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조스라운지, 9년 차 하우스 브랜드의 아카이빙 도구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채널의 주체는 브랜드여야 해요

보낸사람: 조스라운지, 9년 차 하우스 브랜드의 아카이빙 도구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채널의 주체는 브랜드여야 해요

Interviewee 유성범, 김재량


조스라운지는 질 좋은 원단을 바탕으로 실내 생활에 쓰이는 파자마, 슬리퍼 등의 제품을 만드는 하우스 브랜드입니다. 좋은 퀄리티와 아름다운 패턴으로 고객에게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브랜드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며 뉴스레터 <Lounge Talk> 발행을 시작했습니다. 조스라운지에서 기획을 맡는 유성범, 웹디자이너 김재량 인터뷰이와 함께 브랜드 철학과 뉴스레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브랜드 고도화 작업을 하다
"조스라운지 JO'S LOUNGE"

'Life Goes On' MV를 보고 조스라운지를 처음 알게 됐어요. MV 속에서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파자마를 착용했었죠. 브랜드가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아요.

성범: MV 공개 직후부터 중동 신규 고객들로부터 급격히 문의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그때 코로나의 영향 때문에 중동 지역이 EMS 국제 발송 금지 지역에 속했거든요. 그래서 페덱스(FedEx)로 배송을 보냈는데 택배 건당 배송비가 15만 원이 나왔죠. (웃음)

그 외에도 조스라운지에 큰 분기점이 됐던 순간들이 있었나요?

성범: 저는 브랜드 초기에 합류한 멤버인데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난 8년을 되돌아보면 기획자로서 '내 자존심이 상했을 때'가 브랜드 성장의 분기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많이 헤맸거든요. 질 좋은 원단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는데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고요.

조스라운지에서 기획을 맡고 있는 유성범 매니저

그러던 중 타 업체와 미팅을 했는데 “사진 감도를 좀 올리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피드백을 들은 거예요. 그 순간에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어요. 이후 사진 퀄리티에 신경 쓰면서 결과적으로는 브랜드 성장에 도움이 되었어요.

질 좋은 제품을 제작하는 일에서 오는 자부심과 기획자의 자존심이 부딪혔네요. 고품질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성범: 조스라운지는 '원단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제품의 질이 좋다는 것만 주장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2017년부터는 '아름다운 패턴'을 기반으로 한 파자마를 만들어서 차별화를 두고자 했습니다. 조스라운지가 지향하는 건 '옷이 예뻐서 샀는데 소재가 인견이기까지 너무 좋다.'이지 '이건 인견이니까 디자인은 좀 마음에 안 들어도 감수하고 구매한다.'는 아니길 바라는 거죠.

원단, 패턴 별로 판매하는 제품을 분류해 볼 수 있는 웹사이트

물론 하루에 두 벌 팔리는 시기도 있었지만, 좋은 퀄리티와 아름다운 패턴을 가진 제품으로 고객에게 인지도를 쌓으려 노력했어요. 2023년부터는 브랜드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고요.

브랜드 자체 콘텐츠의 출발점은 지난해에 진행하신 '브랜드 고도화' 프로젝트였죠? '리브랜딩' 대신 새로운 이름을 명명한 작업이었다고 들었어요.

성범: 사실 팀 내부에서 나온 계획은 아니었어요. 저희가 2022년 연말에 고객 대상 설문조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거든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채널에 조스라운지 제품 리뷰를 써주신 분들에게 댓글을 달거나 DM을 보내서 설문을 요청했는데 총 150 여분이 답변을 주셨어요. 2023년에는 그 답변들을 살펴보면서 브랜드가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보았고 두 번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습니다.

고객이 있는 곳으로 하나하나 찾아가서 설문을 진행한 이유가 있나요?

성범: 신제품 론칭이나 홈페이지에 신규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등,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나면 박수 치고 끝나면 좋은데 그다음이 항상 있어야 할 것 같잖아요. 어느 순간 저희가 '이제 다음에는 뭐 하지?'에 대한 답을 막연하게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가 내려온 결정들을 고객이 정말 좋아하셨는지 알아보고 싶었고, 그동안 조스라운지 제품을 이용하고 자발적으로 SNS에 후기를 작성해 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싶었어요.

조스라운지 창립자는 40년 가까이 패션 업계에서 실내복 디자이너로 일해오신 조명기 님이시죠. 그런데 온라인 채널에서는 창립자의 전문성이나 장인 정신을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으시더라고요.

