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북크루, 당신의 책장을 더욱 풍요롭게

글 한 편 안 읽는다고 죽지는 않지만, 더 잘 살아갈 수 있잖아요.

보낸사람: 북크루, 당신의 책장을 더욱 풍요롭게

“글 한 편 안 읽는다고 죽지는 않지만, 더 잘 살아갈 수 있잖아요.”


Interviewee 김민섭(북크루 대표)


“독자와 작가가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고 싶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낸사람:] 독자님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는 플랫폼 스타트업 ‘북크루’를 운영하는 김민섭입니다. 책을 읽다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쉽고 간편하게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 역할을 ‘북크루’가 수행해내고 싶고, 더불어 작은 문화를 만들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쓰고 만들고 기획하는 일도 같이 하고 있어요.

‘북크루’를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 언제 그리고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궁금해요.

올해가 3년 차에요. 작가가 되면 도서관이나 학교 등 기관에 초청받아 강연할 일이 종종 생겨요. 그런데 그게 하나 둘 쌓이고 점점 많아지면서 제가 1년에 200건 이상의 강연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느낀 점들이 있었어요. 초청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작가에게 연락하는 방법이 굉장히 폐쇄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연락하는 경로가 다 달라요. 인스타그램 DM, 페이스북 메시지 혹은 출판사나 지인을 통해 건너 연락이 오거나 하는 식이었죠.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곧바로 되지 않아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그래서 독자가 작가를 만나고자 할 때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를 고민하게 된 거죠. 왜냐하면 그들도 수많은 독자 중 한 명으로서 제게 연락을 주신 거잖아요. 그리고 작가들 역시 독자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런 만남이 조금 더 많이 수월하게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맞춤형 온라인 작가큐레이션 ‘북크루’

그렇게 일종의 ‘만남의 장’을 꿈꾸며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북크루’예요. 책을 읽다 이 작가가 궁금해지면, 더 나아가 이 작가와 만남을 가지고 싶다면 ‘북크루로 가면 되겠다!’라고 떠올릴 수 있게요.

작가를 위한 에이전시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단순히 독자와 작가를 연결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식이 생기면 알려주고 또 독자들이 작가에게 직접 감상과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커뮤니티 또한 운영하고 계시더라고요.

맞아요, 느슨한 형태의 에이전시를 지향하고 있어요. 현재 약 100여 명의 작가님들이 등록되어 있어요. 유튜버나 웹툰 작가 등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직군에게는 에이전시라는 개념이 익숙하게 잘 적용되는 것 같은데, 작가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거든요. 작가들은… ‘내가 무슨 에이전시에 들어가냐’는 반응이 대다수인 것 같아요. (웃음) 지금은 쉽지 않지만, 근미래에 작가들을 위한 에이전시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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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배묘 셸리, 당신에게 매일 에세이를 배달할 고양이오.”

‘북크루’가 만들고 쓰며 보내는 <에세이 메일링 캣>은 어떤 뉴스레터인가요?

<에세이 메일링 캣>은 독자들에게 작가가 쓴 에세이 한 편을 매일 아침마다 보내드리는 유료 뉴스레터예요. 아침에 보내드리는 이유는, 한 편의 글을 읽고 나머지 하루를 살아갈 힘과 동력을 얻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조금 다정한 글들이 많아요. 시즌제로 운영하고 있고, 시즌1에 7명의 작가님을 모셔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즌제의 주기는 어떻게 되나요?

원래는 3개월이었어요. 매달 마지막 주는 휴재 기간을 가졌고요. 왜냐하면, 매주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쓰는 것이 작가 입장으로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처음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시작하신 작가님들도, 5주 차 즈음이 되면 ‘살려달라’고 하시니까요. (웃음) 그런데도 훌륭하신 분들이라 어떻게든 해내시더라고요. 덕분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고가 늦어진 적이 없어요.

역시 프로군요. 전업작가의 짬이란…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시즌제라는 시스템은 어떤가요?

사실 얼마 전부터 운영 방식을 조금 바꾸긴 했어요. 3주마다 가졌던 1주의 휴재 기간을 없애고, 매일 한 편을 글을 보내드리는 대신 2개월을 시즌 주기로 잡는 방향으로요. 이렇게 바꾼 이유는 한번 유입된 구독자를 유지하기 위함이었어요. 기존의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까지 1주의 공백 기간이 있다 보니까, 그때 이탈하시는 구독자들이 조금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즌제라는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에세이 메일링 캣을 구독하면 매일 매일 좋은 글 한 편을 받아볼 수 있다.’는 가치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시즌제는 유지하되, 휴재 기간 없이 매일매일 발송하고 있죠.

