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빈브라더스, 커피로 연결되는 ‘우리들’
뉴스레터에 커피와 연결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뉴스레터에 커피와 연결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커피 좋아하세요?”
우리 일상에서 ‘커피’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밥 대신,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이 더 편안하게 다가올 만큼 커피 문화는 우리의 삶에 아주 넓게 스며있는데요.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이 한 잔의 커피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습니다.
빈브라더스는 커피로 연결되는 작은 사회를 꿈꿉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수다도 떨고, 같이 놀기도 하면서, 커피에 대해 골몰합니다. 더 맛있는 커피, 더 좋은 원두는 무엇일까? 나아가, 커피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뉴스레터 [BB Letter]로 “탁월한 커피 커뮤니티”를 꿈꾸며 보다 건강한 커피 생활을 꿈꾸는 빈브라더스를 만나 물었습니다. 커피로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생겼을 때, 과연 그 풍경은 어떠할지를요.
Interviewee 소연Soy ‘빈브라더스’ 로스터리 디렉터
“생생한 커뮤니티, 그런데 이제 커피를 곁들인…”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낸사람:] 독자님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빈브라더스의 로스터리 디렉터, 소연Soy에요. 쉽게 말하면 공장장 정도? (웃음) 로스터리에서 발생하는 커피에 대한 모든 트랙 (구매, 결정, 탐색, 생산, 연구, 품질 관리)에 참여하고 있고요. [BB레터]를 발행하는 발행인이기도 해요. 뉴스레터를 만드는 저와, 로스터리 팀에 소속되어 있는 저의 접점이 아직도 약간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즐겁게 하고 있어요.
빈브라더스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빈브라더스는 카페로 잘 알려져 있지만, 2013년에 온라인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로 처음 탄생한 브랜드였어요. 8–9년 전쯤이니까, 커피에 대한 인식도 지금이랑 아주 달랐죠. 커피는 “쓰다”, “원두 별로 달라지는 가격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등 보다 친숙하지 않은 이미지가 대중적이었을 때였어요. 빈브라더스는 편안한 브랜드가 되고 싶었어요.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이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커피를 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나를 반 발짝 앞에서 가이드 해주는 그런 친숙한 커피 브랜드요.
커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커피가 일상에 조금 더 스며들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되자는 모토로 작년까지 쭉 달려왔는데요. 이제는 커피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높아졌고, 스페셜티 커피 신scene도 많이 커져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한 때라고 느껴졌어요. 커피를 넓게 그리고 깊게 아는 분들도 많아지고 즐기는 분들도 많아졌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그다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냐는 거죠. 그래서 올해부터 브랜드 미션이 “탁월한 커피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이런 시기를 거쳐온 지금의 빈브라더스는 조금 더 나은, 활발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브랜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커피 커뮤니티라니, 너무 멋진 미션인 것 같아요. 커피로 연결된 작은 사회가 마련되었을 때, 어떤 변화를 기대하시나요?
이런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생각해 보았을 때, 결국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함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들도, 그 길을 먼저 나아간 분들이 쌓아 놓은 토대 위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게 많았거든요. 또 다른 누군가가 커피 신에서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 정말 맨땅에 헤딩하지 않고 우리가 겪었던 경험과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조금 더 수월하게 나아가기를 바랐어요. 함께 무언가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집단 혹은 팀이 있으면 새로운 시도를 훨씬 수월하게 해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 토대를 만들고 싶고,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빈브라더스가 뉴스레터를 발행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BB레터]를 읽다 보면, ‘이렇게 할 일이 많으신데 뉴스레터까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올해 초 브랜드 미션이 “탁월한 커피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것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겠다고 느껴졌어요. 저는 브랜드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우리가 속해 있는 이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다움을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에 더 가까워지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거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누군가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계속한다는 사실이 저한테는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었던 거예요. 기존에 하던 일이랑 성격은 굉장히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늘 하고 싶던 일이기도 해서 옳다구나 하고 시작했죠. 처음엔 어려웠지만,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콘텐츠나 마케팅팀이 아닌, 로스터리 팀에서 발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회사 안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돼요.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 공식몰 구매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만나는 빈브라더스에는 마케팅팀의 목소리가 담겨있어요. 유튜브도 마케팅팀에서 관리하고 있고요.
