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오브뷰 인터뷰, 일상의 창작자를 위한 뉴스레터
뉴스보이 포포가 당신의 메일함을 두드릴 때
Interviewee 김재원, 김민정, 임두희
포인트오브뷰는 창작자의 관점을 통해 바라본 창작의 장면에 존재하는 도구를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와 여의도 더현대서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 1월부터는 뉴스레터 <포포레터> 발행을 시작했습니다.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 김민정 콘텐츠 에디터, 임두희 브랜드 디자이너와 함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뉴스레터를 보내게 된 사연을 들어보았습니다.
새로운 창작을 위한 재료
창작에 관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 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주로 어떤 콘텐츠들을 발행해 왔나요?
포인트오브뷰를 시작한 초기부터 창작에 관한 아티클과 저희가 제안하는 도구에 깃든 역사와 스토리, 영감을 전해주는 예술가의 문장을 홈페이지 ‘저널(JOURNAL)’, 인스타그램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에 비치된 ‘큐레이션 카드’, ‘뉴스페이퍼’ 등을 통해 꾸준히 내보내 왔어요. 2023년부터는 자기만의 관점을 가진 창작자들의 활동과 도구를 조명하는 ‘뷰파인더(VIEWFINDER)’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발행해 왔음에도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22년 11월, 성수동의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을 하면서 포인트오브뷰를 향한 많은 분들의 애정이 더욱 두터워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동시에 저희가 전달하는 콘텐츠를 누가 즐겨 읽고 보아주시는지 구체적인 파악이 어렵더라고요. 그동안은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정중하게 말을 건네는 방식에 가까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혼자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죠. 마침 스티비에서 뉴스레터 발행을 제안해 주셨어요. 그즈음 고민하고 있던 지점을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고요. 다정한 서신이 오가듯 서로의 관점을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뉴스레터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혼자 이야기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장이 될 수 있도록, 기획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쓰신 점이 있나요?
포인트오브뷰를 시작한 2018년부터의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남겨진 거의 모든 고객 리뷰를 찾아봤어요. 취합과 정리에만 한 달이 넘게 걸렸죠. 그동안은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포인트오브뷰를 깊이 이해하고 또 각자의 시선으로 정의하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예를 들어 '포인트오브뷰는 아무렇게 끄적인 낙서 하나에도 당신만의 고유한 관점이 담겨있다고 얘기한다.', '포인트오브뷰를 찾는 이들은 늘 무언가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처럼요. 이 자료들을 토대로 어떤 사람이 뉴스레터의 예비 구독자인지를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죠.
<포포레터>의 캐치프레이즈는 '일상의 창작자를 위한 뉴스레터'입니다. ‘일상의 창작자’는 어떤 이들을 의미하나요?
이러한 명명을 통해 ‘창작’이라는 단어에 담긴 거창한 이미지와 무게감을 덜어내고 싶었어요. 직업과 무관하게 꾸준히 기록하고, 문구를 탐구하는 취미를 갖고 있고, 자신에 대해 표현하길 즐기는 그런 ‘창작자적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라면 모두 다 창작자라고 생각해요. 포인트오브뷰의 역할은 더 많은 분들이 그런 마인드를 갖기를 권유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를 제안하는 데에 있습니다. <포포레터>도 ‘나도 그림을 그려볼까?’, ‘지금부터 기록을 시작해 볼까?’라는 마음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창작의 도구 또는 재료가 될 수 있어요.
커버스토리와 캐릭터
이야기를 비주얼로 보여주기
뉴스레터를 보면 캐릭터 ‘포포’가 눈에 띕니다. 뉴스보이 콘셉트의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포인트오브뷰가 제안하는 창작의 도구 중에는 편지지, 편지봉투, 카드, 엽서, 낡은 장식용 우표가 있어요. 그만큼 저희에게 ‘편지’라는 매체는 무척 익숙한데요. 뉴스레터가 그냥 메일함에 툭 던져진 이메일이 아니라, 정성을 들인 손 편지처럼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뉴스보이 ‘포포’ 캐릭터가 생겨났고요. 포포가 말을 걸어오고, 분주히 움직이며, 받은 메일함에 편지를 배달해 준다는 작은 상상을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었거든요.
