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플랫 인터뷰, 쇼룸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초대장

뉴스레터를 보내야 하는 이유를 찾아서 보냅니다

오드플랫 인터뷰, 쇼룸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초대장

Interviewee 박지우, 안은빈


오드플랫은 성수동에 있는 빈티지 가구 편집숍입니다. 미국 태생의 20세기의 가구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스(Charles Eames&Ray Eames) 부부가 고안한 대표작 임스 체어를 수집하는 공간으로 시작해 지금은 오래된 물건 중에서 그들만의 바이브에 맞는 가구를 디깅하고 소개하는 곳이고요. 빈티지 가구를 겸하며 생활하는 인물과의 대화를 담은 오리지널 시리즈 ‘HOME TOUR’를 중심으로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는 오드플랫 박지우 대표, 안은빈 디자이너를 만나보았습니다.

비싸고, 어렵고, 실패할 수 없다
빈티지 가구에 대한 오해들

뉴스레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빈티지 가구를 둘러싼 오해에 대해 가볍게 의견을 여쭙고 싶어요. 한 인터뷰에서 빈티지 가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일단 인스타그램을 끊으라고 하고 싶다”라고 하셨죠.

지우: 홈 스타일링 또는 홈 데코레이션이라는 카테고리에서 SNS를 통해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있어요. 뭔가 좀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싶은 거죠. 오드플랫을 만들면서는 그런 획일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었어요. ‘오드(odd)’가 약간 특이하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다채로운 빈티지 가구를 선보이고 있는 오드플랫

SNS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가 획일적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지우: 극단으로 치우친 생각을 조장하는 것 같아요. 빈티지 가구는 다 비싸지 않아? 아니면, 이건 빈티지니까 저렴해야 하는 거 아니야? 두 가지 메시지를 양쪽에서 강력하게 뿜어내고 있죠. 저는 물건의 가격이 특별함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고 봐요. 빈티지 가구는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일 뿐이고요. 

코로나 시대에 실내 생활이 늘어나면서 실내에 들일 가구에 관한 관심이 폭증했다는 분석이 있죠. 그만큼 국내 빈티지 가구의 역사가 짧다는 말이기도 할 텐데요. 여전히 빈티지 가구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새로운 존재일까요?

지우: 국내의 빈티지 샵은 이태원 가구 거리에서 시작했는데, 지리적인 영역을 벗어나서 이른바 ‘모던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 국내 샵들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아요. 저는 미국이나 유럽에 가구 바잉을 하러 갈 때마다, 오히려 빈티지 가구를 새 가구보다 접하기 더 쉽다는 데에 놀라움을 느껴요. 동네마다 슈퍼마켓이 있듯 빈티지 샵들이 하나씩 있거든요. 

은빈 님은 빈티지 가구숍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서 특별히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유념하게 되는 지점이 있나요? 

은빈: 오드플랫의 디자인 작업은 무엇보다도 쉬워야 해요. 이 제품이 얼마나 멋진지, 얼마나 기능이 좋은지, 최신 트렌드와 엮거나 기교를 더하는 방식과는 대척점에 있죠. 미술관에 가보면 그림의 액자 프레임이 화려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예요. 장식적인 요소가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오드플랫의 디자인은 ‘디자인이라고 부르기에도 좀 애매모호하다’라고 느끼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고객들이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면, 저는 디자이너로서 만족할 수 있어요.

오드플랫 뉴스레터의 디자인과 발행을 담당하고 있는 안은빈 디자이너

이 점이 뉴스레터 디자인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요?

지우: 저희가 지향하는 디자인은 ‘편집 디자인’에 가까워요. 그래서 구독자로서 다른 브랜드나 쇼핑몰의 뉴스레터를 받아볼 때도 글이 잘 읽히도록 구성되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되는데요. 오드플랫 뉴스레터도 활자 기반의 읽을거리를 천천히 살펴보실 수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덜어내고, 단순한 디자인일수록 읽기에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내야 할 명분’이 생겨야 보내는 뉴스레터

웰컴 이메일에서 “오드플랫이 주목하는 인물, 공간,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저널의 형태로 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어요. 가구를 취급하는 브랜드에서 어떻게 ‘인물’까지 관심사가 확장될 수 있었나요?

은빈: 어느 날, 쇼룸에 오신 손님에게 “어떤 디자이너를 가장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게 됐는데요. 처음 받는 질문이었지만 어쩐지 편안하게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그런데 대화가 끝나갈 때 즈음, 직원 자아가 발동하면서 ‘이 손님이 우리가 나눈 대화에 더 만족하실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대표님이 계실 때 한 번 더 방문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어요. 

