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고독단, 인생의 답답함을 살살 풀어줄 책 한 권

뉴스레터는 그동안 닿기 어려운 독자를 만나기 위한 노력이에요.

보낸사람: 고독단, 인생의 답답함을 살살 풀어줄 책 한 권

지난해 4월, 출판사 창비는 처음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이메일로 책을 소개하는 ‘북레터’, 이름은 <고독단>인데요.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 ‘고단장’으로도 잘 알려진 뉴스레터입니다. 단, 5분 안에 구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소화했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그 책을 통해 일상의 고민을 치유하고 위로하겠다는 따뜻한 야심이 뉴스레터 <고독단>에는 스며있어요. <고독단>의 발행 과정과 기획 방향, 그리고 ‘고단장’이라는 캐릭터의 탄생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Interviewee
이정원, 이해인 ᛁ 창비 <고독단>


“한 권의 책을, 정제된 형식의 글로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두 분, 그리고 <고독단> 북레터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정원: 안녕하세요. 창비 홍보부 이정원입니다. <고독단> 레터에서는 ‘가든’이라는 이름으로 구독자 분들과 만나고 있어요. <고독단>을 기획하고 레터를 작성합니다.

해인: 안녕하세요. 저는 ‘고단장’을 그리고 <고독단> 레터에 ‘도리’로 등장하는 이해인입니다. 현재는 창비 문학편집부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고민 해결 독서단(이하 ‘고독단’)은 ‘나의 마음 근육을 키우는 5분 독서’라는 컨셉으로 주 1회 발행되는 책 추천 뉴스레터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관심 있는 주제나 의문들에 대해 함께 읽어 보면 좋은 책을 골라 소개합니다.

요즘 출판사 뉴스레터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발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정원: 네, 저도 일전에 인터뷰하셨던 민음사 <《한편》의 편지>를 구독하고 있어요. 인터뷰도 재미있게 읽었고요. 말씀하신 대로 최근 출판사들이 다양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 듯해요.

창비에서도 <고독단> 뿐만 아니라 인문학 신간을 소개하는 <인문학 레터>라는 뉴스레터도 발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라는 새로운 뉴스레터도 시작했는데요. 뉴스레터로 발송한 원고들을 묶어서 책으로 만드는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그러고보니 모두 스티비로 발행하고 있네요.

창비의 다양한 뉴스레터 중, <고독단>이 가장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두 분이 처음 기획하신 걸까요?

해인: 둘 다 홍보부 소속이었을 때, 처음으로 <고독단>을 만들었어요. 그때 원고도 직접 쓰고, 일러스트도 그리면서 ‘고단장’이라는 캐릭터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편집부로 소속을 옮기면서, 이전처럼 <고독단> 뉴스레터의 전반적인 발행 과정에 모두 참여하고 있진 않아요. 그래도 여전히 <고독단>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담당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소개, 『리틀 산타』 소개 | <고독단> 마스코트 고단장을 활용한 일러스트 ⓒ 이해인

<고독단>은 창비 신간을 홍보하는 뉴스레터로 알고 있는데요, 뉴스레터라는 형식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정원: 사실 신간을 홍보하고자 <고독단>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창비는 이미 SNS,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책을 홍보하고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는데요, 창비는 종합 출판사인지라 굉장히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는 채널 만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권의 책을, 정제된 형식의 글로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우연히 스티비를 알게 되면서 책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새로운 루트로 ‘뉴스레터’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고민을 해결한다’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정원: 뉴스레터 <고독단>은 ‘창비’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다른 SNS 계정보다 공식 채널이라는 인식이 덜 해요. 덕분에 저희끼리 소소하게 재미있게, 아이디어를 내면서 다양한 기획을 시도해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고민 해결 독서단’이라는 콘셉트도 나왔고요.

가까운 친구에게 좋아하는 책을 소개해주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갖는 고민과 연결된 책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주고 싶었거든요. ‘고민 해결 독서단’을 줄이면 <고독단>으로 부를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고독단>이라는 명칭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단장을 중심으로 집결하는 어떤 집단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의미인 ‘고독함’이라는 정서도 생각나고요.

