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어글리어스, 언젠가는 ‘채소 헤이터’를 만나고 싶어요
‘싫어요’를 ‘기특해요’로 바꾸는 뉴스레터
‘싫어요’를 ‘기특해요’로 바꾸는 뉴스레터
interviewee 권성현, 김주연
반갑습니다.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성현: 어글리어스 마케터 성현입니다. 어글리어스의 초기 멤버로서 뉴스레터 <월간 못난이>의 초기 기획을 맡았습니다.
연주: 성현님과 같은 팀에서 일하는 마케터 연주입니다. 어글리어스에 합류한 지는 이제 다섯 달 정도 되었고요. 입사 직후부터 뉴스레터 <월간 못난이>를 담당하고 있어요.
“한 사람이라도 더 채소를 기특하게 여기도록”
<월간 못난이>의 첫 호가 2021년 10월에 발행되었죠. 어글리어스가 채소 박스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 지 거의 1년이 되었을 시점이더라고요.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으셨나요?
성현: 그때가 저희에게 전환점이 되는 시기였어요. 격주 단위의 배송만 가능하던 정기 구독 서비스에 매주 배송 옵션이 추가되었고, 그즈음 공식 홈페이지 리뉴얼도 이루어졌고요. 동시에 그간 우리가 어떤 콘텐츠들을 만들어 왔는지 살펴보았는데요. 보다 더 긴 호흡의 이야기가 들려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죠.
어글리어스에서 기존에 만들고 있던 콘텐츠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연주: 많은 분들이 저희 브랜드를 처음 접하게 되시는 창구가 SNS예요. 공식 SNS를 통해서는 채소 박스로 배송 예정인 ‘이주의 채소 목록’, 특정 채소의 사연을 살펴보는 ‘못난이 이야기’ 등의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이미 서비스를 이용중이신 분들을 위한 콘텐츠로는 채소 박스 배송 시 한 장씩 동봉해드리는 ‘레시피 페이퍼’가 있었고요.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물류·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마케팅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시기를 맞이하셨던 거죠. 그 시기가 되면서 고객들에게 새롭게 제안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나요?
성현: 박스로 배송을 받게 되면 그 안에 다양한 종류의 채소가 있잖아요. 그런데, 알러지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특정 채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희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거부감을 기특함으로 바꾸는 일이었어요. 여전히 한 분이라도 더 채소를 기특하게 여기시도록 만들고 싶어요.
‘채소를 기특하게 여긴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런 목표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현: 언젠가 저희가 사과에 관한 사연을 담은 뉴스레터를 보낸 후에 “배송받은 사과가 되게 예쁘게 보이더라, 심지어 기특하게 느껴지더라”는 반응을 보여주신 구독자가 있었어요. 고객의 반응이 저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로 이어진 경우예요.
제목에 ‘월간’이 붙어있잖아요. 발행 빈도에 대한 약속이 포함된 것인데요. 뉴스레터를 조금 더 자주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셨던 적은 없으셨나요?
성현: 한동안 제가 혼자 마케팅을 해와서 현실적으로 ‘월간’이 가장 빠른 주기였다고 판단했어요. 일단 시작은 했는데 사실 저는 ‘이거 분기별로 보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으로 휴재를 결정하게 됐죠. 전반적으로 뉴스레터 재정비 기간을 가지게 됐는데, 때마침 연주님이 저희 팀에 합류해주셨고요. 연주님은 저보다 뉴스레터와 훨씬 더 친한 분이었어요. 수많은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으시더라고요.
연주: 맞아요. 저는 평소에 다양한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성현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으로는 ‘조금 더 자주 보내도 할 만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웃음) 하지만 논의 끝에 발행주기는 계속 월간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사내의 1인 마케터로 있다가 팀원을 만나게 됐을 때 너무 신나셨겠어요. 그전까지, 혼자라도 뉴스레터를 운영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성현: 그건 정말 스티비가 초기 스타트업의 마케팅 담당자가 쓰기에 좋은 툴이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에디터가 쓰기에 편리했고, 원하는 디자인 레이아웃을 금방 찾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더 나은 방향으로 자주 업데이트를 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서비스를 쓰면서 초반에 한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스티비 고객센터에 건의해볼까 싶으면 다음에 바로 업데이트가 되어 있더라고요! 일단 저 혼자 스티비로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가, 조금 더 친근한 콘셉트로 구독자에게 다가갈 방법을 두 사람이 함께 고민했고요. 재정비 기간 이후에는 연주님이 뉴스레터를 전담해주시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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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의 페르소나는 발행인인 ‘나’”
<월간 못난이>는 구독자 모집 페이지에서 누가 이 뉴스레터를 구독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주고 있죠. ‘건강 꿈나무’와 ‘프로갓생러’라는 타깃을 어떻게 떠올리시게 됐나요?
