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파 서울 인터뷰, 문화적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에서의 뉴스레터
제품에 대한 이야기 비중을 넓혔을 때 반응이 수직 상승했어요
Interviewee 김영지, 정연, 최윤희
1+1, 특가 할인, 당일 배송, 콜라보. 거기에 한정판을 곁들인... 너무 많은 흥미로운 물건의 시대에 “이왕 사는 거라면… 더 즐겁게, 더 진정성 있게!”를 모토로 한 <따바레터> 팀을 만났습니다. 로파 서울의 김영지 대표, <따바레터>를 보고 입사해 초기 리뉴얼과 세팅을 잡은 최윤희 프로젝트 매니저, 뉴스레터 작성과 배송 및 CS를 담당하는 정연 매니저에게 브랜딩과 매출 사이 균형 잡힌 콘텐츠를 발행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편집숍은 쿨해야 하나? 근데 쿨한 건 또 뭐지?
로파 서울에 비해 따바프레스라는 이름은 상대적으로 낯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따바 프레스와 로파 서울의 상관관계가 궁금합니다.
‘로파 서울'은 편집숍이자 브랜드 이름이고, ‘따바프레스’가 모회사 개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로컬에서 재미난 콘텐츠를 만드는 문화적인 영향력을 가진 크리에이티브 컴퍼니가 되고 싶어서 ‘따바프레스’라는 사명을 써요. 로파 서울을 만들기 전 프리랜서 시절부터 써온 이름이에요.
뉴스레터도 ‘로파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울지 고민했는데요. 편집숍 외에도 전개할 프로젝트들이 많아서 사명을 인지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따바프레스’와 뉴스레터를 결합한 <따바레터>로 이름 지었어요.
<따바레터>의 첫 인상은 세련되고 쿨한 느낌인데, 꼼꼼히 읽어보면 위트 있고 친근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브랜드 톤 앤 매너가 구축된 과정이 궁금해요.
AI 기반 사이트 중 인스타그램 계정을 입력하면 신랄하게 비평해 주는 곳이 최근 바이럴 되었었어요. 재미삼아 로파 서울 계정도 해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팀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짚더라고요. AI의 분석을 빌리자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소개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전달하는 데 진심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 이사를 자주 가고 일을 너무 많이 벌인다’고요. (웃음)
톤 앤 매너의 경우, 팀원들 개개인의 말투나 온도는 당연히 다르겠지만 여러 차례 <따바레터>에 쓸 원고를 작성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발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자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감각과 온도를 찾게 된 것 같아요.
또, 팀원들 스타일과 취향이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몇 가지 생각들이 비슷한 것이 고유의 톤앤매너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도 소개할만한 가치가 있다면 진심을 다해 소개한다거나, 고객님들께는 최대한 친절하고 따스히 응대해드린다 이런 몇 가지 키워드들 덕분에 빠르게 언어의 톤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름 속에서도 구성원 간 공유하는 가치가 명확히 있는 것 같아요.
공통적으로는 다들 선하고 다정한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 외에는 신기할 정도로 구성원 각각의 취향과 추구미가 달라요. (웃음) 옷 입는 스타일도, 여가를 보내는 방식도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맞춰가는 데 공을 들이려고 대화를 많이 나눠요.
예를 들어서 지난 <따바레터>에서도 나눴던 고민인 ‘쿨한 건 뭐지?’라는 주제를 던지면, ‘매장에서 고객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는 것은 쿨한 게 아닌가? 우린 어떻게 응대하는 게 어울리지?’부터 시작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생각을 나눠요.
구성원들이 따바프레스의 초기부터 뉴스레터를 통해 남다른 이해도를 가지고 입사한 분들이라 그런가 봐요.
맞아요. 이제는 가치관이나 기획의 설득력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동의가 나올 정도로 핏이 잘 맞고, 한 팀으로서는 더 넓은 스펙트럼의 취향을 커버하고 경계 없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편집숍'이라는 본업 외에도 무가지 제작, 자선 마켓 등 수익과 무관한 일도 하시잖아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정하는 빈도나 협업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나요?
협업 기준은 기본적으론 예산일 테고, 예산이 적더라도 명확히 얻을 부분이 있거나,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관에 부합하거나 사회적인 메세지를 던질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 과감하게 진행합니다.