매일매일 작가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볼 수 있는 <에세이 메일링 캣>

섭외도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실 것 같은데요. 끊임없이 누군가를 물색하고 계실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시작한 게 2020년이에요. 그때만 해도 뉴스레터 구독이라는 개념이 지금보다는 조금 많이 생소했죠. 그래서 작가들한테 제안을 하면, 선뜻하겠다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시즌1 라인업을 꾸리는 게 조금 고생스러웠죠. 정말 누구랑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저와 친분이 조금 두터운 정지우 작가가 고민을 털어놓는 거예요. 메일링 서비스를 해보고 싶은데, 혼자 하기에는 조금 민망하다면서요. 그래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하는데, 둘이 하는 것도 좀 민망한 거죠. (웃음) 그래서 작가들을 더 모아보자고 했어요. 매일매일 다른 글을 보내드릴 수 있게요. 각자 친구이자 동료인 작가를 2~3명씩 데려오기로 약속했고, 그렇게 모인 분들이 첫 시즌을 함께 해주셨죠.

섭외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정말 막막할 때, 오은 시인께 전화를 드렸어요. “형, 저 이런 걸 좀 하려는데요.”하고 설명을 하려는데 그냥 그러시더라고요. “민섭아, 할게.” 아직 뭔지도 이야기 안 드렸는데 말이에요. 그러더니 네가 하는 건데 그냥 하면 되지라고 흔쾌히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정말 고마웠죠.

남궁인 작가와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아마 원래라면 남궁인 작가는 이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제안을 드린 그때, 하필 외국에 나가 있었던 거예요. 전화를 드렸더니 잘 안 들린대요. 계속 잘 안 들린다고, 어쨌든 뭘 같이 하자는 거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죠. “알았어. 할 테니까 한국 가서 봐요.” 이러더라고요. 그런데 와서 보더니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다고 했으니 하겠다고 하셨어요.

북크루 대표이자 작가로 <에세이 메일링 캣>을 발행한다.

이렇게 두 작가님을 제가 섭외했고 이은정 작가님, 문보영 작가님, 김혼비 작가님은 정지우 작가가 섭외했어요. 그렇게 첫 번째 시즌을 어마어마한 라인업으로 시작할 수 있었는데요. 이때 한국일보에서 기사를 써주셨어요. “에세이의 어벤저스가 모였다!” 너무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부담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해요. 시즌2는 더 막막했으니까요. 잠이 안 올 정도였죠.

그래서 또 오은 시인께 전화를 드렸어요. 이번에는 ‘같이 하실래요?’가 아니라 ‘너무 힘들어요…’였어요. 누구를 어떻게 섭외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런데 갑자기 “민섭아, 잠깐 기다려 봐. 전화 한 통 하고 올게.” 하시더니 “한대.”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더니, 핫펠트 작가였어요.

내가 마련한 장으로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게 사실 설레기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초조하고 불안할 것도 같은데요.

섭외에 대한 고충이 확실히 있기는 해요. 그런데 제가 작가가 아니라 편집자나 기획자였다면 아마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기획안도 작성해야 하고, 정식으로 연락을 드리고 또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작가 생활을 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 덕분에 조금 더 쉽게 섭외를 진행할 수 있었던 면이 분명히 있었죠. 전화 한 통에 핫펠트가 섭외되었으니… 그런데 그러다 보니, 연고가 없는 작가님들께 연락을 드려야 할 경우에는 조금 난감할 때도 있었어요. 거절도 되게 많이 당하기도 하고요.

제공자와 창작자, 그 둘의 역할을 모두 알고 계셔서 더 괴로우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가로 지내며 느끼는 것은, 고료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고요. 콘텐츠 사업을 하며 느끼는 것은, 시장 자체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에요. 생활필수품이 아니잖아요. 밥은 굶으면 배고프고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니까, 반드시 사 먹는데 글 한 편 안 읽는다고 사람이 죽진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뭘 해도 적자가 나기 쉽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만둬야 할까요? 그러기엔 저는 이 일이 정말 재밌거든요. 글 쓰는 일도 그렇고요. 그런데 돈 생각하면 참 마음이 어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조금 더 해보고 싶어요.

뉴스레터의 전반적인 운영은 혼자서 담당하고 계시나요?

네, 그래서 제가 잠깐 정신줄을 놓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 엄청나게 쌓이게 된답니다. 사과할 일도 많이 생기고요. 혼자 할 때가 가끔 벅차기는 한데,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해보려 하고 있어요.