정원: 맞아요. 그런 중의적인 표현을 의도하기도 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단’ 자로 끝나면 구독자분들을 단원들이라고 지칭할 수 있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명칭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이때 단장을 ‘고단장’이라고 칭하고 나니 자연스레 고양이 캐릭터가 연상되었는데요, 뉴스레터 ‘뉴닉’을 보고 저희도 일러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러스트가 나오니까 뉴스레터에 집중이 더 잘 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리고 해인씨가 ‘고단장’을 만들어주셨죠. ‘고단장’이 없었다면 <고독단>이 여러모로 허전했을 것 같아요. (웃음)

맞아요, 저도 고양이 일러스트로 <고독단>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해인: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어요. 홍보부에 있을 때 뭔가 재밌는 걸 해보고 싶은 마음에 토끼랑 곰돌이 같은 캐릭터를 그려서 작은 홍보를 몇 차례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 독자 분들 반응이 의외로 좋았어요. 왜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보다, 가볍게 그린 그림도 인기가 많잖아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동료들 사이에서 제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면서, 지금은 매주 ‘고단장’을 그리게 되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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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긴장감과 책임감을 안고 진행하고 있어요”

<고독단> 기획부터 발행까지 총 몇 분이 참여하시는 지 궁금해요.

정원: 지금은 총 5명이 참여하고 있고, 매주 돌아가면서 한 명씩 원고를 쓰고 있어요. 초반에는 책 읽는 시간 외에 원고 작성하는 데, 하루가 넘게 걸리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지금은 다들 익숙해져서 작업하는 데 평균 3~4시간 정도 걸립니다.

매주 선정하시는 키워드가 ‘MBTI’, ‘부캐’, ‘번아웃’ 등 요즘 막 떠오르는 주제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정원: 각자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있어요. 다만,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들이 다들 홍보부에 속해있다 보니 최근 이슈에 관심이 많아, 시의성 있는 키워드가 선정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부서 회의를 통해 아이템과 책을 정했는데, 요즘은 담당자가 직접 관심 있는 주제와 책을 선정해서 소개하고 있어요. 어린이 그림책부터 동화, 시, 소설, 인문 교양서까지 매우 다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회사의 주요 신간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내가 정말 소개하고 싶은 책, 읽어봤는데 재미있었던 책들을 좀 더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주제를 선정해요. <고독단> 자체가 지향하는 바가 각자의 취향이 담긴 콘텐츠이기도 하니까요.

[2021.01.13] 🐾본캐를 잡아먹은 부캐 이야기, [2020.12.02] 🐾혹시 저도 번아웃이 아닐까요? ‘부캐’와 ‘번아웃’을 키워드로 선정한 뉴스레터

담당자가 직접 책을 선정하면 여러 장점이 있는 한편, 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매주 발행되는 책 리스트에 모두 동의하는 편인가요?

정원: 책 선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경우는 없었어요. 회사의 신간이라 할지라도 담당 도서가 아니면 못 읽는 경우가 많은데, 뉴스레터 원고로 책을 추천받으면서 읽고 싶어 지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요. 그러면서 모두의 독서력이 상향평준화되어가고 있달까요? (웃음)

만약 저 혼자 원고를 계속 써야 했다면, 혹은 정해진 틀 내에서만 책을 추천하고 소개해야만 했다면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거예요. 여러 담당자가 함께 만들면서도 서로의 추천을 신뢰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콘텐츠가 훨씬 다채롭게 채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해인: 가끔 ‘나라면 이번에는 이 책을 소개했을 덴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물론 있죠. 하지만 좋을 때가 더 많아요. 제가 이미 읽었던 책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새로 알게 되는 점도 많으니까요. 유독 재밌기도 하고요. 종종 제가 담당한 책이 <고독단>에서 소개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다른 의미로 매우 기쁘답니다.

뉴스레터 콘텐츠 선정에 자유로운 편이네요.