웰컴 이메일부터 편지를 열어보는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공들이셨다는 인상을 받아요. 웰컴 이메일만이 가져야 하는 특징이 있다고 보시나요?
웰컴 이메일은 구독자에게 첫인상을 만들어주고, 앞으로 받아 볼 뉴스레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요. 또 저희에게 웰컴 이메일은 포포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기도 했는데요. 하단에 “이만 다음에 부칠 편지에 우표를 붙이러 가볼게요!”라고 말하는 포포를 보면서 뉴스보이가 하는 일을 분명하게 상상하시길 바랐어요. 따뜻한 색감의 편지지, 사과 우표 등의 디자인 요소로 아날로그 감성을 더했고요. 뉴스레터는 제목부터 구성까지의 디테일이 다른 매체보다 더 크게 부각되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웰컴 이메일을 반갑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뉴스레터에 캐릭터를 등장시킬 때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이네요. 포포는 본문 메인 일러스트부터 가장 마지막 코너까지 등장하면서 특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메인 일러스트 속 포포의 움직임에 매 번 변화를 주고 있어요. 첫 호에서는 포포가 누워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2호에서는 신문을 보고 있는 측면이 보여요. 다음 호에서는 프레임을 창문이나 울타리 삼아 반대편을 내다보고 있고요. ‘포스트 박스’(‘POST BOX’) 코너에서는 포포가 구독자의 답장, 피드백을 저희에게 배달해 준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포포 캐릭터는 <포포레터> 초기 구독자를 모집할 때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뉴스레터를 홍보할 때에도 활용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어요.
매 호 다른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과감한 결정은 어떻게 가능했나요?
메인 일러스트를 매번 새로이 제작하는 건 <뉴요커> 매거진 커버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뉴요커>는 표지를 의뢰받은 작가가 해당 호에 실린 아티클이나 당대의 이슈를 자유롭게 해석해서 담는 커버 작업을 지속해 온 매체예요. <포포레터> 또한 메일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일러스트만 보아도 이번 호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차츰차츰 시간이 쌓이며 아카이빙 되는 커버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것 같아요. 현재는 임두희 디자이너가 이 작업을 전담하고 있지만, 추후 다른 작가분들하고 협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포인트오브뷰 공간 내부 색감은 영화 <팬텀 스레드>로부터, LCDC 내 DOORS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문 콘셉트로부터 영향을 받으셨다고요. <포포레터> 기획에도 도움이 되었던 콘텐츠가 있나요?
뉴스보이 포포 캐릭터를 만들 때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에 등장하는 뉴스보이들의 모자, 가방, 옷, 동작이라든가 영화 <일 포스티노>의 주인공인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느낌을 참고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진 인물들을 기반으로 몇 차례의 이미지 변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캐릭터가 탄생했어요.
<포포레터>는 매월 한 번씩 발행되고 있어요. 발행주기를 월간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자주 발행하기보다는 매 호 콘텐츠의 밀도와 퀄리티를 높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공개해 왔던 ‘뉴스페이퍼’나 공식홈페이지 ‘저널’을 뉴스레터에 그대로 활용하는 대신 <포포레터>만의 무언가를 찾아서 뚜렷하게 나아가길 바랐고요. 지금은 차후 1년을 위한, 12개 주제를 모두 정해둔 상태이고, 각각의 주제에 따라 코너 구성과 흐름에 유동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어요. 전체 흐름을 먼저 잡고, 필요한 코너가 있다면 추가하거나 덧붙여 나가는 식이죠.
4월부터는 정기 발행되는 뉴스레터 외에 <엑스트라(EXTRA!)>라는 이름의 번외 편도 함께 보내시고 있죠?
