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 인터뷰, K-패션과 사랑에 빠진 일본 고객에게 다가가는 법
이메일 오픈율은 일본에서 10배 이상 높을 때도 있어요
Interviewee 조아람
얼마 전 “K 붙으면 일단 호감, 한류에 빠진 日 MZ”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최근 일본 시장에서는 K가 붙으면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사뿐(SAPPUN)은 이메일로 K-패션에 관심이 많은 일본 고객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온 슈즈 큐레이션 브랜드입니다. 브랜딩도, 매출도, 국내 고객도, 해외 고객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고 진솔하게 말하는 조아람 마케팅팀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객 리뷰를 활용하고, 충성 고객과 관계를 맺으려면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뿐 명동 스테이지는 우선 이름이 독특합니다. 이곳은 어떤 특징을 가진 매장이고, 또 어떤 분들이 주로 찾아주시나요?
이곳은 ‘Hit the stage!’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출발한 사뿐의 5번째 오프라인 매장이에요. 매장이 일종의 무대이고, 고객이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드릴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매장이 위치한 지역 특성상 다양한 국가에서 들러주시는데, 국가별 방문객 비중은 중국, 싱가포르, 일본 순입니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몽골 등 중동국가 분들의 방문도 크게 늘었고요.
사뿐 웹사이트는 12가지 언어 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으시더라고요. 조금 놀랐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고객층을 두루 염두에 둔 브랜드라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다국어 서비스는 매출을 고려한 결정이에요. 홈페이지와 여러 디지털 데이터를 고려할 때 현재 주요 타깃 국가는 일본, 동남아인데, 2024년 기준으로 SNS 광고를 집행했을 때 가장 광고 효율이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입니다. 그런데 매출의 비중이 높은 국가가 언제나 고정적인 건 아니라고 봐요. 내부의 예측과 달리 앞으로 어떤 국가에서든 사뿐이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먼저, 국내 고객 대상으로 보내는 뉴스레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홈페이지에 쌓인 고객 리뷰를 이메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더라고요.
사뿐의 고객 페르소나는 자연스러운 화장을 즐기면서 명품보다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는, 나에게 어떤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이 써주신 제품 리뷰는 구매를 고민하는 다른 고객 분들의 입장에서도 ‘직원 추천’, ‘마케터의 픽’ 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마케팅팀과 운영팀이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실시간으로 판매량이 좋은 상품이나 할인폭이 큰 상품들을 선별해서 프로모션 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요.
홈페이지의 VIP/VVIP 고객만 받아볼 수 있는 뉴스레터를 보내기도 하셨죠.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만큼 충성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가요?
고객 분들 중에는 사뿐의 합리적인 가격, 빠른 배송 서비스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잖아요. 근데 ‘더 저렴하게, 더 빠르게’를 제공하는 경쟁 브랜드가 있다면 고객이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팬층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뿐이 어떤 브랜드가 되길 추구하는지 들어줄 수 있는 고객들이요. 그래서 VIP/V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뉴스레터를 보내게 됐습니다. 또, 신상품을 최초 공개하는 등 받아 보시는 분들이 챙길 수 있는 혜택도 놓치지 않으려 했어요.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매일 프로모션 이메일을 발송하셨더라고요. 개별 이메일의 제목이 동일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설을 세워보고 일주일간 테스트를 하신 것 같았는데, 눈에 띄는 지표가 있었나요?
결과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발송한 이메일의 평균 오픈율은 약 6% 정도 낮았어요. 그런데 수신 거부율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고요. 언뜻 생각해 보면 메일을 매일 받는 게 고객의 입장에서는 피로감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지표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다가오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위한 제품 프로모션은 이메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볼 예정인데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걸 테스트를 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브랜딩과 매출 두 마리 토끼를 자동 이메일로 잡을 수 있어요
사뿐은 최근 일본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 이메일을 체계적으로 쓰고 있으시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어떤 자동 이메일을 보내시고 있나요?