명확하게 정한 기준 중 하나는 ‘남의 일을 대행하는 에이전시로서의 프로젝트는 하지 않는다’ 예요. 따바프레스가 크리에이터 오너십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해요. 내부적으로는 영리 활동에 부합하는 활동 80%, 영리활동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가치관에 맞는 활동 20%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뉴스레터는 길게 말해도 용인해 주니까요.
동탄, 영등포, 용산 등 물리적 공간은 물론 온라인 채널까지 확장하고 계시죠. 어떤 계기로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일을 하는 이유와 후일담, 작가 소개, 사물의 쓰임 등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요. 뉴스레터는 길게 적어도 용인되는 매체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어요. 실제로 좋은 뉴스레터의 사례들을 알고 있었고요.
가령 부산의 로스터리 베르크에서 발행하는 <WERK Newsletter>를 1편부터 봤었어요. 얼마나 그들이 업에 진심인지, 어떻게 일하는지 알 수 있어서 인상 깊었고요. 요즘은 오드플랫의 <오드플랫 뉴스레터>도 재밌게 보고 있는데요. 빈티지 가구를 둘러싼 양질의 아티클을 발행하셔서 챙겨보게 되더라고요.
현재 <따바레터>는 어떤 콘텐츠를 다루고 있나요?
대표님이 편지 쓰듯 작성하는 ‘덕업일치’ 코너, 로파 서울의 강점인 제품 큐레이션과 브랜드 소개, 인터뷰나 창작자를 다룬 아티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덕업일치' 코너는 이름만 들으면 ‘즐거운 일을 하고 사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양산이나 디자인 등 대표님의 이전 ‘업'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쓸 수 있는 전문적인 글들을 보내드리고 있어요.
상이한 세 가지 콘텐츠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슬로건으로 ‘이왕 사는거라면’을 짓게 되었어요. 결국 다 사는 얘기잖아요. 살만한(buyable) 아이템과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절히 섞은 거죠.
<따바레터>를 작성하거나 분석하실 때 주로 염두에 두는 포인트도 궁금해요.
의외의 답변일 수 있는데요. 글보다 사진에 더 신경을 써요. 시각적인 게 주요 데이터와 직결되더라고요. 웹사이트에는 통일성을 맞추기 위해 배경을 제거한 상품 사진을 대표적으로 내세우는데요. <따바레터> 내에서는 고객들이 실제로 구매하고 사용했을 때의 느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무드의 사진을 써요.
브랜딩과 제품 소개 균형이 잘 잡혀있다고 느껴져요. 뉴스레터를 발행 전후로 체감하시는 효과가 있나요?
다양한 제품 중 일부를 한 번 더 엄선해서 뉴스레터로 소개하다 보니 제품이 더 주목받는 효과가 있어요. 금요일에 발송하고 퇴근하면, 월요일에 소개한 제품의 주문이 들어와 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 중 한 분은 현재 매장으로 이전한 기념으로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오신 분인데요. 이 전의 로파 서울에 대한 히스토리는 모르고 <따바레터>를 통해 로파 서울을 알게 되셨대요. 뉴스레터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던 분이었던 거죠. 그 외에도 매장에서 ‘저 뉴스레터 구독자예요’하고 인사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매번 반가움을 느껴요.
뉴스레터는 아웃풋이 명확해요.
진지하게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앞으로 뉴스레터를 통해 시도해 보고 싶은 것도 있으세요?
멤버십 제도를 활용해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뉴스레터를 보내보고 싶어요. 이전에 고객 리서치를 위해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시크릿 레터를 몇 번 보냈고 유의미한 반응이 있었거든요. 적절한 타이밍과 콘텐츠를 가지고 시도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뉴스레터 발행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뉴스레터를 통해 제일 체감하는 효과는 유대감 형성이에요. 고객과 돈독한 관계를 쌓고 싶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신뢰할 수 있는 동료도 <따바레터>가 계기가 되어 만났죠. 그런 면에서는 채용 브랜딩에 큰 효과가 있는 것 같고요. (웃음)
그렇지만 가볍게 해 보라고는 말씀드리고 싶지 않아요. 이메일은 고객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 유효한 채널이고, 인풋 대비 아웃풋이 큰 채널이기 때문에 담당자를 명확히 하고 리소스를 제대로 투입해서 진행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확신해요. 진지하게 임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손꼽힌
편집 | 스티비 한세솔
메인 이미지 | 스티비 이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