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ㅎㅇ, 10일에 한 번씩 보내는 나의 콘텐츠로그
“뉴스레터는 달랐어요. 꾸준히 발행하면 새로운 일을 제안받을 기반이 되더라고요.”
콘텐츠와 플랫폼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입맛에 딱 맞는 신작을 빠르게 찾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좋아하는 매체, 장르, 작가 등에 부지런히 관심을 기울이는 겁니다. 물론 콘텐츠를 볼 시간도 없을 때 위시리스트를 모으는데 또 시간을 들이기가 쉽진 않죠.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이 있습니다. 부지런히 내 취향과 비슷한 작품을 보고 큐레이션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는 거죠. 그도 어렵다면 뉴스레터 #ㅎ_ㅇ을 구독하거나요.
2019년 3월부터 꾸준히 발행된 이 뉴스레터는 놀랍게도 개인 제작자 서해인님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습니다. 개인 뉴스레터 제작자분들에게도 좋은 모델이 될 서해인님을 스티비가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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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콘텐츠 보고 듣고 쓰고 모으는 서해인이라고 합니다. 제 이름의 초성을 딴 뉴스레터 #ㅎ_ㅇ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하셨나요?
처음엔 고도로 자기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섬세하게 만족시키고 싶었어요. 물론 그건 처음 잡은 목표일 뿐이고 직접 해보니 구독자층이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그건 각자 콘텐츠를 소비하는 양식과 관심사도 다르다는 거잖아요. 이미 콘텐츠를 잘 소비하고 있고 이것에 굉장히 시간을 많이 쓸 수 있는 사람만 제 콘텐츠로그*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콘텐츠Contents에 기록을 뜻하는 로그log를 합친 말로, 보았던 콘텐츠를 짤막하게 적어 올리는 형식
그만큼 구독자가 #ㅎ_ㅇ을 읽는 이유도 다양하겠네요.
맞아요. 마음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콘텐츠를 봐야 할지 모르는 분도 있고 자기 전에 무언가 하나만 보고 자고 싶은 분도 있고요. 아, 아이를 출산하고 일정 기간 콘텐츠를 보지 못해서 빠르게 예전 감각으로 되돌리고자 본다는 분도 있었어요. 요즘 애들은 뭘 보는지 궁금한데, 이걸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구독한다는 분도 있고요.
‘지난 10일 동안의 콘텐츠로그 — 지난 10일 동안 가장 좋았던 것들 — 다음 10일 동안 기다려지는 것들’ 이렇게 세 가지 코너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파트가 있을까요?
세 개의 코너가 균형을 잃는 순간 의미를 다 하지 못하는 뉴스레터가 되는 것 같아요. 이 중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는 이유예요. 그런데 균형을 맞추려면 많이 봐야 해요. 너무 볼 게 많다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되죠. ‘출판사들은 제발 그만 신간을 내줬으면, 넷플릭스와 왓챠에 신작이 그만 나왔으면!’ 싶고요(웃음).
쌓여가는 콘텐츠가 있고 다가오는 콘텐츠가 있는데 이게 압박이 되거든요. 즐겁기도 하지만요. 이렇게 제가 느끼는 압박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뉴스레터에 담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뉴스레터 #ㅎ_ㅇ’ 처럼, 한 마디로 소개하는 건 못 보았어요. 캐치프레이즈를 따로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을 때의 장점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정해지면 새롭게 구독한 사람들이나, 기존에 보던 사람들이나, 모두 같은 말로 뉴스레터를 정의하게 되니까 그게 좀 아쉽더라고요. 저는 지금이 마음에 들어요. 구독자들이 자신의 시선에서 제 뉴스레터를 정의해 주거든요. 그 점이 오히려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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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_이메일뉴스레터를_선택했을까?
해인님은 뉴스레터 외에도 트위터에 먼저 콘텐츠로그를 올리시더라고요. 왜 주로 사용하는 트위터 외에 이메일 뉴스레터까지 이용하게 되셨나요?
매체마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모양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트위터를 예로 들면, 중계식으로 콘텐츠를 소개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책을 읽는다고 했을 때, 처음엔 표지를 얘기하고, 10페이지 어떤 구절이 좋았다는 이야기도 하다가, 중간쯤에는 ‘너무 힘들다.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해요. 반면, 뉴스레터는 완독했을 때 감상을 풀어내기 좋은 매체죠. 저는 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여러 채널을 병행하고 있는 거고요.
그렇다면 기존 SNS와는 다른 뉴스레터만의 차별점도 느끼셨을 것 같아요.
