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무과수, 당신의 안부를 묻는 타임슬립물

“과거의 보낸사람과 현재의 받는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보낸사람: 무과수, 당신의 안부를 묻는 타임슬립물

“과거의 보낸사람과 현재의 받는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Interviewee 무과수


“독립출판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시리즈를, 뉴스레터를 통해 이어가고 있어요.”

무과수 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오늘의집’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고『안녕한, 가(2021, 위즈덤하우스)』, 『인디펜던트 워커(2021, 스리체어스)』 등을 펴낸 작가 무과수입니다. 『무과수의 기록』시리즈를 독립출판했고요.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며 다능인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뉴스레터 발행인로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뵙게 되었어요. 뉴스레터 <오픈 유어 레터>의 시작점부터 짚어볼까요?

뉴스레터의 시작을 말하려면 독립출판물 『무과수의 기록』부터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무과수의 기록』은 2016년도에 다섯 개의 나라(태국, 도쿄, 프라하, 베를린, 부다페스트)에서 각각 한 달씩 살았던 시간을 담은 시리즈물이에요. 여행을 다녀온 지 3년이 지났을 즈음, 베를린 편, 프라하 편을 한정 수량으로 만들었고요.

『무과수의 기록』 시리즈의 첫 주자인 베를린 편의 책등에 숫자 ‘4’가 표기된 걸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다섯 개의 나라 중 네 번째로 여행한 곳이라는 의미죠.

여행한 순서와 상관없이 제가 다녀온 곳 중 가장 재미있는 기억이 많이 남아있는 나라인 베를린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첫 책이 재미없으면 독자가 시리즈의 다음을 기대하지 않을 것 같았고, 그래서 제일 자신 있는 에피소드를 먼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부터 다루는 나라의 이야기에는 특별한 규칙은 없고 마음 가는 대로 펴내고 있습니다.

2016년 베를린에서 살았던 34일간의 기록을 담은 『무과수의 기록 :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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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뉴스레터, 기억을 담는 두 가지의 그릇”

작년부터 책 『무과수의 기록』 내용을 가공해서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하셨어요. 뉴스레터를 통해 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여러 가지 있었을 텐데, 왜 책에서부터 출발하게 되었나요?

오래전에 시작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한 독립출판 시리즈를 이어가는 데에 뉴스레터가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보았어요. 이미 제 책을 읽은 독자, 그리고 책을 읽고 싶지만 절판되어 만나지 못한 독자 양쪽 모두를 위해서요.

책을 읽고 싶었던 독자들에게는 뉴스레터 <오픈 유어 레터> 소식이 반가웠을 것 같아요.

사실 『무과수의 기록』이 제 예상보다 빨리 품절이 됐어요. 게다가, 시리즈물이라는 걸 알고 있는 독자 분들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절판된 이전 책을 함께 찾아주시더라고요. 이건 제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요. 직장인이다 보니 책의 추가 인쇄·배송·책방 입고 등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유료 뉴스레터로 『무과수의 기록』을 온라인 버전으로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베를린과 프라하 편을 오픈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오픈 유어 레터>는 기존 독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고요. 실제로 책을 이미 구매한 독자들도 뉴스레터 구독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요. 그런데 책과 뉴스레터의 내용이 똑같지 않나요?

각 포맷의 매력을 살리면서 둘 사이에 차이를 두려고 기획 단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미 제 책을 읽으신 분들께도 뉴스레터가 또 다른 작업물처럼 느껴질 수 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우선, 문어체였던 원고를 구어체로 바꾸는 작업을 했어요. 책을 기반으로 뉴스레터 원고를 쓰면서 무엇을 더 넣거나 뺄지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래서 책에는 들어가 있지만, 뉴스레터에는 없기도 하고, 실제로 들어간 사진도 달라요.

문득 책 『무과수의 기록 : 베를린』과 뉴스레터 <오픈 유어 레터: 베를린>을 둘 다 읽은 독자의 피드백을 받아보신 적이 있으셨는지도 궁금해지네요.