[BB레터]는 커피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각도 중 다른 쪽의 이야기들을 담아요. 좀 더 긴 호흡으로 하기에 적합한 이야기들이요. BB와 만나는 고객들도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나 양, 깊이가 다르니까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채널이 열려있어요. 또 저희가 커피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지 않습니까. (웃음)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내용이 내부 구성원들의 이야기나 경험이지만, 장기적으로 외부로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저에게 당연했던 이야기도, 타인의 관점에서 들으니 더욱 새롭고 재미있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그게 뉴스레터를 만드는 재미이자 기쁨인 것 같아요.
매주 수요일로 주 1회 발행하시고 있어요. 뉴스레터를 기획하거나 소재를 찾을 때 어려움은 없나요?
힘들었죠. (웃음) [BB레터]는 화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주제에 따라 맞는 화자를 설정하는데 내부에서 그걸 ‘컨트리뷰터Contributor’라고 지칭하고 있는데요. 초반엔 각 컨트리뷰터가 전달해 주는 내용을 용이하게 편집하고 공유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어요. 어떤 건 다른 내용보다 품이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고, 어떤 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요. 처음이다 보니 발행 전반에 필요한 흐름을 잡는 데에 조금 애를 많이 썼죠. 맥락에 맞게 편집하고, 검수하고, 스티비에 얹고, 이미지를 만들고 — 이런 여러 작업에 대한 가늠이 전혀 되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작업하고, 주말에 작업하고를 반복했었는데요. 이제는 발행 경험이 많이 쌓여서, 나름의 리듬을 찾은 것 같아요. 예전엔 발행 당일 직전까지 쓰고 발행 버튼 누르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전주에 미리 준비를 다 해놓고 예측할 수 있게 일종의 사이클을 만들었죠.
특히 발행 전주 금요일에, 내부에서 뉴스레터를 함께 검토해 주는 팀이 있어요. 초안 상태의 뉴스레터가 준비되었을 때, 내용에 대한 난이도나 전반적인 맥락을 함께 검토하고 피드백을 줘요. 발행 전, 내부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니 첨삭에 대한 기준도 생기고 편집에 힌트를 얻기도 하죠. 이제는 완급 조절이 꽤 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시간이 많이 소요되리라 예측되는 컨트리뷰터들은, 연속적으로 배치하지 않죠. (웃음)
오프라인 공간이 주가 되는 브랜드에서 일을 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빈브라더스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굉장히 안정적인 느낌이에요.
새로 입사하시는 바리스타 분들은 처음에 약간 당황해하시기도 해요. 왜냐하면 다른 카페에서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공유해야 하는 문서도 많고, 리뷰도 많고, 메일도 자주 써야 하고, 슬랙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누군가에게는 ‘내가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지’라고 느껴질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이 일을 오래 해나갈 거라면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이 아니라 팀 그리고 리더로서 주체적으로 일을 끌어가려면 타인 혹은 기업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이나 내가 해온 일을 잘 아카이빙 하는 방식에도 친숙해져야 하니까요. 일은 계속하고, 성취도 이뤄내는데 그걸 자기 혼자만 기억하면 안 되잖아요. 정확하게 기록해서 적재적소에 공유할 수 있게 아카이빙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발행주기가 짧다보니, 소재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기도 해요.