이메일은 콘텐츠 자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매체예요. 읽을 때 신경 쓰이는 외부요소가 여타의 채널에 비해 적다는 게 구독자 입장에서 굉장히 큰 매력이죠. 누구나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하고, 보고 있는 콘텐츠를 당장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뉴스레터는 그것들을 독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독자가 온전히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차별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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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뉴스레터제작자
뉴스레터를 제작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자 콘텐츠를 소개하는 사람’이 되셨어요. 그로 인해 콘텐츠 소비 방식도 변화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저는 매일매일 뭔가를 보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사람이더라고요. ‘로그’ 포맷이 좋은 건 ‘아무것도 안 본 날’ 마저도 그대로 다 남는다는 거예요. 2019년 3월부터 뉴스레터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2019년에는 아무것도 안 본 날이 이틀이었어요. 가족의 경조사 때문이었죠. 결국 제 성향 자체가 출퇴근 때든 자기 직전에 잠깐이든 뭔가를 보는 사람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게 자연스러운 삶의 패턴이라서요.
물론 2020년이 되면서는 아무것도 못 보는 날이 조금 더 많이 생겼어요. 이 또한 ‘365일 동안 아무것도 안 보는 날을 만들지 말자’ 같은 이상한 다짐에서 출발했지만, ‘아니, 그게 뭐가 중요한데’로 입장을 바꾼 발행인으로서의 변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다행히 “왜 이날은 아무것도 안 봤어요?”라고 하시는 분은 없더라고요(웃음).
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생긴 일의 변화도 있었을까요?
구독자 중에 크고 작은 문화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 계세요. 예를 들어 구독자였던 MBC 라디오 PD분께 ‘밀레니얼의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코너의 패널로 나와달라는 제안 받은 경우가 있었어요. 출판사 편집자분께는 ‘뉴스레터’가 목차 중 일부로 구성되는 책 출간 제안을 받기도 했고요. 이 책은 내년 출간 예정이에요. 뉴스레터를 하지 않았다면 생길 수 없는 기회였죠.
반면 SNS는 좋아서 하지만 일이 들어오는 채널로 인식된 적이 없었어요. 트위터를 10년째 하고 있거든요. 제가 소개하는 콘텐츠가 재미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무도 일거리를 주신 적이 없었죠.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했는데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고요. 그런데 뉴스레터는 달랐어요. 꾸준히 발행하면 새로운 일을 제안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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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비활용법
스티비 외에 다른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해 보신 적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스티비에 바로 정착할 수 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처음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사람에게도 굉장히 편하고 쉬운 서비스를 제공해서 좋았어요. 진입장벽이 없달까요. 너무 편해요.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보면 다들 아실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뉴스레터 서비스를 알아볼 필요 없이 바로 정착할 수 있었고요.
에디터 기능도 여러 가지를 써보려는 마음은 있는데, 기존 템플릿을 거의 유지하고 있어요. 편하고 군더더기 없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물론 완전 초기에는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도 했는데, 그때도 막 어렵거나 번거롭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고요.
뉴스레터 제작자가 활용하면 좋은 기능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기능 중에는 클릭맵보기를 유용하게 보고 있습니다. 콘텐츠로그라서 각 콘텐츠의 하이퍼링크를 많이 가져오다 보니까, 한 줄에 링크가 세 개씩 달릴 때도 있거든요.
클릭맵보기를 이용하면 어떤 비율로 몇 번 클릭했는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요. 그게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물론 그 수치를 토대로 다음 회차에 더 많은 관련 링크를 넣는다든지 하진 않지만, 지금 구독자들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바로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기업 뉴스레터가 아니다 보니, 개인이 뉴스레터 홍보까지 신경 쓰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신규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ㅎ_ㅇ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1호를 발행했을 때 구독자가 100명이었어요. 제 SNS에 뉴스레터를 발행해 보고 싶다는 얘기를 살짝 흘렸던 기간이 한 달 정도였는데, 시작만 하면 홍보를 해주겠다는 트위터의 랜선 친구들이 있었죠. 이쯤 되니 트위터 안 했으면 저는 아무 일도 못 했을 것 같네요(웃음).
그 이후로도 오늘의 뉴스레터를 보내고 난 후에 너무 힘들었다는 류의 글이나, 새로운 코너가 생길 때의 변화를 트위터에 쓰고는 해요. 그럴 때 구독자가 또 생기고요. 진짜 꾸준히 늘고 있거든요. 외부 기고를 할 때도 뉴스레터 구독 링크를 함께 달아두는데요. 그걸 보고 구독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입소문으로 알려지는 경우도 꽤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요소는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세요?