두 가지를 나란히 두고 읽어주신 독자 반응은 다양한 편이에요. 책과 뉴스레터에는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책으로 만나는 베를린 이야기가 더 좋았다고 하신 분도 있어요. 어디까지나 읽어주신 분의 기호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시기도, 포맷도 서로 달리 만들어져 온 무과수 님의 작업물을 꾸준히 따라 읽어주는 독자이자 팬의 의견이네요. 뿌듯하고도 든든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오픈 유어 레터: 도쿄> 편을 받아보시고 다시 이렇게 답장을 주신 분이 있어요. “언젠가 moi가 책에 써준 문장들만큼 좋아하는 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정할게요. 책으로 읽는 moi의 글도 좋지만, 매일 본 풍경을 공유해주고 매 번 답장까지 할 수 있게 해주는 moi의 편지글도 참 좋아요(이런 기획 천재…)”라고요.

구독자의 이름을 부르며 보내는 <오픈 유어 레터>

이야기를 담는 그릇으로써 책과 뉴스레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책은 물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직접적인 소장이 가능하고 아날로그 한 매력이 있죠. 책의 장점을 잘 알기 때문에, 뉴스레터에서는 디지털에서만 가능한 개인화에 중점을 두었어요. 책에서는 나의 메시지를 상대를 특정해서 전달할 수 없는데, 뉴스레터에서는 받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죠. 그뿐 아니라, 수록될 사진을 고르는 데에도 차이를 두었어요. 책 『무과수의 기록』은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컷을, 뉴스레터 <오픈 유어 레터>에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컷을 배치하는 식으로요.

지금까지 <오픈 유어 레터>는 세 번의 시즌이 이어지고 있어요. 베를린 편, 프라하 편은 이미 출간된 책을 재료 삼아 뉴스레터로 재가공한 것이죠. 도쿄 편부터는 후에 책으로 엮일 걸 예고하면서 뉴스레터를 먼저 발행하셨고요. 이전 두 시즌과 달리, 작업 공정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이전 두 편은 책을 참고해서 어떤 내용을 넣고 뺄지 고민했다면, 도쿄 편은 아예 새롭게 책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6년 전의 기록들을 꺼내서 정리했어요. 거기서부터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과정이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과 거의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방법에 있어 뉴스레터의 도움을 받기로 하신 걸로 보여요. 혼자서 책을 만드는 일보다 혼자서 뉴스레터를 만드는 일이 더 쉽다는 걸 체감하셨나요?

독립출판물을 펴내기 위해서는 ‘인디자인’(Adobe InDesign)이라는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아야 해요.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툴 사용법을 배우기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요. 반면, 스티비의 에디터는 누구나 바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툴이에요. 템플릿도 다양하게 제공되고요. 아무래도 실제 책을 출간할 때보다 공수가 적게 들다 보니, 조금 더 부담 없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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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냈습니다. 오늘 읽어주세요.”

<오픈 유어 레터: 도쿄> 구독 신청 시, “2022년 4월 28일부터 2022년 5월 30일까지 발행됩니다. 다음 신청은 내년 4월입니다.”라는 안내멘트가 있더라고요. 마지막 문장이 눈길을 끌었어요.

맞아요. 잘 보시면, 그 안내멘트 앞뒤로 내년에 구독 신청 페이지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여 놓았어요.

예고대로라면, 무과수 님이 2016년 5월 30일에 쓴 편지가 6년 후, 7년 후의 같은 날짜에 누군가의 메일함으로 꽂힐 수 있는 거예요. 받는 날짜를 로테이션해서 뉴스레터를 상시 운영을 할 수도 있겠어요.

맞아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운영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안내를 한 데에는 지금을 놓치지 말라는 속뜻이 있어요. 사람이 무언가를 장담하기는 어렵잖아요. “<오픈 유어 레터>의 구독자 모집 페이지를 보고 있다면, 지금 구독하는 게 제일 좋아요. 나중에는 뭐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니까요.”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2016년 5월 도쿄에서 지냈던 일상을 2022년 5월에 받아볼 수 있는 <오픈 유어 레터>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으니 여지를 남겨두는 것, 좋네요. <오픈 유어 레터>를 읽다 보면 날짜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보낸 일자와 받는 일자가 일치하는 것에 큰 방점을 찍고 있어요. 2016년 4월 28일에 쓴 이야기를 2022년 4월 28일에 읽어주셨으면 싶은 거죠. 실제로 평균 50% 이상의 구독자들은 이메일을 받은 당일에 오픈해주세요. 그 말은 나머지 절반가량은 미뤄뒀다가 열어보신다는 건데요. 모두가 하루에 한 번 메일함을 열어보는 여유쯤은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메일을 보내고 있어요.

