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lChimp의 “실리콘밸리스럽지 않은” 이야기
이 글은 뉴욕타임즈의 MailChimp and the Un-SiliconValley Way to Make It as a Start-Up을 번역한 글입니다.
이 글은 뉴욕타임즈의 MailChimp and the Un-Silicon
Valley Way to Make It as a Start-Up을 번역한 글입니다. 문맥을 고려하여 표현을 수정한 부분이 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이미지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원문의 저작자에게 있으며 정식 번역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정확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원문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벤처투자도 없고, Bay Area* 사무실도 없고, 미칠듯한 자금 소진도 없다. MailChimp의 창업자들은 고객의 니즈에 대응해오면서, 스스로의 본능에 충실한 채, 회사를 천천히 성장시켰다.
* 역자 주: 스타트업이 밀집해있는 샌프란시스코와 그 인근 지역을 말합니다.
전형적인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는 보통, 스탠포드나 하버드 출신의 어린 기업가들과 함께, 그리고 레스토랑 사업이든 애완견 산책 사업이든 아니면 다른 뭐가 됐든 간에 파괴적 혁신을 불러오는 기막힌 아이디어와 함께 시작한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나면, 그들(거의 대부분 남자들)은 Y Combinator와 같은 스타트업 부트캠프에 합류하고, 초기 투자자들을 모으는 데 성공하고, 어쩌면 그걸 그럴싸한 비디오와 함께 Kickstarter에 올릴지도 모른다. 출발이 성공적이라면 창업자들은 본격적인 몸짓 불리기에 들어설텐데, 이는 보통 자신들의 회사의 상당한 부분을 벤처투자자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치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몇 년 후에,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면, 그들은 아주 큰 성공 — IPO와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가가 되는 기회 — 을 거둘 것이다.
글쎄, 대부분은 이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이런 전형적인 스타트업 성공 신화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벤처투자 없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지출을 하지 않고도, 거대한 테크 기업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부채를 연료삼아 폭주하는 로켓이 아닌, 정상적인 그런 테크 기업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믿기 힘들겠지만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본사가 꼭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밸리에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MailChimp는 이런 테크 기업의 가장 훌륭한 사례이다. 애틀란타에 위치한 MailChimp는 설립된지 16년 된 회사이고 중소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고객들을 위한 마케팅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MailChimp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그건 당신이 MailChimp의 1,200만 고객 중 한 명이거나, 실제로 일어난 범죄 사건을 다루는 Serial*이라는 팟캐스트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MailChimp는 이 팟캐스트를 후원하고 있다.
* 역자 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팟캐스트 중 하나입니다.
MailChimp는 외부 투자를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스스로 번 돈의 이상을 쓰지도 않는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MailChimp는 거대한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Ben Chesnut에 따르면, MailChimp는 2015년에 매출 2.8억 달러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수익률은 밝히지 않았지만 항상 흑자를 내왔다고 한다. Chesnut과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Dan Kurzius는 여러 차례 벤처투자 제안을 거절해왔고 여전히 MailChimp를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 지금은 550여 명의 직원이 있고 내년에는 700명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비공개 기업으로서 사업과 관련된 지표를 오랫동안 비밀로 지켜왔지만, Chesnut은 이제 지표를 공개하여 MailChimp가 걸어가고 있는 새로운 길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성공적인 테크 회사를 만들기 위해 꼭 “실리콘밸리의 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회사를 만들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외부 투자자를 신경쓰거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성장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MailChimp의 방식은 먼 길로 돌아가는 것이고 막대한 투자유치와 같은 영광스러운 순간 같은 것도 없다. 하지만 모든 일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돌아간다.
벤처투자에만 의존하는 스타트업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회사처럼 운영되곤 한다. 지속될 수 없는 성장에 뛰어들고, 수익을 내는 것에 무관심해지고,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면서 얻을 수 있는 배움과도 멀어진다. LivingSocial, Pets.com, 그리고 작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몇 개의 온디맨드 스타트업들까지, 너무 많은 투자를 받았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테크 업계에 산재해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Bascamp의 공동창업자인 Jason Fried는 이렇게 말했다. — 그는 벤처투자 업계의 왜곡된 현실에 대해 자주 글을 쓴다.
“투자를 받으면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나쁜 습관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만약 당신이 스타트업 기업가이고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다면, 그만큼 돈을 쓰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처음부터 매출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면 돈을 버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돈을 버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야말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투자자의 자본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훨씬 더 필요한 습관이다.”
Mailchimp에게 이런 습관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었을 뿐이다. Chesnut은 “우리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을 스타트업들에게 증명해보이는 것, 그것이 우리 사업의 전부이다”라고 말한다.
Mailchimp는 Ponce City Market의 2개 층을 쓰고 있다. Ponce City Market은 애틀란타의 올드 포스 워드 근처에 있는 거대한 복합 빌딩으로, 원래는 Sears*가 창고로 쓰던 건물이었다. Chesnut은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이 쿨하고 빈티지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 건물을 보며 파괴, 붕괴를 떠올린다 . Sears는 정말 거대했지만, 지금은 이곳에 없다”라고 말한다.
* 역자 주: Sears는 미국의 거대 유통 기업입니다.