원래 작가셨잖아요.

그렇죠.

‘북크루’와 뉴스레터 등의 일을 병행하시면서,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으셨을 것 같거든요. 이에 대한 아쉬움이나, 자아가 충돌하는 순간은 없으신가요?

제가 직장인들 대상으로 글쓰기 강연을 했던 적이 었어요. 그때 강연의 주제가 <글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없다>였거든요. 그런데 ‘북크루’ 일을 하며 그 강연 들었던 분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글 쓰는 시간,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글과 병행하며 해왔던 일들을 글 쓰기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삶을 들어보고 체험할 수 있었죠. 그저 제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하기만 하면 충분했으니까요. 그런데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니까 의무도 책임도 많아져서 늘 조금씩 짓눌려 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2–3년 동안은 거의 글을 쓰지 않고 지내고 있기는 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네이버에서 저희 뉴스레터 전용 채널을 개설해서,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로 전개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제 개인 채널도 하나 만들었거든요. 제가 쓴 에세이도 일주일에 한두 편씩 올려보려고요. 쓰는 사람으로서 계속 살아가고자 해서 만든 작은 시도랄까요.

<에세이 메일링 캣>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 중에 하나가, 아이덴티티가 고양이라는 점이었어요. 매일 독자들에게 글을 가져다주는 ‘셸리’는 어떤 이야기를 가진 고양이인가요?

<에세이 메일링 캣>이 한 편씩 모이고 쌓여서, 저마다의 작은 책장이 될 거라고 상상했어요. 그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책장 위의 고양이’였어요. 고양이들은 높은 곳을 좋아하잖아요. 그러면서도 책장의 책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유유히 걸어 다니고요. 책 읽기를 너무 좋아하는 고양이 셸리가, 자기가 사랑하는 친구 작가들을 찾아다니면서 글을 내놓으라고 귀엽게 종용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받아낸(!) 글을 가지고 독자에게 배달하는 거죠. ‘글 집배묘’ 셸리라고 해야 할까요.

매일 아침, 에세이를 샛별 배송하는 글 집배묘 셸리

그리고 고양이가 가진 친숙한 이미지가, 글에 대한 장벽이나 낯섦을 조금 허물어줄 것이라고도 생각했어요. 때때로 날카로운 피드백이 오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 셸리가 답장을 보내면 조금 순화되고 중화되는 느낌이 실제로 드는 것 같아요. 고양이가 화자인 덕분에 뉴스레터를 전개할 때도 도움이 많이 돼요. 조금 더 망설임 없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거든요.

글 자체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을 텐데, 그것 역시 자연스럽게 허물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그리고 글 말미에 짧은 글을 덧붙이기로 했는데, 이걸 사람이 쓴다고 하면 일종의 비평이 되는 거잖아요. 그게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셸리가 셸리만의 말투로 감상을 남기니까 재미있는 장치가 되더라고요. 글에 대한 평가라는 인상이 조금 옅어지고요.

말투가 정말 독특하던데요. “독자, 오늘 글은 어떠셨소?”

내부에서 조금 갈등이 있기도 했어요. ‘-하오’체를 쓰는 게, 독자를 조금 무시하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셸리라는 캐릭터를 처음 기획했던 분이 이건 밀고 나가야 한다라고 확신하셨어요. 근데 실제로 한 두세 번 정도 항의가 오기도 했어요. 왜 이렇게 말을 하오, 하오…

그 문체를 한 번 바꿔보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는데요, 그러다가 한 2주 만에 다시 돌아왔어요. 저희가 읽어 봐도 그동안의 정체성과는 너무 달라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 셸리 담당자가… 너무 재미없어하더라고요. 거의 파업하려는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다시 하던 대로 하기로 했죠. (웃음)

셸리의 정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셸리는 정말 똑똑한 고양이예요. 아는 것도 많고, 흥미도 다양해서 모르는 게 없어요. 저를 만나는 출판 관계자들이 도대체 셸리가 누구냐, 왜 이렇게 아는 게 많냐는 식으로 정체를 밝히라고 종용하기도 했어요. 셸리를 처음 기획한 담당자 덕분에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지금의 독특한 셸리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한 사람이 셸리를 담당하는 게, 여러모로 리스크가 있어서 어떻게 하면 계속 셸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모두가 운영할 수 있을지가 고민인데요, 시즌 9부터는 조금 다르게 해 보려고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로컬스티치 약수 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민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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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멈추지 마세요.”