이메일과 여유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면 좀 아득해지는데요.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는 삶을 사는 사람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긴 어려울 것 같거든요. 과연, 뉴스레터 발행인으로서 어떻게 구독자들에게 여유를 건네줄 수 있는 걸까요?

사람들은 저의 뉴스레터를 각자 다른 이유로 받아보고 있을 텐데요. 예를 들면, 누군가는 ‘여행 에세이’ 혹은 ‘여행 정보’를 받아보기 위해 구독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보기 위해 받아보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에게 <오픈 유어 레터>란 ‘안부를 묻는 것’이에요. 사람들에게 지금 어떤 시간을 지나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안녕한지 계속해서 묻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안부를 묻고 싶은, 무과수 작가
“편지를 신청할 때의 마음과 한 달 뒤인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요? 대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매일 편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는 사람도, 바빠서 주말에 몰아서 밀린 편지를 읽는 사람도, 여전히 이 편지를 확인하지 못 한 사람도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는 거니까요.”
<오픈 유어 레터> OO에게 보내는 스물다섯 번째, 마지막 편지(2022.05.31) 중에서.

앞서 이야기 나눈 『무과수의 기록』을 포함해 이제껏 ‘무과수’로서 다양한 작업을 하셨어요. 그런데 <오픈 유어 레터>는 ‘moi’라는 이름으로 보내고 계시죠?

‘moi’는 제가 6년 전 다섯 나라를 여행할 때 쓰던 영어 이름이에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그들이 저를 moi라고 불렀거든요.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이름을 설정했던 것 같아요.

보낸 사람의 이름을 달리해서 뉴스레터를 보내면 마음가짐도 달라지나요?

본명 ‘황다검’, 필명 ‘무과수’ 뿐 아니라 저를 2016년에 살고 있는 ‘moi’로서 봐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처음부터 마음가짐이 달랐던 건 아니고 <오픈 유어 레터>에 대한 답장을 통해 알게 된 지점이에요. 답장의 첫 문장이 “무과수 님, 안녕하세요”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고, “moi 님, 안녕하세요”로 시작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둘 다 맞죠. 그런데 후자는 과거의 저에게 완벽하게 몰입하신 분이 보내주시는 것처럼 느껴져요. 뜻밖의 부캐가 생겨난 거죠.

뜻밖의 부캐에 대해 부연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이름을 기점으로 저의 삶을 나눠서 바라볼 수 있겠더라고요. 무과수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moi는 보다 더 이상적인 사람이에요. 전자는 조금 더 현실적이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이라 이상적인 꿈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던 인물인 거죠. 저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각각의 캐릭터마다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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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답장하기, 가장 심리적 장벽이 낮은 글쓰기”

사실 <오픈 유어 레터>를 읽는 내내 ‘버블’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혹시 버블을 아시나요?

아니요. 처음 들어봤어요.

버블(DearU bubble)은 팬과 아이돌이 사용하는 유료 메신저 서비스예요. 아이돌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팬들은 자유롭게 답장을 보낼 수 있고요. 제가 발견한 몇 가지 공통적인 속성이 있는데요. 먼저, 비정기적으로 발송된다는 거예요.

맞아요! 저는 밤 11시 이후에는 보내지 않겠다는 원칙만 지켜요. 아침에 보낼 때도 있고 이른 오후에 보낼 때도 있어요. 언제 편지가 올지 모르니 더 기다리게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메시지에서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메시지를 주고받을수록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도 공통점이에요. 구독자의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스티비의 ‘메일 머지’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잖아요. 즐겨 쓰시는 다른 기능이 있을까요?

