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초고, 오프라인 공간을 넘어 다시 교류하다

손님이 구독자로, 구독자가 손님으로 연결되는 기분

보낸사람: 초고, 오프라인 공간을 넘어 다시 교류하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그리워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만나지 못하고 있는 친구, 가보고 싶어 적어둔 여행지, 내 집처럼 드나들던 카페도 이제 단골이라 말하기엔 너무 오래전 일 같아요. 좋아하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습니다. 코로나의 타격으로 하나, 둘 영업을 종료하는 가게들을 보고 있으면 막상 코로나가 끝나도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Bar), 언제나 서점인 문학살롱 ‘초고’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발생된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그리고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죠. 구독료는 1만 원. 낭만적인 살롱의 운영기와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독하고 매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초고의 순한맛과 매운맛,뉴스레터 <초순매>. 2020년 9월에 시작해 벌써 ‘시즌 3’을 맞이했다는데요, 스티비의 ‘보낸사람’에서 만나보았습니다.

Interviewee 김연지| 문학살롱 ‘초고’ 운영자&에세이스트


“좋은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초고를 운영하는 김연지라고 합니다. 서점인과 바텐더, 에세이스트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인데요, 오늘은 서점인과 에세이스트의 자아를 버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초고는 합정동에 위치한 서점이자 바(Bar)로, 읽고 쓰는 사람들이 교류하는 살롱을 지향하는 공간이고요, <초순매>는 초고에서 일어나는 순하고 매운 일화들을 에세이로 발송하는 유료 뉴스레터예요. ‘영혼까지 끌어모아 월세 낸다’를 캐치프라이즈로 내걸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뉴스레터 <초순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금 오픈하고 운영하고 계신 ‘문학살롱 초고(이하 초고)’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누고 싶어요.

네. 이제 오픈한 지 2년 됐어요. 창업부터 공간 관리까지 전부 처음이라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지금은 멋모르고 시작한 게 여러모로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에 칵테일 바, 서점 등 여러 곳에서 알바를 오래 했는데, 모두 장사가 잘 되는 곳이었기에 현실을 모르고 덤빈 것 같아요. (웃음)

초고는 ‘북카페’이면서 동시에 술을 함께 파는 ‘바(Bar)’이기도 하잖아요. 복합적인 문학 공간으로 느껴지네요.

연희동 ‘책바’라는 곳을 좋아해요. 독서나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죠. 책과 술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초고’는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느낌이 더 강한 곳이에요. 문학살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학과 술을 매개로 사람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작품들이 이곳에서 많이 생성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지금도 문학과 관련된 여러 이색적인 시도들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살롱’이라는 이름 때문에 네트워킹이 더욱 강조되는 기분이에요.

‘초고’를 운영하면서 가장 살롱스럽다고 느껴졌던 순간이 있어요. 제가 시집을 좋아해서 시집 제목으로 칵테일 이름을 짓기도 하는데요. 가끔 그 시집을 쓴 시인 분들이 방문하실 때가 있어요. 이소호 시인께서도 <캣콜링>을 드시러 자주 오시고 지난겨울에는 한연희 시인께서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을 마시고 ‘폭설주’라는 별명을 지어주시기도 했어요.

한연희 시인 <폭설이었다 그다음은> 시집과<폭설주>

재밌고 또 굉장히 낭만적인 일화네요. 그런데 이렇게 낭만적인 풍경 뒤에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도 있죠. 뉴스레터를 시작하신 계기도 월세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네. 사실 코로나19의 타격을 심하게 받았거든요. 월세도 내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이미 초고는 책도, 술도 팔고 있는데, 뭘 더 팔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뉴스레터를 떠올렸죠. 초고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라면,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보는 데도 관심을 보이실 것 같았거든요. 뉴스레터를 홍보할 때, 월세 이야기를 해서인지, 지지와 응원 개념으로 구독을 많이 해주시고 있어요.

초고의 순한맛과 매운맛 <초순매>라는 뉴스레터죠. 메뉴판처럼 순한맛과 매운맛이 나뉜 것도 재밌고, 구독료는 1만 원이지만 리워드로 아메리카노를 주며 공간에 방문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식도 흥미로웠어요.

박나래 씨가 나오는 ‘나혼자 산다’ 유튜브 프로그램을 참고했어요. ‘마라맛’에서는 ‘순한맛’과는 달리 불건전하고, 야하고, 수위가 센 발언을 많이 하더라고요.

