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 적응기
에이전시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스티비 팀으로 옮긴 지, 이제 1년 정도 지났습니다. 제가 속한 스티비는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을 만드는 팀으로, 디자이너나 개발자 없이도 반응형 뉴스레터를 손쉽게 만들고 발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에이전시 디자이너로서 일했다면 지금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모를 혼란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돼서 글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방황하는 에이전시 디자이너
에이전시에서 꽤 오래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포지션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 디자인과 UI 디자인, 그리고 마지막엔 PM까지.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스티비 팀 합류하기 직전까지는 PM으로서 서류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있었는데요, 견적 대응을 하고 클라이언트와 미팅하는 일정이 반복되자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PM으로 계속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것인지.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마침 스티비 팀의 채용 소식을 들었고, 운이 닿아 스티비 팀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 프로덕트 디자이너?
에이전시에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하나의 서비스를 오랫동안 디자인하는 경험은 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끝나다 보니 예상한 대로 클라이언트가 운영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어봤더니…
사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하면 현재 운영 중인 제품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화면을 그리고 디자인하는 일만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행사를 준비하고 필요한 인쇄물을 만드는 일 뿐만 아니라 굿즈를 기획하기도 하고, 그래픽 작업도 간간히 해야 했습니다. 화면을 그리는 일도 물론 하고 있지만,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게 사실입니다.
작년에 작업한 것 중에 가장 재밌게 했던 건 2018 이메일마케팅 리포트 웹페이지입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PM이 아닌 디자이너로서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고, 팀에 디자인 방향을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과정 자체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스티비의 첫 번째 이메일마케팅 세미나에서 의도치 않게 행사 진행을 맡아 보기도 했습니다.
에이전시 디자이너는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일을 한다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제품 전반에 걸친 모든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제품을 개선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보니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뭔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날만 있을 것 같았는데…
스티비 팀에 적응해 가던 중, 고민이 생겼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초기 단계부터 합류한 게 아니다 보니 다른 팀원에 비해 제품의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더 잘 이해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을지가 한동안의 고민이었습니다. 늦게 합류한 만큼 더 빨리 안착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직접 사용자가 되어 보다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을 때, 우연히도 직접 제품의 사용자가 될 기회가 생겼습니다. 해외 디자인 아티클을 번역한 글들은 많은데, 국내 디자이너가 쓴 글을 모아서 받아보는 뉴스레터는 없는 것 같다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스터디를 같이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바로 weekly D 뉴스레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매주 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발견되는 버그나 아이디어는 바로바로 팀에 제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팀원들과 제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고,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한 것들에 대한 개선점도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고맙게도 팀원들이 뉴스레터에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좋은 글도 제보해줘서 아직까지는 꾸준히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된 뒤 느꼈던 혼란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서 직접 써보는 사용자가 되어봄으로써 해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품을 많이 써보면서 알지 못했던 문제들을 자주 발견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애정도 생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스티비에 합류하면서 했던 생각은 “아주아주 티 안 나게 조용히 스며들 것” 이었습니다. 직접 제품의 사용자가 되어보면서 비로소 조금 스며든 것 같아 뿌듯한 마음입니다.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목표한 만큼 더 스며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eekly D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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