스티비 에디터에 정말 기능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새로운 일을 벌일 때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툴에 취약한 편이기도 해서요. 그러다 보니 ‘메일 머지’ 하나만 팝니다! 저에게는 오로지 ‘메일 머지’ 뿐이에요! (웃음)

역시 ‘메일 머지’가 최고군요. “moi 님, 안녕하세요”로 시작되는 답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볼게요. 구독자에게 답장을 받는 일이 뉴스레터를 꾸준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인가요?

뉴스레터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을 떠올려보면 명확한데요. 저는 답장을 받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건 제가 편지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과 관련 있을 테고요. 보통 생일에만 편지를 받잖아요. 저는 그게 못내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뉴스레터는 한 통의 편지를 쓰면 여러 통의 답장이 와요. 저는 이게 너무 행복해요. 보통 내가 공들여 편지를 쓰면 답장으로는 한 통을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뉴스레터는 여러 통의 답장을 받는 일로 이어지니까요. 뉴스레터는 제게 행복을 주는 일이에요.

<오픈 유어 레터>의 구독자들이 어떤 식으로 답장을 보내주시기에 행복을 맛보시는지 궁금해지는데요.

대부분 현재의 일상이나 고민을 이야기해주시는데요. 2016년도에 해외에 계셨던 구독자일 경우, 그때의 기록을 찾아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도 해요. 구독자 분들은 왜 현재와 과거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보내주시는 걸까요? 저는 사람들이 기록을 더 자주 했으면 좋겠는데, “자유 주제의 글쓰기를 해보세요”라는 요청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답장을 해주세요”라는 말은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지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어요.

뉴스레터에 답장을 쓰는 일이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중에 가장 심리적 장벽이 낮은 글쓰기라고 생각을 하시는 거군요.

맞아요. 부끄러워서 답장을 못하시는 분은 있어도 ‘나는 글을 워낙 못 쓰니까 이 편지에 답장을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제가 먼저 제 이야기를 꺼냈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얘기를 꺼내는 건 어려운데, 제가 띄운 편지에 자신의 생각을 조금 얹게 하는 거예요. 기록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오픈 유어 레터>를 글쓰기의 출발점으로 활용해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뉴스레터는 제게 행복을 주는 일이에요.” — [보낸사람:] 인터뷰 중 무과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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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료가 만들어준 긴장감을 내 일의 원동력으로 삼아서”

유료 뉴스레터를 만드는 일에 관해 질문을 드려볼게요. 2021년에 스티비가 유료 뉴스레터 정기 구독 기능을 오픈했고, 유료 발행인으로서 베타테스터로 참여하셨죠.

2021년 여름쯤, 절판된 『무과수의 기록』을 재출간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여러모로 고민하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차에, 스티비에서 유료 뉴스레터 발행인을 위한 유료 구독 기능의 베타테스터를 모집하는 걸 보고 이걸 활용해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첫 시즌이었던 <오픈 유어 레터: 베를린>의 구독자 모집 기간이 마감되고, 전체 구독자 수, 그리고 이에 비례하는 구독료를 확인하셨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을지 알고 싶어요.

사실 저는 무언가를 할 때 ‘1명이어도 좋아’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하는 터라 큰 고민 없이 시작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구독을 해주셔서 신기하기도 했고, ‘어떻게 되든 먹고살 수는 있겠는데?’ 하고 아주 잠시 생각했습니다. (웃음)

처음에 구독자 수의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고 하셨지만, 구독료는 나름의 기준에 의해 정하셨겠죠. 한 시즌 동안 보내는 뉴스레터의 총 횟수, 기록이나 책의 내용을 가공할 때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고려하셨을 테고요. 구독료를 정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구독료를 정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저는 돈을 다양한 방식으로 벌고 있는데요. 직장에서 하는 일, 개인적으로 벌이는 일들을 비교군으로 두었을 때,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값이 가장 적게 책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글을 쓰는 건 제 기준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가 드는데 늘 보상은 낮아요. 그래서 고민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앞서 뉴스레터를 계속 보내는 이유가 ‘답장을 받기 위함’이라고 하셨는데요. 그것과 별개로 구독료를 포함한 비용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는 뜻일까요?