월간 발행을 하다 보니 오프라인 행사 및 팝업 개최 소식 등을 바로 전하지 못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비정기적으로 <EXTRA!>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EXTRA, EXTRA!”는 뉴스보이들이 거리를 뛰어다니며 급한 소식이나 중요한 뉴스를 전할 때 외치는 말인데요. “호외요, 호외!” 같은 거죠. <EXTRA!>에서는 땀을 흘리며 소식지를 들고 가는 포포의 모습을 보실 수 있어요. 앞으로도 <EXTRA!>를 통해 빠르고 간단하게 소식들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가까이 다가가기
‘디렉터스 노트, 인사이드(Director’s Note, Inside)’ 코너를 통해 포인트오브뷰 내부 이야기를 한층 더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코너는 브랜드를 궁금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만들어졌나요?
앞서 말씀드린 고객 리뷰 전수 조사 작업을 통해 김재원 대표와 내부 스태프, 포인트오브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코너에서는 구독자분들이 브랜드에 관해 가지고 있는 질문들을 해결해 드리고 더 가깝게 소통하면서 거리를 좁히고 싶었어요. 또 저희 스태프들이 각자의 업무와 일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창작의 도구들을 보여 주고 싶기도 했고요.
구독자의 피드백을 통해 서로가 더 가까이, 친밀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느끼시나요?
‘문구’, ‘책상’을 주제로 초반 레터를 풀어나갔는데요. 좋아하는 문구에 관해 들려주신 분, 어릴 적 문구점에 가서 겪은 흥미로운 일화를 적어주신 분, 자신의 책상 위 물건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알려주신 분들이 여럿 있었어요. 구독자와 저희가 기대 이상으로 가까이 연결되고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놓치지 않으려는 성실한 마음이 문구를 향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재밌는 인터뷰도, 소중한 사연들도 감사히 보았습니다.” - <포포레터> 구독자 피드백 중
2호에는 고객이 매장에서 작성한 ‘키워드 카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연결의 관점에서 이 기획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보통 문구점에 가보면 펜이 잘 써지는지 확인하는 시필지가 있잖아요. 저희는 텅 빈 종이 대신, 간단한 질문이 담긴 ‘키워드 카드’를 매장에 비치해 두었어요. 누구나 답변을 쓰는 과정에서 평소 생각을 정리해 보고, 동시에 저희가 제안하는 펜이 얼마나 잘 써지는지도 경험해 보실 수 있도록요.
적지 않은 고객분들이 채워주신 키워드 카드를 온라인 ‘아카이브(ARCHIVE)’에 쌓아왔는데요. 이 기획을 통해, 저희 팀원들이 그 답변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 남긴 자신의 흔적을 <포포레터>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되신다면, 더 직접적인 연결감을 느끼실 수도 있을 테고요.
지난 연말에 스티비 이메일 마케팅 세미나에 참석하셨다고요.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는 실무자들의 이야기는 <포포레터>의 시작에 어떤 식으로 참고되었나요?
오프라인 공간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온라인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네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는데요. 모두 뉴스레터를 통해 자사의 제품과 직결된 이야기만 하기보다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나간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연사분들이 지향하는 방향에 공감하면서, 저희가 건넬 수 있는 이야기의 방향성을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첫 호를 보내고 난 후, 읽을거리가 풍부하다는 구독자 피드백을 받게 됐어요.
<포포레터> 또한 제품을 홍보하기보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주력하시고 있죠.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고자 한다면 뉴스레터는 비효율적인 툴이라는 게 저희의 의견이에요. (웃음) 한 달간 뉴스레터 발행을 하기까지 들이는 에너지를 다른 채널에서의 광고 집행 작업에 쏟는다면 제품 판매나 매출의 증가로 이어질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분들이 일상에서 창작 활동의 즐거움을 누리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경험을 늘려나가시길 바라는 진심을 담아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끝으로, 일상의 창작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창작의 도구가 선명한 잉크, 글자가 적히는 종이라고만 보지는 않아요. 에너지를 솟게 만드는 플레이리스트, 무언가를 하고 싶은 기분을 안겨주는 초콜릿, 다른 창작자들의 문장 한 줄도 모두 창작의 도구가 될 수 있죠. <포포레터>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 뉴스레터가 또 다른 창작의 도구로서 영감이 되어주고, 새로운 창작 활동의 물꼬를 틔우는 데 보탬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서해인
편집 | 스티비 이루리
메인 이미지 | 스티비 이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