총 네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1) 웰컴 이메일은 자사몰에 가입한 신규 고객 대상으로 보내는 첫인사예요. 이후 2) 브랜드 스토리 이메일을 보내면서 브랜드의 탄생 배경을 알려 드립니다. 텍스트 콘텐츠를 꼼꼼하게 읽어주시는 일본 고객 분들과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장치죠. 이렇게 브랜딩을 위한 자동이메일도 있지만, 저희에게는 매출도 절대적으로 중요해요. 고객의 생일 기념으로 쿠폰이 발급되었음을 알리는 3) 생일 축하 이메일이 가장 반응이 좋고, 매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4) 미구매자 대상 이메일이 있는데요. 가입 후 7일 이내에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내고 있어요.
말씀하신 자동 이메일들은 처음부터 세팅이 되어 있었나요? 아니면 점진적으로 늘려가시게 됐나요?
후자예요. 처음에는 웰컴 이메일, 브랜드 스토리 이메일만 보냈는데요. 스티비가 세그먼트, 트리거 등을 적용할 수 있는 자동이메일 옵션이 직관적으로 되어 있고 정말 이용하기 편리해요. 기능을 좀 더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후 생일 축하 이메일, 미구매자 대상 이메일을 추가했습니다.
자동 이메일이 아니라, 일본 고객 대상으로 일반적인 마케팅 이메일을 보낼 때에는 어떤 점을 신경 쓰시나요?
해외 고객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낼 때는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저도 나름대로는 어학 공부를 하고 있지만, 회사 내부에 이메일 초안을 일본어로 번역해 주시는 직원분들이 계시거든요.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쉽게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 혹은 꼭 피해야 하는 표현 같은 걸 검수해 주시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좋은 점도 있어요. 일본과 한국은 시차가 크지 않아서, 정규 업무 시간대에 이메일 발송을 마칠 수 있다는 점이죠. 주로, 평일 점심시간대와 오후 5시를 오가며 보내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만나본 일본 고객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일본 고객들은 브랜드나 서비스에 직접적인 피드백을 잘 안 하시는 편이에요. 또, 개인 정보 활용에도 민감하시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수집이 필수인 이벤트를 진행할 때도 약간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도 오픈율과 클릭률 모두 국내에 비해 일본이 훨씬 높거든요. 오픈율 같은 경우 많게는 일본이 10배가량 높을 때도 있었고요.
평균 오픈율이 높다면 마케터 입장에서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해볼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요. 최근에 새로이 적용해보신 이메일 마케팅의 사례가 있나요?
회원가입 후 장기간 구매 내역이 없는 일본 고객 대상으로 인기상품을 30~40% 할인율로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 메일을 발행했는데요. 이미 저관여로 돌아선 고객에게 큰 혜택을 부여하기 보다는 신규가입 후 7일 이내 고객의 첫 구매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국내 고객에게도 마찬가지로 이 지점을 적용 해보려 해요.
일본 쇼핑 플랫폼 ‘라쿠마’가 진행한 “어느 나라 패션이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나?”라는 조사에서 일본 여성들이 1위로 꼽은 나라가 한국이었다고 해요. 왜 이렇게 K-패션이 일본에서 사랑을 받는 걸까요?
저도 최근에 흥미로운 자료를 봤는데요. 10대 일본인 4명 중 3명이 한국 패션을 참고한다는 거였어요. SNS로 마주하게 되는 한국 유저들의 피드를 보면서 자신의 스타일링에 가볍게 참고하는 게 일본 고객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거죠. 또, 케이팝의 영향력도 빼놓을 수 없어요. 사뿐의 가로수길 지점 인근에 ‘탬버린즈 신사 플래그십스토어’가 있어요. 거기에 ‘제니 포토월’이 있거든요. 해외 고객분들이 끝도 없이 줄을 서서 사진을 촬영하시더라고요. 역사가 깊은 건축물이 아닌데도 ‘제니 포토월’ 하나만 보고 오시는 고객분들이 있다는 것도 K-패션에 대한 열정을 담은 상징적인 징후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어주실 사뿐의 글로벌 고객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올해 사뿐은 ‘K CON LA’와 ‘K CON JAPAN’에 부스로 입점해서 글로벌 고객들을 만났어요. 저는 ‘K CON JAPAN’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저희를 높은 텐션으로 반겨주시는 고객 분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K-패션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해외 고객들을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생겨날 수 있도록 여러 바이어들과의 만남을 가지고 있으니, 여러분이 계신 곳에서 사뿐과 만나게 될 시간을 기다려주세요.
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서해인
편집 | 스티비 신혜지
메인 이미지 | 스티비 이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