성범: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고 이를 고객에게 정확하게 소개하는 게 더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창립자의 긴 커리어와 그로부터 나오는 가치에 대해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기간이 있었는데요. 여전히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창립자의 장인 정신을 두드러지게 강조하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그 힘을 더 크게 인지하고 있어요.

앞으로 파자마와 슬리퍼 외에 다른 상품군을 볼 수 있을까요?

성범: 저희는 느린 브랜드예요. 파자마가 아닌 다른 걸 하려면 평균 2년 정도가 걸리더라고요. 슬리퍼도 기획부터 출시까지 2년이 걸렸고요. 최근에는 가구를 만들었는데요. 팝업스토어가 끝나면 행사에 쓰인 자재를 처분하기 어렵고, 쓰레기가 대량 생산 되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이런 고민을 브랜드 고도화 프로젝트로 협업했던 '스튜디오 힌지'의 임동균 제품디자이너와 나누었고, 지속가능하게 쓸 수 있는 좋은 목재로 테이블을 만들었어요.

팝업 스토어에서 사용된 테이블 위에서 회의 중인 유성범 매니저와 김재량 디자이너

테이블이요? 판매용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목적으로 제작되었나요?

성범: Timeline, 즉 연대기 콘셉트를 가진 세상에 하나뿐인 테이블인데요. 원래 가구를 만들 때 사용하는 나무의 결이 있는데 저희는 반대의 결을 살려서 제작했어요. 팝업스토어에서는 나무 결이 보여주는 선에 맞춰 테이블 위에 20년 전 옷, 10년 전 옷, 지금의 옷 순으로 비치해 두어 그 의미를 살려보았고요. 지금은 사무실에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동균 제품디자이너는 팝업스토어를 위해 벤치, 헹거도 함께 제작해 주었습니다.

브랜드 고도화 프로젝트를 통해 조스라운지가 이미지보다는 글과 어울리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도출하셨다고요.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성범: 아까 사진 감도에 관한 피드백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던 에피소드에 대해 말씀드렸잖아요. 모든 영역에서 이미지가 가진 영향력이 있고, 저희 또한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조스라운지의 상품이 '질 좋은 원단’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제품 촬영컷 등 이미지만을 통해 드러나지는 않으니까요. 고객이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될 때, 그리고 고객과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텍스트가 가진 역할이 크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

조스라운지 팝업 현장에서 사용된 테이블의 모습(사진 제공. 조스라운지)

팀원의 목소리로 브랜드 이야기를 하다
"뉴스레터 <Lounge Talk>"

이제 뉴스레터 <라운지톡>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누어 볼게요. 구독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이 뉴스레터를 열어보길 바라시나요?

재량: 주말에 잘 다려진 파자마를 갈아입고 집안일을 마친 다음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그림을 그려봤어요. 요즘 자극적인 콘텐츠가 너무 많고 도파민 중독을 큰 문젯거리로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다소 심심한 스타일일지는 몰라도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보내고 있어요.

성범: 150 여분을 대상으로 한 고객 설문 조사로 파악된 조스라운지의 주요 고객층은 '일을 열심히 하는 30대 초반 여성'이었어요. 일을 열심히 하고, 진로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휴식과 쉼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니 '안식처'라는 키워드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기획 초반부에 뉴스레터 테마를 ‘내 마음의 안식처'라고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조스라운지 사무실

첫 호에는 팀원 분들이 직접 조스라운지 파자마를 착용하고 난 후의 리뷰 콘텐츠가 실려 있어요. 고객 후기가 아니라 팀원 자체 리뷰 콘텐츠를 선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범: 조직 내에서 역할을 나누어 일을 하다 보면 담당 업무에 따라 이해도에 차등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CS 담당자는 반품 요청을 받거나 구매를 앞둔 고객과 상담을 하면서 종종 사이즈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자주 들으니 그 문제에 몰입해 있죠. 대신 제품 배송이나 웹디자인 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를 수 있어요.

Lounge Talk | Vol.1 사이즈의 모든 것

어느 순간 우리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점에 대해 조금씩 유격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제품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니까 제품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이해도를 가지고 있길 바랐고, 그 결과 모두가 직접 제품을 착용해 보고 리뷰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어요.

첫 호를 보내고 나서 팀 내부에서는 어떤 피드백을 주고받았나요?

