어떤 고민을 통해 만들어졌고, 어떤 소재를 썼는지 등 히스토리를 알려드리는 거죠. 그럼 더 제품이 각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제품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한 콘텐츠를 구상하는 리무브

리무브가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분석할 때 집중하는 부분이 있나요? 

오픈율이죠. 22년도보다 23년도에 오픈율이 증가했어요! 그렇지만 드라마틱한 추이는 아니어서 오픈율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여러 시도들을 해보고 있어요. 그중 하나는 제목 A/B 테스트인데요. 본문 내용에 집중한 A안과 리무브 팀 이야기에 집중한 B안으로 테스트해보니 팀 소식에 대한 제목에 오픈율이 더 높더라고요.

이런 데이터를 통해 24년도 방향성을 정했고 구독자들이 더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챕터 4가 시작되기 전에 어서 구독해야겠네요. 마지막으로 뉴스레터 시작을 고민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을 나눠주세요.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고객들은 확실히 특별해요. 아무리 긴 글이어도 집중해 주시는 분들이니까요. 소비를 할 때 단순히 제품만 보고 사는 게 아니라 이면의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니즈가 있는 고객들이 모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면 꼭 시도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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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손꼽힌

편집 | 스티비 이산하
메인 이미지 | 스티비 이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