만드는 일이 고될 때도 있지만, 환희에 가까운 순간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난 뒤로 느끼신 일상의 변화가 있을까요?

저는 그동안 작가로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었잖아요. 쓰기만 하면 됐었어요. 그런데 <에세이 메일링 캣>은 제가 쓰는 게 아니라, 기획을 하고 운영하고 발행하는 매체이다 보니 독자의 반응을 제가 몸소 체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어요.

언젠가 첫 번째 시즌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는데요. 한 구독자께 피드백이 왔어요. 아침마다 <에세이 매일링 캣>을 읽고 출근하고 있는데 당신의 삶이 많이 변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전엔 할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요. 그런데 그 글은 제가 쓴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제가 만들어놓은 어떤 장 안에서 누군가가 쓰고, 누군가가 읽고, 이를 통해 삶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순간이 정말 귀했어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판매하는 일. 그동안 저는 뒤에서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내가 직접 판매하는 사람이 되어보니, 이런 기쁨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 계기였죠.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서 누군가에게 팔았고, 그것으로 인해 한 사람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았다는 사실과 그 증거를 마주했다는 게 너무 기뻤어요. 그때 알게 된 것 같아요. 파는 사람이 된다라는 것도 어떤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일이거든요.

기획이 뚜렷하게 들어가는 콘텐츠를 보면 항상 감탄스러워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신 게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고 느껴지는데요. 시즌별로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이나 기준이 있을까요? 필진을 어떻게 구성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일단 기본 기조는 ‘좋은 에세이를 보낸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섭외의 가장 첫 번째 기준은 에세이를 잘 쓰시는 분들을 섭외하자는 것이고요. 그런데 시즌마다 주제를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획적인 면이 추가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독자들이 어떤 사람의 에세이를 가장 궁금해할까 고민하다가 시인들이 생각났어요. 그들은 시를 쓰니까요. 그런데 제가 아는 시인들은 에세이도 참 잘 쓰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시인들의 에세이로 채운 시즌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때로는 계절 같은 일상적인 요소가 주제가 되기도 하고요. 때마다 어울리는 작가님들을 섭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인들이 보내는 에세이를 주제로 기획한 ‘시즌 5’

시인들과 함께 했던 시즌이 무척 기억에 남기는 해요. 제가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일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뭐랄까요, 다들 참… 해맑고 순수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너무너무 놀라기도 했어요. 정말 재밌고 좋은 에세이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중 김선오 시인이 쓴 에세이는 제 인생의 글이 되어버렸고요. 실제로 ‘역대급 시즌’이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고요.

‘북크루’와 뉴스레터 <에세이 메일링 캣>으로 그려보는 미래의 모습이 있을까요?

저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할 때 돈을 생각하고 시작한 적은 거의 없어요. 저는 문화를 보고 시작해요. 그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북크루’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똑같아요. 돈이 되겠다가 아니라, 문화가 되겠다, 이런 문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요. 큰 흐름을 바꾸거나 거창한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했을 때, 이곳의 문화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작가들은 대부분 책으로 그들의 글을 선보이잖아요. 그런데 책을 쓰기 위해서는 보통 정말 짧아야 6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해요. 그러면 독자는 기다려야 하죠. 작가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편집자와 제작자와 발행인도 기다리는 사람이기는 마찬가지이죠. 그런데 뉴스레터를 통해서라면, 여러 편의 글들이 책으로 묶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오늘 쓴 글을 바로 받아볼 수 있는 거잖아요. 물론 나중에 책으로 묶여서 더 큰 범위의 대중에게 다가갈 수도 있겠지만, 작가를 정말로 사랑하는 독자들이 콘텐츠를 구매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꾸준히 하다 보면 이런 문화가 확대되는 데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독자들이 콘텐츠를 구매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말씀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생각해보면 독자로서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매우 한정적이잖아요.

맞아요. 궁극적으로 꿈꾸는 그림은 이것이에요. ‘북크루’에 등록된 작가들이 수백 명이 되고, 그 수백 개의 이름 옆에 구독 버튼이 있는 거죠. 작가 앞으로 100명의 구독자가 모이면, 그는 약속을 하는 거예요. 일주일에 두 번씩 글을 보내주겠다고요. 그래서 셸리가 큐레이션 한 글을 받아보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원하는 작가들의 글을 선택해서 받아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연결된다면 서로에게 오는 이점도 더욱 크고요. 독자는 유료 구독을 함으로써 작가의 최신 글을 바로 받아볼 수 있고, 작가는 글이 책으로 묶이기 전에 독자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고요. 정식 출간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정말 궁극적으로, 이상적으로 그리는 목표와 모습은 이런 것이에요.