지우: 실제로 이후 그 손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제가 서울 지역은 가구 배송을 직접 다니고는 하거든요. 그 손님이 구매하신 가구를 작업실로 배송해 드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요. 이 일을 계기로 단순히 우리 가게 물건 구매자로서가 아니라 ‘인물’ 자체에 주목할 수 있었어요. 그분이 김서울 이라는 손님이고, 오드플랫 뉴스레터로 내보내는 ‘HOME TOUR’ 콘텐츠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은빈 님이 손님과의 대화 경험이 좋았다고 내부에 공유했는데, 그게 새로운 인터뷰 시리즈로 이어진 셈이군요. 작은 대화에서 출발한 뉴스레터였네요.

지우: 김서울 님과의 대화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재미있더라고요. ‘HOME TOUR’라고 하면 어떤 집이나 작업실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제 생각을 말하는 부분도 굉장히 많아요. ‘HOME TOUR’ 시리즈를 하면서 저라는 사람과 저희 숍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장치가 생겨서 좋았어요. 타인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요?

지우 님이 인물 섭외부터 인터뷰 진행, 사진 촬영, 최종 원고 작성까지 하신다고요. 이렇게 전 과정에 참여할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지우: 학창 시절에 대학생들끼리 모여서 창간한 패션 잡지 <르데뷰>의 에디터 생활을 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는데요. 주어진 지면에 글을 쓰면서 이건 시간은 참 오래 걸리지만 내가 계속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어요. 글과 이미지를 두루 만지는 작업이 재미있어요.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간 김에 카메라만 하나 챙겨가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HOME TOUR’를 통해 인물, 공간,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박지우 대표

브랜드나 쇼핑몰에서 뉴스레터를 보내기 전에 작명의 시간을 가지고는 하는데요. 오드플랫 뉴스레터는 별도의 이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이름에 관한 고민은 없었나요?

지우: 우리가 이름 없는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는 건 이 질문을 듣고서야 자각했습니다.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입장에서 ‘이제라도 이름을 지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별도로 브랜드화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거든요. 오드플랫에서 보내는 뉴스레터는 오드플랫과 분리된 무언가는 아니니까요. 그게 우리고 우리가 그것인 거죠.

발행 주기도 고정되어 있지 않죠. 그래도 이쯤 되면 뉴스레터를 보내야겠다 하는 리듬 같은 것이 있을까요?

지우: ‘지난 1년 동안 몇 통을 보냈더라?’ 그런 게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지는 않아요. 인스타그램은 하루에 포스팅 하나를 올린다는 정도의 의식을 가지고 운영 하지만, 뉴스레터에 임하는 마음은 달라요. 쇼룸에 신제품이 입고됐다고 해서 뉴스레터를 보내지는 않는 거죠. 저희한테는 인스타그램이 매일 마시는 커피라면 뉴스레터는 마주 보는 테이블로의 초대장 같은 거예요. 그리고 초대장이랑 스팸 메일은 상극이죠. 너무 자주 보내거나 명분 없이 보내면 스팸 메일이 되니까, 구독자 분들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줄이자는 게 목표예요. 

콜렉터부터 초심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손님을 만나게 되실 텐데요. 뉴스레터를 만들 때 양쪽을 위한 균형은 어떻게 찾아가고 있으신가요?

지우: 오드플랫은 빈티지 가구의 마니아와 입문자를 따로 구분해서 대하고 있지는 않아요. ‘입문자가 다가가기 쉬운 빈티지 소품 5’ 같은 제목으로 큐레이션 되는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요. 그럴 때 저렴할수록 비교적 입문자의 접근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표현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가격이 높을수록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어떤 제품을 소개할 때 양쪽을 만족시켜 드리기 위해 쉬운 가구, 어려운 가구의 밸런스를 맞춰야겠다는 식의 접근은 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손님 개인의 취향과 예산에 맞춰서 고르시길 바라고요. 빈티지 가구에 갓 이제 관심이 생기신 분들도 ‘난 입문자니까’, ‘난 초심자니까’ 하고 단정 짓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으면 거기에 정답은 없어요. 이건 그저 가구일 뿐이니까요. 

성수동에 위치한 오드플랫 쇼룸

이를테면, ‘입문자를 위한 추천 의자 리스트’를 참고하게 되는 이유는 그 의자가 이미 많은 이들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개성은 없을 수 있지만, 동시에 내가 공간에 그 의자를 들여놓음으로써 어떤 세계에 속했다는 안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우: 얼마 전에 패션모델 출신의 한 방송인이 “남한테 휩쓸리면 안 된다. 내가 좋으면 그냥 입는 것”이 자신의 패션 철학이라고 하는 걸 봤는데, 저는 그게 되게 좋았어요. 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 내가 실패한 선택을 내린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걸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진짜 좋아해서 골랐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빈티지 가구 구매에도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것일까요?