정원: 네, 회사에서도 크게 개입하지 않아요. 정말 저희끼리 소소하게 재밌게 하자며 시작한 거라서요. 공식 채널이 아니니까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선정하는 과정도 매우 자유로웠던 거죠. 그래서 이렇게 귀여운 일러스트도 쓸 수 있었고요.

일러스트 작업 과정도 궁금해요. 특히, <고독단>의 키워드로 ‘5분 독서’가 있는데요, 5분 안에 책의 핵심 구절을 뽑아서 보여주는 것만큼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것 같거든요.

해인: <고독단> 초안이 나오면 제게도 원고를 동시에 보내주세요. 그럼 일주일 동안 그림을 그려서 다시 전달하죠. 아무래도 담당자가 여러 명이다 보니까 가이드가 조금씩 달라요. 매우 세세하게 디렉션을 주시기도 하고, 전체적인 톤만 정해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저도 그때그때 다르게 작업해요.

정원: 해인님이 홍보부 출신이신 데다가 현재는 편집자로 일하고 계셔서 원고를 잘 이해하고 일러스트에 반영해주세요. 특히 회사에서 나오는 책에 관해서는 전반적으로 잘 알고 계셔서 모두 신뢰하고 있어요. 이런 게 내부에서 함께 일하는 장점 같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고독단> 발행이 단순히 홍보 업무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뉴스레터 담당자분들끼리 나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정원: 맞아요. 신간뿐만 아니라 구간들도 다시 읽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일이긴 하죠. (웃음) 저희가 뉴스레터를 돌아가면서 쓴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한 번은 독자 분이 ‘<고독단> 기획자분들이 최근에 많이 힘들어 보이신다.’는 피드백을 주신 적이 있어요. 뉴스레터의 주제가 저희도 모르게 죄다 무기력, 번아웃, 코로나 블루…. 이런 쪽을 향하고 있었거든요.

뉴스레터를 통해서 기획자들의 고단함을 들켜버렸군요. (웃음)

정원: 네. (웃음) 그 피드백들을 통해서 분위기를 환기해보자, 다 같이 으쌰 으쌰 한 적도 있어요. 홍보부에서 기본 업무만 하다 보면 긴 글을 쓸 일이 많지는 않잖아요. 다들 오랜만에 정기적으로 긴 글을 쓰게 되니까 초반에는 조금 부담을 가졌어요. 어쨌든 닉네임이긴 하지만, 각자 본인의 이름을 걸고 콘텐츠가 발행되는 것이니까요.

물론 이런 건 긍정적인 긴장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고독단>이 업무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적당한 긴장감과 책임감을 안고 진행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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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단>의 구독자 분들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분들인 것 같아요.”

책 소개만큼 저자 소개도 항상 재밌어요. 짧고 강렬한 카피 문구 같은 느낌도 들고요. 최근 읽은 레터 중에서는, 『네 눈동자 안의 지옥』을 쓴 저자 캐서린 조의 소개가 인상 깊었어요. 산후 우울증을 겪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던 저자 본인의 경험을 쓴 책이었죠?

정원: 다른 뉴스레터보다 그 책을 소개했던 뉴스레터에서 작가 소개가 좀 더 잘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작가 소개가 흥미롭다고 도서 구매율이 더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책 자체가 재미있게 소개된 뉴스레터일 때는 구독자들의 관심이 더 가까이에서 느껴지기는 하더라고요.

‘번아웃’과 관련된 키워드에서는 힘을 내라며 ‘디지몬 어드벤처’의 오프닝 곡을 연결해주시기도 했죠.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음악을 듣고 추억에 잠겼는데요. 이처럼 추가로 소개하는 콘텐츠가 예상 불가일 때가 많아서 매번 기대하게 됩니다.

정원: 구독자분들도 특히 그 영역을 매우 좋아하시고 피드백을 많이 주세요. 저희는 구독자 피드백을 구글 폼으로 연결해서 받고 있는데요.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소개 부분을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가 평소에도 많은 편입니다. 콘텐츠 리스트 역시 각자의 관심 분야가 넷플릭스 다큐,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해서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

매주 고독단원들과,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공유하는 <고독단>

구독자분들의 피드백이 매우 적극적인 편이네요.