맞아요. 제가 파악하지 못하는 선에서 바이럴이 알음알음 되는 것 같긴 해요.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지의 ‘멋있으면 다 언니’ 인터뷰 시리즈에 대한 감상을
뉴스레터로 발행하면, @kakaocorp.com 계정으로 기존에 구독해오시던 분들의 본문 클릭률이 높아져요. 새로운 계정이 구독자로 추가되기도 하고요. 카카오에 다니는 분들이 구독하시는 거죠. 그 안에서 바이럴이 됐다는 거고요. 제작자분들이 피드백을 열렬히 원하는데 이런 식으로 소개되면 기뻐하는 것 같아요. 저도 기쁜 마음으로 소개를 하고요.
신규 구독자 모집도 중요하지만, 구독 이탈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죠? 구독자들이 뉴스레터를 계속 찾아 읽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10일이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잊을 만할 때 수두룩하게 오잖아요. 거기서 고를 수 있게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자주 와서 크게 압박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요즘 어떤 콘텐츠를 보면 좋을지 살펴보기에도 괜찮은 주기인 것 같습니다.
해인님을 많이 담고 있는 콘텐츠를 수신 거부 당할 땐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맞아요. 수신거부 많이 하죠. 저라는 사람을 많이 담고 있는 콘텐츠이다 보니까, 이걸 해지했다는 것에 상처를 받는다면, 저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문제인 것 같아요. ‘내 취향이 싫은 거야?(정색)’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나랑 안 맞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려고 하죠. 처음에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던 때도 있었는데 그런 생각도 이젠 잘 안 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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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_제작자의_뉴스레터_추천
지금 이런 뉴스레터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싶은 게 있으세요?
이런 뉴스레터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건 없어요.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누군가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좋은 뉴스레터의 소재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단적으로 가장 구독한 뉴스레터 중에 얼마 전 시즌 1을 종료한 <목요일의 부엉이>가 있는데요. 석사연구자들의 연구하는 삶이나 자기가 연구하는 주제, 뉴스레터란 무엇인가, 이런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더라고요. 읽으면서 정말 흥미로웠고, 모든 소재로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작가는 좋은 독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많이 보실 것 같은데, 혹시 애독하는 뉴스레터가 있을까요?
<에그브랙(Egg Break)>뉴스레터를 봅니다. 다섯 권의 신간과 한 권의 구간을 소개해 주는데요. 굉장히 기다리면서 보고 있어요. 저도 신간 목록을 늘 발행인으로서 챙기는데도, 에그브랙의 것과는 겹치지 않는 걸 발견하거든요. ‘개개인의 취향이 이렇게 다르다!’는 걸 그때마다 느껴요.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August)>도 잘 봐요. 항상 궁금했던 콘텐츠 업계에 대한 소식을 깊이 있게 다뤄주거든요. 그러면서도 궁금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참고 읽게 만드는 건 또 아니고요. 딱 진짜 궁금한 포인트를 잘 다룬다는 인상을 받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묻고 싶어요. 누군가 뉴스레터를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하면 어떤 말씀을 해주시는지요.
일단 1호를 보내보라고 얘기해요. 기획을 구체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건 절대로 끝이 없거든요. 대신 디지털 기반이기 때문에 유연하게 그다음 2호와 3호에서 변화를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실행하고 다음 호에서 부족한 점을 개선하면 된다고 말씀을 드리죠. 일단 시작하고 마감의 굴레 속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제작자 해인님이 빌라선샤인에 기고한 글 ‘뉴스레터 보내는 마음’에서 언급한 “어떤 물고기가 잡혀도 상관없으니 그물을 치는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었던 인터뷰였습니다. 아마도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니, 콘텐츠 자체를 보는 걸 즐기기 때문에 개인 제작자로서도 꾸준히 뉴스레터를 발행해 오신 게 아닐까 싶었죠.
무엇보다 인터뷰에 답하면서도 콘텐츠 큐레이션을 해주는 듯해서, ‘뉴스레터 그 자체에 제작자의 성향이 정말 많이 담겨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초성을 따서 지을 만 했다고요. 저 역시도 인터뷰를 하면서 추천받은 콘텐츠와 뉴스레터를 받아 적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 이 인터뷰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면, 앞으로도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시야를 넓히고 싶다면, 뉴스레터 #ㅎ_ㅇ을 구독해 보세요.
👉#ㅎ_ㅇ 구독하고 범람하는 콘텐츠의 바닷속에서 취향 사수하기🌈
인터뷰, 정리| 스티비 객원 에디터 신민주
편집 | 스티비 마케터 고은솔(쏠라)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이미희(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