연주: 저는 어글리어스에 합류하기 전부터 채소 박스를 배송받고 있던 고객이었어요. 그래서, 저희 서비스 고객의 페르소나를 생각할 때 저를 빗대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하자면, 현재의 저는 ‘건강 꿈나무’이고, 제가 바라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 ‘프로갓생러’인 거죠.
연주님은 언젠가 ‘프로갓생러’가 되고 싶으신 거군요. 그런데 ‘건강해지기’와 ‘갓생살기’가 모순되는 두 가지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갓생을 살다 보면 건강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되지 않을까요?
연주: 제가 모델로 삼고 있는 주변의 ‘프로갓생러’들은 일과 삶을 동시에 챙기는 사람들인데요. 물론 너무 바쁜 생활을 하다 보면 건강을 소홀히 하게 되죠. 이런 분들에게 <월간 못난이>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은 ‘일’보다는 ‘생활’쪽에 있어요. 너무 자주 귀찮게 하는 건 아니고 한 달에 한 번만 ‘우리 다시 건강한 생활을 만들어가자’고 말을 걸어드리려고 해요.
성현: 타깃은 최대한 구체적이되 그 범위를 좁히려는 건 아니었어요. 두 집단은 언뜻 보면 상반된 가치를 원하는 사람들 같지만, ‘우리와 함께라면 둘 다 할 수 있어요’라고 격려하고 싶었어요.
앞서 언급된 분들 외에 앞으로 꼭 만나보고 싶은 구독자층이 있나요?
연주: 만나기 쉽지는 않겠지만, ‘채소 헤이터’(hater) 분들이요! 그분들이 저희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채소로 된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고 싶어요.
<월간 못난이>의 구독자가 된 채소 헤이터 분들의 피드백이 궁금해지는데요. 이제 본문에 담긴 콘텐츠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최근 뉴스레터에서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는 법’, ‘새벽 배송 마켓 비교’ 등의 소재를 다루어주셨어요. 이런 소재들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연주: 기본적으로 어글리어스에 대해 고객분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으신지 시장 조사를 하는데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 스스로를 저희 서비스 고객의 페르소나로 두고 있기 때문에 제가 평소에 무심코 하는 대화들도 돌아보는 편이에요. ‘고물가’는 지난달에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오르내리던 주제였어요. 점심을 사 먹을 때, 퇴근하고 장을 볼 때, 늘 이것도 비싸고 저것도 비싸다는 말들을 입버릇처럼 했거든요. 이 부분은 다른 구독자분들도 공감해주실 거라 생각해서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는 법’ 편을 보내게 됐죠.
‘새벽 배송 마켓 비교’ 편은 어글리어스 채소 박스와 동일한 품종의 채소를 동일한 중량으로 타사 마켓에서 주문해서 서로 가격을 비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 콘텐츠의 비하인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연주: 이 콘텐츠는 VOC(voice of customer)에서 출발한 콘텐츠예요. 저희는 채소 박스 배송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분들에게 ‘구독 해지 사유’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는데요. “우리 집 앞 마트에서 사 먹는 게 훨씬 더 저렴한 것 같아요”라고 하신 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주문해 본 거죠. (웃음) 이 주의 채소 박스를 기준으로 다른 곳에서 구매했을 때와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비교하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채소 박스 구독을 해지하셨던 분이 부디 꼭 읽어주셔야 하는 레터였네요. 사실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다수 브랜드가 ‘재구독률’에 관한 고민을 하시고 있을 거예요. 뉴스레터가 서비스 재구독률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연주: 맞아요. 재구독률을 높이는 건 저희 팀의 주요한 미션 중 하나예요. 그래서 더욱 VOC가 중요하고요. 해지를 결정하셨더라도 저희 브랜드에 관심과 애정을 담아 장문의 의견을 들려주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저희의 서비스가 무엇이 부족하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알 기회니까요. 기쁘게도, 그 뉴스레터를 보고 채소 박스를 재구독했다고 알려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서비스의 해지 과정, 고객 문의 센터 등을 통한 VOC뿐 아니라,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구독자의 목소리를 종종 듣게 되실 텐데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으시나요?