정원: 독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글을 쓰는 것에도 큰 거부감이 없으신 것 같아요. 창비 공식 채널에서 서평단 이벤트 같은 걸 많이 하는데요. 거기 보면 신청 사유도 길게 적어주시는 분이 꽤 많거든요. 글 솜씨도 다들 좋으시고요.

피드백을 통해 저희가 배우는 것도 많아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고독단>의 구독자 분들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분들인 것 같아요. 저희가 내상을 입을 정도로 강한 비판을 해주신 적이 없거든요. 그저 디자인이나, 폰트 크기, 내용의 길이 등 무언가를 좀 더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간접적인 조언을 해주시는 편이에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정원: 레터가 발행되는 날을 기다린다는 피드백이나, 레터를 보고 소개된 책을 샀다는 구독자 피드백이 가장 기분이 좋고요, 요즘 힘들었는데 레터를 읽고 위로를 받았다는 피드백도 감동적이에요.

아, 최근에는 『삼행시 달인』이라는 동시집을 소개했는데요. 그걸 보고 한 독자분이 진짜 삼행시를 피드백으로 보내주셨어요. (웃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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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는 그동안 닿기 어려운 독자를 만나기 위한 노력이에요.”

적극적인 피드백이 곧바로 도서 구매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뉴스레터 시작 이전과 이후에는 나름의 차이나 변화가 있을까요?

정원: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사실 뉴스레터를 통해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오픈율이랑 클릭률 뿐이라 뉴스레터 구독이 책 구매로 연결됐는지는 알 수 없어요. 한 책을 홍보하는 데는 여러 가지 루트를 활용하니까요. 어떻게 하면 뉴스레터를 통한 구매 전환을 많이 늘릴 수 있을지는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다만, 구매 전환과는 별개로 책에 대한 관심을 느낄 때는 있어요. <고독단>을 통해 책을 소개하고 나서 SNS에 반응이 올라오거나, 유난히 피드백이 많이 들어올 때가 있거든요. 아무래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는 있죠.

책을 홍보할 때, 구매 전환 확인이 가능한 채널이 있나요?

정원: 매출이 갑자기 확 뛰는 바람에, 직접 원인이 특정되는 경우가 있어요. 예전에는 메이저 언론사를 통해 신문 광고를 했을 때, 요즘은 SNS 채널을 통해 광고를 하거나, 방송에서 책이 노출되었을 때는 어떤 이유로 책이 판매됐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죠.

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면 구매의 직접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려워요. 도서의 경우, 홍보를 여러 방면으로 동시에 하거든요. 그래도 언제, 어떻게 구매로 연결될지 모르기에 다양한 창구를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해인: 일반적으로 상품은 많이 노출되면 많이 팔린다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책은 다른 제품들이랑 좀 달라요. 출판사 마케터로 일하다 보면, 특이한 사례를 많이 목격하게 되는데, SNS에서 아무리 반응이 좋아도 책이 잘 안 팔릴 때도 있고, 반응이 활발하지 않아도 많이 팔릴 때도 있어요. 책은 모두에게 좋거나, 유용한 것보다 나의 마음이 끌렸을 때, 구매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보여주고 공유하는 콘텐츠보다 좀 더 신경 써서 제작한 콘텐츠, 예를 들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뉴스레터나 카드뉴스가 진짜 독자로 전환할 수 있는 힘을 좀 더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듣다 보니 책을 구매하는 독자는 일반 소비자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출판사 마케터로서 느끼는 마케팅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해인: 대중적이거나 인기 있는 것과 별개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표현이나, 단어는 최대한 안 쓰려고 해요. 예를 들면 요즘 광고, 마케팅 문구로 ‘쌉가능’ 이런 표현이 자주 쓰이지만, 좋은 표현이 아니기에 안 쓰죠. 출판사 마케팅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창비는 유독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쓰는 회사이기도 하고요.