서점 혹은 초고 하면 낭만적인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런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게 이 공간이 지닌 모습의 다는 아니에요. 그래서 르포로 현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현실은 정말이지 웃프거든요. 이미 지난 일이기에 웃기고 슬프게 되었지만, 경험하는 그 순간만큼은 아찔했던 블랙코미디 같은 해프닝, 일화들을 매운맛에서, 반면 독립영화 재질의 따뜻하고 힘나는 에피소드는 순한맛에서 전달하기로 했어요.

아메리카노 리워드는 사실 구독료 만 원에 가성비를 더하려는 의도였는데요, “저… 초순매…”라고 말하시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초순매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들을 만나는 매개체가 되어주었어요.

좋은 시도네요. 유료 뉴스레터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어요?

요즘은 많은 작가 분들이 유료 뉴스레터, 메일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유료 뉴스레터라는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는 이슬아 작가로부터 얻었지만, 사실 <초순매> 이전에도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해본 경험이 있었어요.

<어떤 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포함해 총 여섯 명의 에세이스트가 (김신지, 김달님, 이미화, 정지혜, 홍갈) 요일을 정해서 매일 다른 주제로 각자 글을 발송하는 거였죠. 저는 화요일에 시집을 소개했고요. 그때 뉴스레터를 경험하면서 나중에는 스핀 오프 개념으로 독립해보자라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는데, 그게 <초순매>가 되었네요.

‘어떤 요일’ 뉴스레터에서 발행한 <화요일의 시집>

실제로 월세에 도움이 됐나요?

네. 덕분에 한 달 치 월세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물론 정말 통장을 스치고 바로 월세로 빠져나간 것이라 실감은 나지 않았지만요. ‘아, 잘 버텼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종종 ‘이게 과연 버티는 거라고 할 수 있나?’ 싶기도 해요. (웃음) 그래도 <초순매>를 보내지 않았다면 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텐데, 그러진 않아서 다행이에요. 대출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거든요.

초고가 있는 합정동은 임대료가 많이 비싼 편이죠?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임대료가 더 오르진 않을지 걱정이 많을 것 같아요.

합정이 임대료가 비싸긴 해요. 그렇지만 문화의 요지라는 생각에 쉽게 떠날 수는 없어요. 한 번은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분이 현진건 소설가 손녀 분이시거든요. 제가 엄청나게 설득했어요. 이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귀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요. 겨우 설득해서 버틸 수 있었죠.

아이고, 그러셨군요. 메뉴판에 현진건 특집 메뉴를?

뽀얀 색 칵테일로 시도를 해볼까요? 이름은 설렁탕, 왜 먹지를 못하니… (웃음)

하하하. 그나저나 매력적인 공간에는 고민할게 많네요.

코로나 전이나 후나, 실질적인 어려움은 늘 있었던 것 같아요. 문학살롱 초고라는 공간의 특성상 회전율이 빠르진 않거든요. 다들 오셔서 책도 읽고, 음료도 마시고 작업도 하는 등 차분하게 오랜 시간을 보내고 가는 공간이니까요.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회전율을 빠르게 하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책이나 음료를 판매해서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진 않았어요.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초고만의 특유의 느낌을 잘 간직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유료 뉴스레터처럼, 아예 새로운 방향으로 돈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해보게 된 것 같고요.

읽고 쓰는 사람들이 교류하는 <문학살롱 초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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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구독자로, 구독자가 손님으로 연결되는 기분”

초고가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뉴스레터 <초순매>에서도 매우 중요해 보여요. 저자와 독자 간의 연결은 상상을 바탕으로 하는 건데, 여기서는 문학살롱 <초고>에서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으니까요.

<초순매> 구독자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을 상상하면서 작가와 직접 연결된다고 느낄 것 같아요.

오, 정말 그렇겠네요. 사람을 만날 때도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는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저는 초고가 유기체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처음에는 운영자의 색깔이 분명히 개입되었지만 끝까지 유지되는 게 아니라 점점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색이 묻어나면서 점점 바뀌는 게 보여요. 제 취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초고만의 문학적인 싹이 생겨났고, 오시는 분들도 모두 그 점에 공감을 해주신다는 점에서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공간 운영자인 ‘나’를 의도적으로 안 드러내려고 했어요. 저 자신이 드러나는 순간 공간 자체의 매력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뉴스레터를 통해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공간을 대하고 있는지 무엇을 꿈꾸고 희망하는지 말을 하다 보니까 손님들, 독자 분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정말로 편지를 전달하는 기분이에요.

책방은 운영자의 색이 드러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죠. 책을 어떻게 배치했는지, 어떤 책을 두었는지 만으로도 공간의 정체성이나 취향이 보이기도 하니까요.