연주: 올해 구독자 애칭 콘테스트를 통해 구독자 이름을 어글리어스(Uglyus)와 유니언(Union)의 합성어인 ‘어니언’이라고 정했는데요. 어니언은 저희 서비스의 고관여 고객이에요. 아직까지 부정적인 피드백보다는 응원의 한마디가 많았어요. 어떤 의견을 보내주시던 듣고 반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가끔 뉴스레터의 소재를 제보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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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판단이 들어간 단어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아요”
어글리어스는 무슨 이야기를 시작하든 늘 채소를 중심에 두게 되잖아요. <월간 못난이>의 채소 이야기는 다른 F&B의 브랜드가 전하는 채소 이야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연주: 저희가 취급하는 채소들의 종수가 무척 많은데요. 그렇다고 채소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건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글리어스는 채소를 기르는 산지부터 채소 박스로 구성되기까지의 단계를 잘 파악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자연스레 ‘채소 박스’로서의 매력을 보여드리는 방법을 고민해요. 채소 하나하나가 가진 특징보다는 점점 채소 박스로 모였을 때의 궁합과 조화를 찾아보게 되고요. 그게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종류의 이야기 같아요.
‘채소’가 아니라 ‘채소 박스’가 콘텐츠의 기본 단위가 되는 거네요. 뉴스레터에서 농가의 농업인 분들 인터뷰를 담으실 때도 있는데, 그럴 때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성현: 채소 박스를 구매하는 게 실제로 산지의 농부님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고객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어요. 그래서 생산자의 인터뷰도 담기 시작했고요. 어글리어스의 중요한 정체성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 있어요. 저희는 친환경 농업을 도입한 산지의 농업인들이 떠안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먼저 듣고 정리합니다. 동시에, 그런 메시지가 지나치게 무겁게 전달되거나 혹여나 소비자의 죄책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어요.
어글리어스는 채소의 ‘예쁜’ 외양, ‘표준적인’ 사이즈 등을 두고 그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꾸준히 말하고 있잖아요. 시장에서 통용되는 미적인 기준을 공고히 하는 브랜드는 아니라는 인상을 받게 되어요. 뉴스레터를 포함해 온라인상의 콘텐츠를 만들 때 공통적으로 고려하시는 기준이 있을까요?
성현: 가치 판단이 들어간 단위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않으려 해요. 가급적 채소의 생김새를 묘사할 수 있는 단어를 활용하는 거죠. 이를테면 사이즈가 불균질한 채소는 ‘울퉁불퉁한데 우람하다’, ‘올망졸망하다’ 등으로, 겉면이 얼룩덜룩한 채소는 ‘다채로운 옷을 입었다’ 등으로 표현해요. 이런 단어들을 귀엽게 바라봐 주시는 것 같아요.
혹시 사전을 가까이에 두시나요? (웃음) 관성적으로 쓰게 되는 말 대신 우리말로 된 단어를 계속 찾아보게 되는 식이네요. 마지막으로, 아직 <월간 못난이>를 만나지 못한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연주: 채소를 유난히 맛없고 따분한 존재라고 여기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런 분들이 선뜻 처음부터 어글리어스 채소 박스 정기 구독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으실 텐데요. 그렇다면, 한 달에 한 번씩 채소 이야기를 해주는 <월간 못난이>부터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 그렇게 조금씩 친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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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며
제게는 금요일을 기다리게 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지만 주말을 하루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눈을 뜨자마자 문 앞에 배송된 어글리어스 채소 박스를 만나게 되는 날이기 때문이에요. 박스를 열고는 모양과 크기, 과잉 생산의 이유로 폐기될 뻔했던 채소들이 각각 어떤 이유로 구출되었는지 적혀있는 레시피 페이퍼를 속독합니다. 그리고나서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테이블 위에 펼쳐진 채소들을 손을 최대한 위로 뻗어서 찍은 뒤, 부엌 곳곳에 착착 수납을 시작하죠. 어쩌다 이런 생활양식을 가지게 됐는지 생각해봅니다. 무인도에 가져가야 할 단 한 가지의 채소를 꼽을 만큼 좋아하는 채소는 없는데도요. 다만, 몇 번의 금요일 아침이 쌓일 때마다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하게 되는 채소가 줄어든 건 분명합니다.
<월간 못난이>는 ‘싫어요’를 다른 말로 바꾸어가는 뉴스레터입니다. 매달 세 번째 월요일, 달력을 넘기듯 이 뉴스레터를 구독해서 읽어보세요. 그러다 보면, 우리가 즐겨 쓰는 단어도 조금씩 달라질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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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로컬스티치 서교 2호 지점
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서해인, 스티비 마케팅 팀(룰, 세솔)
편집 | 스티비 마케터 세솔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