어려움은 매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소재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소재는 너무 많은데 이걸 어떤 방식으로 담아야 전달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예를 들어, “커피를 더 알아갈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알고 싶다”, “향미를 더 잘 감각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고 싶다”라는 내용의 피드백이 굉장히 많아요. 독자들이 원하는 관심사가 명확해지는 거죠. 소재는 분명한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이 소재를 최적으로 다듬고 전달하기 위해 누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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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피 한 잔으로 내 삶이 조금이라도 더 풍요로워진다면 그저 좋은 거잖아요.”
[BB레터]를 읽으면서 좋았던 건, ‘어렵지 않게 커피를 풀어낸다’는 점이에요. 커피는 모호하고 어렵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BB레터]는 쉽고 재미있게 읽혔어요. 뉴스레터를 발행하실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지금까지 꾸준히 뉴스레터를 발행하다 보니, 조금 다듬어진 기준이 생긴 것 같은데요. 콘텐츠가 과연 ‘[BB레터]스러운가’를 생각했을 때 첫 번째로 고려하는 것은, 실용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부분이에요. 평소에 알고 싶었는데 명확히 알려주는 곳이 없어 답답하던 참에, 그 부분에 대한 힌트를 얻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거나 다음 스텝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하게 된다면 그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커피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든 그저 좋아하는 사람이든 [BB레터]를 읽고 나서 더 지속 가능한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어요. [BB레터] 타겟 독자가 커피 전문인들과 취미인들의 교집합이거든요. 일로 커피를 하면 겪는 상황들이 대체로 비슷하니까, 바리스타인 독자는 공감이나 위로를 얻을 수도 있고요. 또 크게 보았을 때는 일에서 발생하는 여러 잡음이 업계와 무관하게 비슷한 측면도 있잖아요. 그럼 ‘나 혼자만 이러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면서,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조금 더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이렇듯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건강한 삶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 역시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사적인 바람으로는 빈브라더스라는 브랜드의 애정도가 급상승하는 거예요. (웃음) [BB레터]를 읽고 커피라는 분야, 혹은 바리스타의 일, 나아가 빈브라더스라는 브랜드를 더 알아가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너무 좋죠.
그건 100%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
(일동 폭소) 진짜죠?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뉴스레터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꾸준한 피드백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피드백이 가장 인상에 남으세요?
최근에 받은 피드백인데, 참 인상이 깊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한 어머님이 보내주신 메일이었어요. 아드님이 몇 달 전에 군대에 가셨는데, 평소에 굉장히 다정한 아들이었나 봐요. 입맛에 맞는 원두도 직접 골라주고, 커피도 손수 내려주고요. 그런데 아들이 입대하고 나니까, 어떤 커피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내려 마셔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막연한 상황이 된 거죠. 그런데 BB를 통해 커피에 보다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고, 커피 주변을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즐겨보는 일이 일상이 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BB 6월의 원두로 휴가 나오는 아들에게 직접 ‘시원한 행복 한 잔’을 내려줄 것이라고 덧붙이셨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BB레터]를 구독하면 자동으로 발송되는 웰컴 레터에 답장으로 온 이야기였는데, 뉴스레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듣지 못할 이야기였을 수도 있던 거죠.
사실 커피에서, 품종이 어떻고 프로세스가 무엇이고 하는 것들은 준비하고 선보이는 제공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민거리죠. 그런데 커피가 한 사람의 인생에 가닿는 순간,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이 커피 한 잔으로 내 삶이 조금이라도 더 풍요로워진다면 그저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장면을 되게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멋진 일이라고 느껴졌어요. 공장 안에만 있었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을 장면인 거잖아요.
타입폼Typeform으로 피드백이 들어오면,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만 슬랙 채널에 자동으로 업로드되게끔 연동해 놓았어요. 뉴스레터 피드백 전용 채널인데, 팀원들이 가장 사랑하는 채널이 됐죠.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저뿐만이 아니라, 빈브라더스를 이끌어가는 구성원 모두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어요.
처음에 구독자는 어떻게 모집하셨어요?
