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없는 이메일 이야기 — 스팸메일 편

매일 지우고 또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스팸성 광고 메일.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알아두면 쓸데없는 이메일 이야기 — 스팸메일 편
‘스팸메일의 아버지’ Gary Thuerk(출처: orbiterproject.org)

최근에 구독한 유익한 뉴스레터를 보기 위해 받은 편지함을 열면, 원하지 않았던 스팸성 광고 메일들이 가득합니다. 결국 필요 없는 이메일들을 선택해서 지우는 것으로 한참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매일 지우고 또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스팸성 광고 메일.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오늘은 이 스팸 메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최초의 이메일 ‘QWERTYUIOP’

스팸메일에 관한 이야기는 1970년 초 인터넷과 이메일이 처음 개발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전 세계로 연결되기 전, 미국에서는 아파넷(ARPARNET)이라는 네트워크가 1970년에 최초로 연결되었습니다.

아파넷은 미국 국방성의 산하 연구기관에 의해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처음 네 개의 대학교 연구기관만이 (UCLA, UC Santa Barbara, 스탠퍼드 대학, 유타 대학)이 서로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다른 대학들과 연구기관들이 연결되면서 아파넷의 네트워크는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인터넷의 전신이 되었습니다.

1974년의 ARPANET(출처: wikipedia)

1971년 아파넷의 파일 전송 시스템을 개발하던 레이 톰린슨(Ray Tomlinson)은 이 네트워크에 최초의 이메일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기 위해 본인의 컴퓨터에서 바로 옆 3.5m 떨어진 컴퓨터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때 아무 말이나 쳐서 보낸 ‘‘QWERTYUIOP’라는 메시지는 세계 최초의 이메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받는 사람의 이름과 컴퓨터를 구분하기 위해 @ 표시를 사용했는데, 이때부터 현재 이메일에서 사용되는 user@domain.com 형식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첫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두 컴퓨터 (© Dan Murphy, www.opost.com/dlm/)

한 아버지를 둔 스팸메일과 이메일 마케팅

1978년 아파넷에서는 이메일이 최초로 대량 발송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컴퓨터 장비 회사 DEC(Digital Equipment Corp.)의 마케팅 매니저였던 개리 튀어크(Gary Thuerk)는 신제품의 데모 행사에 연구기관에 컴퓨터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초청해야 했습니다.

아파넷의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당시 아파넷에 연결되어있던 연구기관의 수는 약 2,600곳이었습니다. 튀어크는 이 중 미국 서부에 있는 기관들을 초청하기 위해 무려(?) 393개의 기관에 동시에 광고메일을 발송했다고 합니다. 개리 튀어크는 이 이메일 광고의 효과로 1,2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자본 수익률(ROI) 올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최초의 스팸메일 전문)

하지만, 당시 이메일을 받은 연구 기관들의 반응은 매우 안 좋았습니다. 기관들은 이메일을 보낸 회사 DEC와 아파넷을 운영하던 미국 국방성에 자신들이 받은 광고 메일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였습니다. 이메일을 대량(?)으로 발송한 지 5일 뒤, 튀어크는 국방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다시는 그런 메일을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 광고 메일에 대한 반응이 너무나 부정적이었던 나머지, 아파넷에서는 꽤 오랫동안 대량메일로 광고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처음으로 대량메일을 보냈던 개리 튀어크가 ‘스팸메일’의 아버지로 불리면서 동시에 ‘이메일 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메일 마케팅과 스팸 메일은 그 시작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스팸메일이라고 불리게 되었나?

그렇다면 스팸메일은 왜‘스팸’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걸까요? 불필요한 광고성 메일들이 ‘스팸’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부터라고 합니다. 예상하셨던 것처럼 ‘스팸’이라는 단어 자체는 실제 우리가 즐겨 먹는 통조림 햄 ‘스팸’에서 온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불필요한 것’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7~80년대에 히트했던 영국의 한 코미디 때문이었습니다.

그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이 풍부하지 않았던 영국에서는 농업이 재건되기 전까지 통조림 햄 스팸이 굉장히 흔한 대체 식품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영국 사람들은 스팸에 대해 끔찍하게 질려 있었고, 영국의 유명한 희극 그룹인 몬티 파이튼(Monty python)은 당시 영국인들의 상황을 풍자하는 코미디 단막극을 만들었습니다.