맞아요. 솔직히 여기서 책을 사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초고가 지금까지 잘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서 민폐를 끼치거나 추태를 부리는 분들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보시다시피 저희는 들어서는 입구부터 책을 배치해두는데, 입구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은근히 알려주거든요.

페미니즘, 비거니즘, 퀴어를 주제로 한 책들을 부적처럼 비치해둬요. 이 공간에서는 어떤 혐오발언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경고문이랄까요. 꼭 신간이 아니더라도요. 술을 파는 곳이라 술집인 줄 알고 오셨다가도 책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태도를 바꿔주시기도 해요.

공간의 정체성이나 취향을 전하는 초고 입구의 모습

오시는 분들은 여러모로 안전하다는 느낌, 안정감을 느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이야기를 피드백으로 받을 때, 제일 기뻐요. 사실 문학이란 게, 창작자와 소비자가 가장 많이 겹치는 분야이기도 하잖아요. 책을 만드는 사람이 책을 사고, 문학을 하는 사람이 문학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초고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말하지 않아도 특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초고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좋아하는 작가를 마주치게 되더라도 각자의 시간과 영역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나신 후에는 초고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마냥 이전처럼 느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손님과 독자 사이라거나, 월세를 보태주셨다는 점에서 공동체 구성원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초순매> 구독자 분들은 초고를 꾸준히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강해요. 손님들 중에서는 그저 지나가다가 방문해주신 분들도 많을 텐데,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이곳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라는 느낌이 전해지거든요.

아, 구독자 분들 중에서 초고에 한 번도 방문을 하지 않으셨던 분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적도 있어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방문하고 싶고 그렇기에 일단 힘을 보낸다는 말씀을 구독자 신청 폼을 받기도 했어요. 처음 구독자를 모을 때, 월세 얘기를 해서 더 그런 마음을 보내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다들 슬픈 공감을 해주시는 거죠. (웃음) 아, 오셔서 응원한다며 꽃을 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영혼까지 끌어모아 월세 낸다' 캐치프라이즈로 시작된 <초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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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의 2주년을 기념하며, 가장 익숙하면서도 재미있는 기획 <초순매>”

<초순매>가 벌써 시즌 3이 되었네요.

네. 시즌 1, 2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특별 부록 부분이에요. 시즌1 때는 초고 단골손님들이, 시즌2 때는 서점 지기 분들이 에세이를 한 편씩 보내주셨거든요. 이번에는 초고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한 분은 전직 축구 선수이고, 다른 한 분은 코딩하는 연극배우예요. 초고에는 안팎으로 연결된 ‘FC 탈고’라는 축구팀도 있거든요. (웃음) 매일 일기를 쓰는 친구들이라 그런지, 외부 필진으로 부탁했더니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밝혀줘서 고마웠어요.

이번 시즌 3은 초고의 2주년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어떤 이벤트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아무래도 <초순매>로 하는 기획이 가장 익숙하면서도 재미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진행하게 됐어요.

홍보 포스터도 너무 멋져요. 영화 포스터인 줄 알았어요. 댓글에 이 영화 대체 언제 개봉하느냐는 투정(?)도 있더라고요.

제 친구 중 한 명이 사진작가인데, 또 다른 친구는 디자이너예요. (웃음) 그 둘의 합작으로 완성된 포스터입니다. 저도 정말 멋지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둘이서 제 사진을 맘대로 갖고 놀더니 저런 작품을 완성해주었어요.

영화 포스터 같은 <초순매 3>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뉴스레터네요. 그래도 예전에 발행했던 <어떤 요일>부터 <초순매> 시즌 3까지, 이제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데 익숙해지셨을 것 같아요.

콘텐츠를 전하는 매체가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뉴스레터 등 각 채널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용도와 목적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고요.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영역 같아요.

이전에 발행한 <어떤 요일>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그때도 스티비를 통해 뉴스레터를 발행하셨나요?

뉴스레터 <어떤 요일>은 카톡으로 발송했어요. 카톡의 경우에는 메시지 수신과 오픈이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나요. 이미지로 전달할 경우에는 저장과 공유도 쉽고요. 이메일로 보낼 때 평균 오픈율이 7–80프로라고 한다면, 카톡은 거의 90프로 이상이었어요. 다만, 구독 신청을 받고 카톡을 보낼 수 있도록 등록하고, 한 분씩 발송하는 것까지 모든 업무를 스스로 해야 했던 게 단점이었죠.

하지만, 스티비는 구독자들을 등록하고 이메일을 발송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어 <어떤 요일>을 발행할 때보다 다른 공수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스티비를 이용하면서 이메일로 장소를 옮긴 것이 가장 큰 변화였는데,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는 장점이 큽니다.