초반엔 기존 홈페이지 가입자에게 “저희 이런 뉴스레터 시작했어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독해 주세요!” 하고 메일을 보냈죠. 그렇게 기반이 만들어졌고, 인스타그램으로 홍보를 하면서 풀을 넓혀갔어요. 뉴스레터의 한 꼭지를 가져와서 인스타그램 콘텐츠로 만들기도 하고요.
‘#집콕커피챌린지*’의 뒷이야기를 담은 레터가 인상적이었어요. 캠페인의 시초가 빈브라더스인 것도 알게 되고, 캠페인이 불러온 영향과 결과를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당시의 내부 상황이나 캠페인이 가져온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요!
당시는 내외부 할 것 없이 커피 신 자체가 많이 다운된 상태였죠. 밖으로 나가는 일이 공공연하게 꺼려졌고, 다들 집에 꼭 붙어 있으면서 이 질병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정말 애써야 하는 시기였으니까요. 그리고 카페는 홀 영업이 전면 중지된 상태였고요. 오프라인 매장을 주 무대로 삼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지, 정말 고민이 많았죠. 그런 고민을 서로 털어놓으면서 시작된 거예요. 윤서영 마케터의 좋은 마음에서부터요.
처음 #집콕커피챌린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는 사실 걱정이 더 많았어요. 실제로 이행한다고 했을 때, 자원도 많이 들 것 같고 타 브랜드와 소통도 해야 하고, 보통 일이 아닌 거죠. 남이라면 너무 응원했을 텐데, 막상 우리의 일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던 것 같기도 해요. (웃음) 그렇게 속으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김재윤 바리스타가 추진력을 보여줬죠. 직접 다른 커피 브랜드에 컨택을 해서, 소통하고, 캠페인에 동참할 브랜드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속으로 ‘이게 진짜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이었고, 이런 반응을 전혀 기대하지 못했으니까요. 더듬거리면서 진행한 첫 캠페인이었는데, 너무 매끄럽게 진행이 잘 됐고 반응도 너무 좋았어요. #집콕커피챌린지 캠페인 참여자 수만큼의 커피를 기부하는 기획이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챌린지에 참여하신 분들과 저희가 기부할 수 있는 커피 수량도 딱 맞아떨어졌고요. 여러모로 감사한 일들이 많았던 캠페인이었어요.
*: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마시는 장면을 인증하고 ‘#집콕커피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캠페인. 쌓인 해시태그 수만큼의 커피를 다른 브랜드와 함께 코로나 의료 관련 기관에 기부하였다. 현재 약 1.9만 개의 해시태그가 쌓였다.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함께 해주지 않으면 형성될 수 없으니까요. “좋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이 너무 인상 깊어요. 그 좋은 마음이 전염되었던 게 아닐까요?
그때 느꼈던 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저 물꼬를 트는 게 어려웠을 뿐이었다는 점이었어요. 판을 깔면 다들 좋은 마음 한편 내주어 줄 준비는 늘 되어있었다는 걸 몸소 체감했죠.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커피 이야기’만’하지 않아서도 좋아요. 노션을 활용한 소통법이나, 사내 시스템 관리 방식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전문 브랜드이다 보면, 상품에 주력해 이야기를 끌어갈 만도 한데 그런 방향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그 방향을 선택하지 않았다기보다는, 굳이 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노출이 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커피는, 저희가 매일매일 하는 일이잖아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 그 안에 전문성이라고 부를만한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거라고 보았어요. 그리고 [BB레터]를 통해 만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커피를 매개로 한 더 넓은 커뮤니티라고 했을 때, 거기에는 비단 커피 이야기만 있지 않을 거예요.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프로젝트를 매니징 하는 방법이나, 서비스직의 고충, 건강관리에 대한 문제 등 여러 이슈가 있겠죠. 그런 작은 일들이 커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거니까 조금 더 넓은 맥락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일하는 방식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싶고, 커피에 대한 좋은 교본이 되고 싶기도 했고요. 삶의 교집합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기에 커피가 굉장히 좋은 매개체이기도 하고요.