정원: 창비는 인권, 페미니즘, 동물권과 같은 사회적, 정치적인 이슈에 관한 책들을 많이 내고 있는 회사이기에 가치관에 반하는 홍보 방식을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뉴스레터의 기획은 어떻게 보면 그 선을 지키면서도 기존 타깃을 넘어 그동안 닿기 어려웠던 독자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주 타겟층인 ‘2040 여성’에서 50~60대까지 확장하는 거죠. 아직까진 메인 독자층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계시거든요.

출판사에서 나오는 다양한 뉴스레터들이 독서 시장의 성격을 바꾸는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저자와 독자 간 만남의 창구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고 복잡해졌으면 좋겠는데 뉴스레터가 좋은 방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원: 이제는 저희뿐만 아니라 출판사에서도 볼만한 뉴스레터가 많이 소개가 되고 있죠. 뉴스레터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뉴스레터가 너무 많아지고 있으니 일종의 과도기가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지만 여러 새로운 기획을 시도해보기에 좋은 매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창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뉴스레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이미 <고독단> 외에도 <인문학 레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까지 창비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계시죠. 모두 스티비를 통해서 만들고 계신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정원: 뉴스레터 초반에 기존의 출판사들은 통 이미지에 링크를 걸어서 대량 발송하는 메일링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런 방식으로는 구독자의 행동을 세세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제작하는 데도 여러 불편한 점이 많죠. 그러다 당시 주목받던 ‘뉴닉’, ‘어피티’ 등의 뉴스레터를 통해서 스티비를 알게 되었어요. 기능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고, 비용도 크게 비싸지 않다는 점이 끌렸어요.

뉴스레터를 구상할 때 스티비 블로그를 정독했는데, 많은 정보를 얻었어요. 스티비가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로 단순히 기능적인 편리함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이 뉴스레터를 더 잘 만들고, 알리고, 소통할 수 있을지까지 고민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이메일 마케팅 방법을 알려준달까요? 뉴스레터 제작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최근에 발행된 이메일 마케팅 리포트도요.

뉴스레터 제작자로 참고하시는 뉴스레터가 있을까요?

해인: 최근에는 ‘문학동네’에서 발송하는 <우리는 시를 사랑해>라는 뉴스레터를 즐겨 봐요. 시집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데요. “저는 시 파는 마케터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마케터 분, 편집자 분들은 물론 시를 좋아하는 독자 분들까지, 직접 이름을 공개하고 자신을 드러내시더라고요. 회사에서 진행하는 시집 홍보 수단이라기보다는 시 읽는 공동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문학 전반이 잘 팔리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는 소설에 비해 독자층이 현저히 적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는데, 시집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뭉클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런 복합적인 마음이 들었어요. 가독성도 매우 높아서 제가 요즘 가장 열심히 보는 뉴스레터 중 하나입니다.

정원: 저는 뉴스레터로 출판 업계 외의 다양한 정보를 많이 얻고 있기도 한데요. ‘뉴닉’이나 ‘어피티’는 뉴스레터 초창기부터 꾸준히 봐왔고, 최근에는 부동산 관련된 강의도 받아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뉴스레터를 활용해서 더 해보고 싶으신 기획은 있나요? 꼭 <고독단>이 아니어도요.

정원: 소개하는 콘텐츠의 성격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들고 싶어요. ‘좋은 책을 소개한다.’라는 기획 의도에 맞게 창비 외 타사 도서도 소개해보고 싶고, 아예 책 이외의 콘텐츠를 소개하고도 싶고요.

또 저희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직접 소통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뉴스레터를 통해 책을 읽으신 분들과 함께 일회성 독서모임을 한다거나 그런 것들이요. 이번에 스티비 인터뷰가 소개되면, 구독자분들과 함께 이런 고민들을 나눠보고 싶네요.

해인: 요즘 읽을거리가 매우 많은데 저는 좀 더 가볍고 소프트한 것, 하지만 너무 질이 낮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여운 인스타 툰같은 느낌으로 발행해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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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리| 스티비 객원 에디터 최가은
편집 | 스티비 마케팅 매니저 이루리(룰)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이미희(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