재량: '이거 한 번 더 하면 우리 쓰러지겠다...' 싶더라고요. (웃음) 첫 호여서 잘하고 싶기도 했지만, 너무 공을 들이다 보면 만드는 입장에서의 재미가 줄어드는 것 같다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발행을 해나가려는 목적도 있었고요. 고객상담 또는 리뷰에서 발견한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만든 정보성 콘텐츠를 핵심으로 두면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도록 조스라운지 팀 또는 객원 에디터의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자 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라운지 입장을 반겨주는 호텔 지배인 캐릭터 '마스터 JO'가 있어요. 그런데 뉴스레터에는 해당 캐릭터가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요.

성범: 인스타그램의 신제품 론칭 안내처럼 뉴스레터를 오피셜 하게 하려고 하면 이상해지더라고요. <라운지톡> 만큼은 조스라운지에 관심이 생겨서 한 발짝 더 우리 브랜드를 향해 다가온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느낌을 유지하고자 했어요. 그러려면 '마스터 JO'보다는 팀원의 목소리를 내는 게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호텔 지배인 캐릭터 '마스터 JO'

조스라운지는 독립몰 외에도 다른 플랫폼에 상품 입점을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판매에 더욱 주력하는 대신 뉴스레터를 통해 고객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범: 플랫폼에서 잘 되는 법이 일종의 공식처럼 시중에 공유되고 있는데,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걸 알고도 안 할 수는 없어요. 저희 또한 그 문법에 맞게 충실히 플랫폼 대상으로 일을 하고 목표한 매출을 결과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매출 상승만을 목표로 두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브랜드가 지켜야 할 중심 가치에 소홀해지는 듯한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즈음 브랜드의 목소리로 아카이빙을 할 필요를 느꼈어요. 지난 8년 여간 작업했던 원단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총정리하는 작업을 했고, 이 과정을 뉴스레터 콘텐츠에 반영했습니다.

조스라운지처럼 현실적으로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을 폭발적으로 늘려갈 수 없는 브랜드들이 있을 텐데요. 그럴 때 뉴스레터가 보완해 주는 지점이 있을까요?

성범: 오프라인 접점이 있든 없든 브랜드로서는 뉴스레터를 하면 무조건 좋다고 봐요. 요즘은 글을 아카이빙 할 수 있는 독립된 매체가 거의 없잖아요. 잘 쌓아가다 보면, 추후 저희가 매장을 열게 되었을 때 뉴스레터와 오프라인 공간을 연계해서 더 재미있는 걸 해 볼 궁리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독립된 매체란 정확히 어떤 것인가요?

성범: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채널의 주체는 브랜드여야 해요. 이를테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홈페이지로 쓰는 게 좋다, 나쁘다로 가를 문제는 아니지만, 독립몰을 가지고 있어야 브랜드만의 자기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인상을 고객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네이버 블로그는 무척 대중적인 매체이지만,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 블로그에 접속했을 때 "아, 이 브랜드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네."라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되잖아요. 반면에 뉴스레터를 보내면 "이 '브랜드'가 뉴스레터를 보내네."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럼 <라운지톡>이 50호, 100호 쌓였을 때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고 그리고 계시는 그림도 있으시나요?

성범: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비유가 적절할 것 같은데요. 저는 하루키 장편을 한 번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의 잡문집은 다 읽었거든요. <라운지톡>도 모아보면 그런 잡문집에 가까운 모양의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요? 아주 멋지고 그럴듯하지는 않지만, 우당탕탕한 이야기가 모여 있을 거예요.

사무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조스라운지의 아카이브

반면에 시즌 할인 행사나 블랙프라이데이에 보내시는 광고 메일은 이미지 하나와 랜딩 페이지 버튼 하나로 구성되어 매우 직관적이더라고요. 광고성 메일의 효과에 대해서는 내부 효과 측정을 하셨나요?

재량: 행사 광고성 메일과 <라운지톡>의 오픈율은 거의 비슷한데, 클릭률에서는 전자가 3배 정도 높아요. 고객을 얼른 홈페이지 행사 페이지로 유입시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행사 안내 목적에 충실하게 작업을 했습니다.

2024년을 시작하는 <라운지톡>에는 고객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무려 36세트의 조스라운지 파자마를 구매한 분이 있으시더라고요. 조스라운지에게 고관여 고객은 어떤 의미인가요?

재량: 저희가 원단에 집중한다는 걸 알아봐 주시고, 시즌 별로 구매해 주시는 데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올 해는 조스라운지를 사랑해 주시는 고객분들을 깊게 공부하면서 저희만의 VIP 고객 기준을 새로이 세워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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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서해인

편집 | 스티비 마케팅 매니저 룰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