결국 비용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인 거라 ‘무조건 비용을 높여야 한다’는 목표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책『무과수의 기록』의 정가는 1만 6천 원이었는데요. 사실 일부러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어요. 1,000권 한정 수량이기도 했고, 누구든 구매를 하시기 전에 ‘이 책이 꼭 나에게 필요한가?’를 자문해보시길 바랐어요. 결국 책을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분들도 생기 실 텐데,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책이 닿았으면 했거든요.

그렇다면 ‘뉴스레터의 구독료는 어느 정도가 합당한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오픈 유어 레터>는 이런저런 고민을 거쳐 한 시즌에 해당하는 약 한 달 동안의 구독료를 1만 원으로 정했어요. 기존의 책 정가를 기준 삼아 참고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현재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뉴스레터는 구독료를 훨씬 적게 책정하려고 하고 있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거든요.

갑자기 하반기에 시작될 별도의 유료 뉴스레터를 예고하셨어요. 오늘 인터뷰에서 단독 입수인가요? (웃음)

『무과수의 기록』라는 이름으로 매월 한 번씩 안부를 묻는 편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건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한 번 써보려고요.

[보낸사람:] 인터뷰가 공개된 2022년 6월, 모집을 시작한 <무과수의 편지>

지금 인터뷰를 읽어주시는 분 중에는 유료 뉴스레터 발행에 관심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주저하고 있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그런 분들에게 구체적으로 격려를 해주신다면요.

어떤 포인트로 주저하고 있으신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이만큼의 수익을 내고 싶은데 유료 뉴스레터로 이 목표치를 다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라면,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정되어 있어요. 하지만 내 콘텐츠가 이만큼의 값을 받는 게 합당할까라는 고민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면, 구독료를 낮춰서 가볍게 시작해볼 수 있죠.

다른 결의 고민도 있는 것 같아요. ‘돈을 받았는데 꾸준히 보낼 수 있을까? 구독자와 약속을 못 지키면 어떡하지?’ 하고요. 이런 고민을 미리 하는 분들을 위한 맞춤형 격려도 부탁드려요.

아무래도 받은 돈이 생긴 순간부터 책임감이 생기죠. 그런데, 약간의 긴장감은 좋은 원동력이 되어줘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더라도 그 긴장감을 꼭 활용해보시라고 전하고 싶어요. 어차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고, 그저 우리는 계속해서 써 내려갈 뿐인 거니까요. 일단 용기를 내어 봅시다! 아자!

로컬스티치 시청 점에서, 이야기를 그리고 안부를 나눈 무과수 작가

인터뷰를 마치며

‘대혼돈’, ‘멀티버스’라는 단어들이 포함된 제목을 가진 영화가 500만 명 이상의 극장 관객을 동원한 계절을 지나치고 있습니다. 높은 확률로 마법이나 초능력을 가지지 못한 관객은 극장을 빠져나오며, 스스로 이렇게 묻습니다. ‘만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한쪽에서 ‘만일’이라는 가정법의 끝없는 싸움과 시공간이 뒤바뀌는 스펙터클이 벌어지고 있을 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오픈 유어 레터>라는 이름의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했습니다. 필수 등장인물은 2016년의 ‘보낸 사람’과 2022년의 ‘받는 사람’이고, 이 이야기의 장르는 타임슬립물입니다. 로케이션은 베를린으로, 도쿄로, 몇 번이나 바뀔 수 있지만 주제는 같습니다. 안부를 묻는 것이지요. 엄청나게 바쁜 세상 속에서 상대의 안부를 묻는 일은 단지 낭만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여기에도 충분히 극적인 요소가 있죠.

뉴스레터 <오픈 유어 레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진실을 곱씹게 합니다. 첫 번째, 모든 편지는 보낸 사람의 것입니다. 두 번째, 반드시 독자를 두고 쓰인다는 점에서 동시에 받는 사람의 것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받는 사람은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편지(letter)를 열어보는(open) 것도, 답장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것도 어디까지나 여러분의(your) 몫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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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로컬스티치 시청 지점
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서해인, 스티비 마케팅 팀(룰, 세솔)

편집 | 스티비 마케팅 매니저 룰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