지우: 남들이 내린 선택에 편승해서 그 안에 속해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벗어나서 ‘눈앞에 있는 가구가 내 눈에 좋으면 된 거다’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구매를 해보시면 좋겠어요. 저도 ‘오드플랫은 이런 샵 같다’, ‘지우 씨는 이런 사람 같다’ 종종 이야기를 듣는데 그런 것 하나하나를 평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 완전히 틀린 말일 수도 있으니까요.

빈티지 가구숍이 벌이는 일들
옥션, 오프라인 쇼룸 시네마

빈티지 가구 구매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오드플랫 웹사이트에서 참여할 수 있는 ‘옥션’이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오기도 했는데요. 옥션 시작부터 종료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세요.

은빈: 처음에는 전 직원이 모여서 제품 셀렉을 하고, 선정된 제품군들의 공통점을 찾아서 이를 묶어줄 수 있는 카테고리를 설정합니다. 그리고는 옥션에 사람들을 모객 할 용도로 쓰이는 대표적인 이미지인 콘셉트 아트 작업을 하고요. 모든 준비가 끝나면, 옥션 오픈 알림을 뉴스레터를 통해 보내고 있어요. 웹사이트에서 경매가 이루어지지만 뉴스레터가 중요한 보조 역할을 하고 있고요. 그 이후로 저희는 옥션 참여자분들을 응원하면서 즐겁게 지켜봅니다. 

빈티지 가구를 구매가 아닌 옥션으로 낙찰받는 경험은 무엇이 다를까요?

지우: 해외의 옥션하우스에는 고가의 가구들 뿐 아니라,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숟가락 하나같은 생활 집기처럼 상대적으로 저가의 제품들도 취급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옥션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아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되고 나면, 내가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만날 줄 몰랐던 물건을 구매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빈티지 가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옥션 비딩이라는, 빈티지 가구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빈티지 가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질 수 있고요. 홈페이지에 있는 경매 가이드를 참고 하시면, 부담 없이 첫 옥션에 참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옥션을 통해 빈티지 가구를 만나는 접점과 재미를 늘리고 있는 오드플랫

그런가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재미있는 이벤트가 열렸더라고요. 쇼룸에 모인 손님들이 판매용 의자에 앉아 영화를 보는 ‘오드플랫 시네마’였죠. 어떤 의도로 열린 이벤트였나요?

지우: 준비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이벤트였어요. 저희 쇼룸에는 창문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내부에 해가 들어오지 않을 때 사람들을 모으려면 최소한 가을은 되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해가 다 지고 난 후 메인 조명을 끄고, 플로어 램프와 테이블 램프만 켜놓고서 모여서 영화를 보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를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랑 보는 느낌이었달까요. 감수성이 충만하고 벅차오르는 날이었죠. 

온라인의 뉴스레터와 오프라인의 쇼룸을 넘나들며 고객을 만나고 있는 오드플랫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사람들을 초대해서 함께 보는 경험도 당연히 좋았겠지만, 이 행사의 의도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게 한다’ 였잖아요. 참가자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지우: 서로 다른 스무 개의 의자를 비치해 두었는데요.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다들 원하는 의자에 골라 앉으면서 “이 의자 진짜 편하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근데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또 다른 얘기가 되거든요. 편한 착석감을 주는 의자가 있는 만큼이나 불편한 의자도 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영화를 보시고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니 오신 분들이 서로 자리를 바꿔 앉아 보시더라고요. 그런 게 재미있는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제게 있어 편한 의자의 정의를 내린다면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드는 의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쇼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한데요. 오드플랫의 뉴스레터를 구독한 후 쇼룸 방문을 예정하고 있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지우: 저희는 다음 달 혹은 분기별 계획을 세운다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고 재미있으면 한다는 주의에 가까워요. 우선, 작년에 일회성으로 그쳤던 ‘오드플랫 시네마’의 두 번째 회차를 오는 가을에 꼭 열어보려고 해요. 그 외에도 저와 팀원들이 모두 주얼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관련 행사들을 벌여볼 수도 있고요.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행사는 계속해서 열고 싶습니다. 물론, 행사가 없는 날들에도 내 마음에 드는 가구를 열린 마음으로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언제든 쇼룸에 편히 들러주세요.

<오드플랫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 안은빈 디자이너, 박지우 대표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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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서해인 

편집 | 스티비 한세솔
메인 이미지 | 스티비 이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