[BB레터]로 빈브라더스의 이야기를 전하며 시도해보고 싶으신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더 다양한 사람들의 커피와 연결된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글 쓰는 사람이든, 은퇴하신 이사님이든 커피는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커피와 얽힌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을 수 있잖아요. 커피를 일로 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정말 각양각색이고요.
커피와 엮인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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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찾으세요.”
뉴스레터 발행 전후로, 브랜드 내/외부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있었나요?
커피 커뮤니티라는 게 어떤 것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감촉을 느껴봤다고 해야 할까요. 독자들이 피드백을 보내주시고, 팀원들이 그것을 읽고, 그로 인해 또 무언가를 하고 — 이런 순환이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방문자들과의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점이 너무 좋죠. 가끔은 그저 저희와 함께 수다 떨고 싶어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이 오기도 해요. 주변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얘기를 같이할 사람이 없는데 [BB레터] 덕분에 이야기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하시는 거죠. 이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많은 기업들이 확실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뉴스레터를 선택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어떤 특출함 보다, 꾸준함이 중요할 듯 해요. 빈브라더스가 레터를 통해 앞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커피 하는 사람들 혹은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곳이 된다면 좋겠어요. 그 그림을 그려가는 데에 뉴스레터도 기여하길 바라고요. 저희가 하는 모든 활동이 ‘놀이터’를 만들어가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커피에 대해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생각나는 곳. 답이 없더라도 함께 달려들어 같이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줄 사람들이 있는 곳.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자체가 브랜드의 미션이라는 게 지금 이 시대에 더 새롭게 다가와요. 커뮤니티 자체가 활성화 되기 어려운 시기니까요. 때문에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을 만드려고 하시는 게 더욱 뜻깊게 다가오네요.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카페가 7–8만 개 정도라고 해요. 매장당 근무하는 바리스타를 어림잡아 두 명 혹은 세 명 정도라고 해도, 이미 20만 명이 넘잖아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다 저마다의 바bar에 고립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같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아는 감각은 건강한 일의 태도를 유지하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스티비를 활용해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다른 발행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하우나 팁이 있을까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팀/멤버를 찾으세요. 글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콘텐츠의 전반적인 맥락에서 어디가 걸리는지, 어려운지, 이탈한 것 같은지 — 이런 호흡을 한 번 리뷰해 줄 수 있는 팀이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되거든요. 특히 발행 초반에는 감이 잡히지 않아요. 어떤 콘텐츠를 어떤 톤으로 써야 할지 말이에요. 이게 맞는 건지조차 알 수 없으니까요. 저도 이런 문제로 홀로 끙끙 앓고 있었는데, 연구원인 데릭Derek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혼자 하고 있다며 흔쾌히 피드백해 주겠다고 했어요. 함께 회의하던 팀원들도 같이 시간과 마음을 내주었고요. 그래서 매주 금요일 아침, 고정적으로 만나 뉴스레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콘텐츠에 대한 내용을 누군가로부터 확인받으니까, 일을 지속하는 데도 큰 동력이 되고 편집에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 최초의 독자가 되어 같이 검토해 줄 수 있는 동료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나에게 할당된 일을 동료에게 부담 지우는 것은 아닐지, 염려되실 수 있어요. 그런데 품이 그렇게 많이 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고민하시지 말고, 그냥 툭 던져보세요. “이거 한 번 읽어봐 줄래?” 하고요. 커피도 한잔하고요. 그런 동료들이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뉴스레터를 만들어가실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 지속 가능한 커피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빈브라더스의 BB레터가 궁금하다면? 빈브라더스 <BB레터> 구독하기
인터뷰, 정리| 스티비 객원 에디터 박참새
편집 | 스티비 마케터 한세솔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이미희(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