최근에 그곳을 방문했을 때, Bay Area의 수많은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스타트업스러운 요소들 — 스타일리시한 장식들, 키치스러운 억양들(MailChimp의 로고인 Freddie라는 침팬지의 그림과 조각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엉뚱한 회의실 이름 같은 것들 — 을 만날 수 있었다. MailChimp의 이사회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Kurzius가 수집한 빈티지한 스케이트 보드로 뒤덮여있다. 이해되는가? 말그대로 “Board Room”인 것이다.*
* 역자 주: 스케이트 보드(skateboard)로 뒤덮힌 board room, 이사회실을 뜻하는 boardroom과 표현이 같습니다.

MailChimp가 처음부터 이렇게 자유분방했던 것은 아니다. Chesnut과 Kurzius는 닷컴버블이 정점에 있던 2000년, 웹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을 모아 Rocket Science Group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Rocket Science Group은 애틀란타에 있는 크고 작은 회사에게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였다.
2000년 말, 고객 중 일부가 마케팅 이메일을 보내는 일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Chesnut은 온라인 연하장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용하던 오래된 이메일 코드를 재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연하장 중 하나에 침팬지 그림이 있었는데, 거기서 이름을 따와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의 이름을 ChimpMail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메인 주소가 이미 사용 중이었다. 그렇게 MailChimp가 탄생했다.

두 사람은 수년간 MailChimp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운영했다. 본업은 여전히 웹디자인이었다. 2006년 쯤 웹디자인 사업을 계속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웹디자인 사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었지만,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열정도 식은 상태였다.
Chesnut과 Kurzius가 열정을 느낀 것은, 작은 회사의 성장을 돕는 것이었다. 둘 모두 사업가 기질이 있는 가정에서 자랐는데, Chesnut의 어머니는 작은 식당을 운영했고, Kurzius의 아버지는 빵집 — 그 빵집은 동네에 Wonder Bread가 들어선 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 을 운영했다. 그들은 저평가되고 있는 이메일이야말로 예산이 부족한 회사들에게는 훌륭한 저비용 마케팅 채널이라고 생각했고, 2007년, 웹디자인 사업을 그만두고 오로지 MailChimp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MailChimp는 규모가 크고 자본력도 탄탄한 다수의 경쟁사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2007년 말 IPO에 성공한 Constant Contact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MailChimp는 경쟁사들에게는 없는 것을 갖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였다. 스스로가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MailChimp는 고객들이 마케팅 서비스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가격도 더 저렴했고, 기능도 더 빨리 추가했고, 고객 니즈에 따른 기능 수정(customization)도 더 많이 제공했다.
Chenut이 이메일의 지속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긴 하지만, — 수년간 이메일의 종말을 예견하는 사람들이 있어왔고, 이메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도 하다 — MailChimp는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다른 채널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Chesnut은, MailChimp의 다음 단계는 작은 회사들의 마케팅 니즈 전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MailChimp의 미래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음성이나 문자 메시지와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이 이메일의 영역을 잠식할 수도 있고,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거대한 플랫폼이 경쟁 서비스를 만들어 MailChimp를 위협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Chesnut과 Kurzius가 회사를 계속 소유하고 운영한다면, 외부 투자자의 지시에 따라야할 때보다는 MailChimp의 미래가 더 안정적일 것이다. 적어도 Chesnut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중소규모의 회사를 이해하는 투자자를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다”고 Chesnut은 말한다. 벤처투자자들은 항상 MailChimp가 “대기업” — 수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어쩌면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그런 큰 회사들 — 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Chesnut은 이어서 말했다. “모두가 우리에게 ‘지금 금광 위에 앉아있는 거나 다름없다. 만약 사업 방향을 대기업 대상으로 전환하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내면의 무언가는 그것이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항상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