극의 내용은 한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식당의 메뉴를 물어보자, 식당 주인은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온통 스팸이 들어간 메뉴를 읽어줍니다. 그러다 옆자리에 앉은 바이킹들이 스팸 노래(Spam, Spam, Spam, Lovely Spam!)를 부르며 마무리됩니다. 나중에 이 노래가 Spam Song으로 발매될 정도로 흥행하였다고 합니다.

Monty Python 의 코미디 Spam,spam,spam..(https://youtu.be/_bW4vEo1F4E)

이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사한 역할을 하던 USENET Newsroom 서비스에서 시스템 오류로 인해 발생한 200여 개의 메시지가 유저들에게 포스팅되었습니다. 한 유저가 이를 보고 ‘Spamming’이라 부르면서 스팸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상에서 유행처럼 퍼졌고, 이후 ‘스팸’은 현재의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인터넷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스팸메일과의 전쟁, 승자는?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1인 1 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체 이메일 중 스팸메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2001년 전체 이메일의 약 7%에 불과하던 스팸메일은 3년 뒤인 2004년 약 72%까지 빠르게 증가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미국 의회는 스팸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CAN-SPAM ACT(정보의 수집과 인터넷상에서의 원치 않는 이메일 홍보를 제한하는 법률)를 실시하였고, 빌 게이츠는 당시 ‘2년 이내에 스팸메일을 종식하겠다’라고 선언하며, 스팸메일과의 전면전을 예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구글, 네이버, 다음 같은 이메일 서비스 업체들도 스팸메일들을 필터링하기 위한 방법들을 도입하였습니다.

이 중 한 방법으로, 받은 이메일이 실제 이메일 주소와 다른 곳에서 보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SPF(Sender Policy Framework), DKIM(DomainKeys Identified Mail)과 같은 이메일 도메인 검증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방식들은 더 성숙하여 현재 ‘인터넷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도 대부분의 이메일 업체들이 이 검증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티비 도움말> SPF, DKIM 이 뭔가요?)

하지만 동시에, 스티비와 같은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를 이용하여 마케팅 이메일을 발송하는 업체로서는 SPF, DKIM 정책 때문에 발송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발신 이메일 도메인과 실제 발송 서버가 다르므로 필터링 시스템에 의해 이메일이 스팸으로 분류되는 것인데요. 스티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메인 정책에 따라 설정을 빠르게 조회하고, 조치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스티비 실험실> 도메인 상태 조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스팸메일 전쟁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Global spam volume as percentage of total e-mail traffic from 2007 to 2018(© statista)

독일의 통계 포털인 Statista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이메일 트래픽 중 스팸의 비율은 2008년에 92.6%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습니다. 앞서 말한 정책적, 기술적 노력은 빠르게 늘어나는 스팸 비율을 곧바로 줄이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4년에 빌 게이츠가 이야기했던 ‘2년 내 스팸메일의 종식’은 실패한 셈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 노력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2008년 이후, 스팸의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며, 최근에는 그 비율이 40%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이메일 마케팅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스팸메일이 점차 줄어들고, 전반적인 이메일 생태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수록, 이메일은 더 중요한 마케팅 수단과 콘텐츠 소통방식으로서 다시 자리 잡아갈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인터넷과 스팸메일의 유래에서부터 스팸메일과의 전쟁까지, 여러 가지 이메일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스팸메일에 관한 주제는 여기서 마치면서, 다음에 또 다른 이메일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아 참, 혹시 발송한 이메일이 계속 스팸 함으로 빠져서 고민이라면, 아랫글도 한번 참고해 보세요.

스팸함으로부터 살아남기, 스티비 블로그

참고자료

http://content.time.com/time/business/article/0,8599,1933796,00.html

http://openmap.bbn.com/~tomlinso/ray/firstemailframe.html

https://www.socketlabs.com/blog/know-history-spam/

https://moosend.com/blog/gary-thuerk-people-make-the-same-mistakes-over-and-over-again/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420400/spam-email-traffic-share-annu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