유료 뉴스레터이다 보니 정산도 신경 쓰일 것 같아요. 게다가 공동 필진들도 있고요.

만약 정산 폼이 따로 있고 스티비에서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정말 편할 것 같아요. (웃음) 현재는 다 혼자 하고 있어요. 입금을 기다렸다가 이름과 주소록을 대조해가며 일일이 살피며 구독자를 확인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포기한 부분도 없진 않아요. 응원한다고 신청해주셨는데, 돈 안 보내주신 분에게 연락해서 돈 보내라,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앗, 유료 구독 서비스가 9월쯤에 오픈할 예정이에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웃음)

<초순매> 시즌3 까지만 진행하려고 했는데, 더 해야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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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는 지금보다 구독자층을 분명 더 확장될 수 있는 통로”

스티비에서 구독자 관련 통계를 다 확인하시는 편인가요?

네. 많이 오픈한 구독자 Top 5는 언제나 챙겨봅니다. (웃음) 현재는 발송 후 24시간까지만 오픈, 클릭 시간대를 통계로 볼 수 있는 데, 그 이후도 궁금할 때가 있어요. 좀 더 긴 시간 동안 어떤 시간대에 구독자들이 이메일을 가장 많이 확인하는지 알 수 있다면, 발송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독자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주시는 분들도 많죠?

가장 떨리는 순간이 발송을 한 직후예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바로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매우 빠르고 적극적인 피드백이죠. 뉴스레터를 읽었다는 ‘인증’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그런 공유가 적은 날엔 조금 무서워요. ‘이번 글은 별로였나…’ 그런 생각 때문에요. 그래도 의연해지려고 노력은 많이 하고 있어요. ‘오늘은 글렀구나, 다음에 더 잘 써야지!’

에세이라는 장르가 그런 것 같아요. 한 끗 차이로 불필요한 ‘tmi’가 되거나, 다시 한 끗 차이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거나.

흥미로운 건 의외로 쓰고 보면 저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안 든다는 점이에요. 말씀하신 대로 이야기를 쓸 때부터 이미 나보다 남에게 재미있을 이야기, 쓸모 있을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리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집에서 혼자 쓰고 혼자 읽는 일기가 되겠죠. 저는 ‘감정 배설’ 자체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상품이라면 분명 어떤 소용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요. <초순매>를 쓸 때도 그런 점을 유의하며 쓰고 있어요.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초순매>의 일부

이번에 보내주신 개인적인 이야기가 매우 인상 깊었어요. 김초엽 작가의 소설 속 인물과 ‘타투’ 시술을 받은 이야기가 연결된다는 점이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안나’를 연지님 식대로 상상하고 그 얼굴을 몸에 새겼다는 이야기였죠. 이번 원고에서도 <초순매>만의 ‘연결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도 제 일상에 책이 그런 식으로 연결되는 것이 좋아요.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한다기보다는 그 책이 나의 하루 중 어떤 부분과 닮았는지 그런 이야기요. 앗, 안나를 보여드릴까요? (웃음)

우와, 진짜 멋지네요! (웃음) 응원의 마음으로 <초순매>를 신청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한편 김연지 작가 에세이를 읽기 위해 구독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처음엔 제 작품을 많이 만들고 싶었어요. 다른 누구에게 보다 저 자신에게 좋은 작품을요. <초순매>로 그 욕구를 얼마간 다지고는 있어요. 뉴스레터의 바운더리가 정말 넓잖아요. 그중에서도 저는 스스로를 에세이스트로 정체화하면서 한편, 한편 좋은 에세이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래 꿈이 작가였나요?

음, 그건 아니에요. 문학과 관련 없는 학과를 나오기도 했고요. 문학에 대한 특별한 생각도 별로 없었어요. 문단이나 등단과 같은 개념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문학 살롱’이라고 이름을 지어버린 거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 정말 많잖아요. 살롱을 통해 그쪽 친구들이 꾸준히 생기더라고요. 이 공간을 만든 것은 저이지만, 이제는 공간이 저를 끌고 가는 느낌이에요.

<초순매>는 초고라는 오프라인 공간이 뉴스레터로 고객과 더 깊은 관계를 이어가는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인터뷰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실 수 있을까요?

여러 오프라인 공간들이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텐데,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뉴스레터라는 형식을 고려해보면 좋겠어요. 꼭 뉴스레터가 아니더라도, 이모저모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에너지가 있을 거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이 시국 자영업자들 모두 파이팅! 존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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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리| 스티비 객원 에디터 최가은
편집 | 스티비 마케터 이루리(룰)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이미희(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