언제든 메일함에서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에세이 메일링 캣>

그리고 다른 플랫폼과는 다르게 서비스의 종료 유무와 상관없이 메일은 ‘소장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으니까요. 여러모로 시도해보고 싶은 목표예요. 그런데 아직은 여러모로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부족한 점도 많고요. 열심히 해 봐야죠.

스티비 유료 구독 기능을 사용 중이신 걸로 알아요. 직접 써보니 어떠세요? 많은 일들이 줄어들거나 간편화 되었을 것 같아요.

<에세이 메일링 캣>은 처음부터 유료로 운영되는 뉴스레터였어요. 그러다 보니 느낀 아쉬움이 독자가 감당해야 하는 결제의 번거로움이었는데요. 매달 새롭게 결제를 해야 하다 보니까, 구독 유지에 어려움이 컸어요. 그런데 스티비에서 자동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주셔서 걱정을 덜었습니다. 그냥 살다 보면 바쁘잖아요. 아무리 좋아도 잊을 수 있기 마련인데, 자동으로 매월 결제가 되다 보니 편의성과 지속성 모두 확보가 되었어요. 굉장히 만족하면서 감사히 쓰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랍니다.

저 역시 스티비를 활용해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섬세하고 다양한 기능들이 많아서 정말 편하더라고요. 첫 시즌부터 스티비를 사용하셨었나요?

처음에는 회사 내부에서 쓰고 있던 메일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것으로 준비를 했었어요. 그런데 첫 시즌 준비할 때,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작가님들도 정말 열과 성을 다해주셨고요. 첫 발송일에는 모두 뜬 눈으로 아침을 보내고 있었죠. 왜냐하면 발송 시각이 새벽 6시였거든요. 그런데 그날 6시가 됐는데, 메일이 안 오는 거예요.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안 왔어요. 알고 보니 보내야 하는 메일이 수백 개가 되다 보니까 메일이 다 전송되는 데까지 2시간이 걸린다는 거예요. 그때는 스티비가 아닌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저희가 보내는 메일이 아주 큰 확률로 스팸으로 인식되더라고요. 한 번에 대량으로 발송해서 그런가 봐요. 당시 항의 메일이 정말 많이 왔었어요. 독자님들은 메일이 자꾸 안 온다고 생각하셨으니까요. 일일이 응답해드리고, 안내해드리느라 일주일 동안 그 일만 했던 기억이 나요.

스티비를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그런 일이 전혀 없어서 정말 좋아요. 안정적으로 수 초 안에 정말 많은 양의 메일이 발송되더라고요. 그래서 이후로는 스티비만 사용하고 있어요.

앞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해보려 시도하는 창작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노하우가 있을까요?

뭔가를 처음 시작하려고 할 때, 물론 두렵기도 하겠지만 많이 설레잖아요. 잘 될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콘텐츠 사업은 잘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곧바로 성공 가도에 오르기가 어렵다는 뜻이에요. 정말 친한 친구들조차도 구독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아무도 안 해줄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래도, 정말 꾸준히 하다 보면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겨요.

그러니 잘 될 거라는 기대와 설렘도 좋지만, 잘 안 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말 것. 그리고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 독자가 생기고 그들은 내가 무엇을 해도 기꺼이 박수 쳐줄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을 하나 둘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들을 정말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면서요. 그러면 언젠가,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아하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조금 더 해보고 싶어요.” — [보낸사람:]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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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며

‘일의 기쁨과 슬픔’. 참 정직한 말이다. 다소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왜냐하면 이것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모두의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쓰는 일이든, 만드는 일이든, 그들을 모아 다시 엮는 일이든, 아마 저마다의 슬픔과 기쁨이 선명하고 분명하게 자리할 것이다.

고충을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저마다의 그것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에게만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충을 말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고충을 이겨내는 순간을 만끽하는 감각도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이 인터뷰를 지나오며 생각했다. 이것은 금방이라도 다 그만두고 달려 나갈 것처럼 말하면서, 정말로 구체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그를 보며 더욱 분명해진 사실이다.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것만큼 이상의 힘을 보태줄 무언가를 위해 누군가는 매일 투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우리들의 책장 위를 유유히 걸으며 풍경을 내려다보는 고양이 한 마리. 그와 함께 울고 웃으며 풍요로워지는 조금의 매일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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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로컬스티치 약수 지점
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박참새, 스티비 마케팅 팀(룰)

편집 | 스티비 마케팅 매니저 룰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