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유꽁사, 하나이지만 여럿으로 끝나는 작은 일들
요리는 1인분으로 시작해서 3인분으로 끝나는 일 같아요.
“요리는 1인분으로 시작해서 3인분으로 끝나는 일 같아요.”
Interviewee 유꽁사(일러스트레이터)
“일상으로의 재활이 필요했어요. 제게는 그것이 글을 쓰고 밥을 해 먹는 일이었고요.”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세요?
정말 집에만 있었어요. 개인적인 일로 온몸이 진흙 속에 파묻힌 느낌이었는데, 빠져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래서 조금은 홀가분하고 가뿐한 느낌이에요. 오는 발걸음이 덕분에 가벼웠고요.
타이밍이 좋았군요.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604(육공사)’입니다. 숫자로 불러주셔도 좋은데, 활동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팬분들께서 소리 나는 대로 ‘유꽁사’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발음도 너무 귀엽고 숫자보다는 조금 더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서 지금은 ‘유꽁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료 뉴스레터 <먹고사는 이야기>를 발행하셨죠. 어떤 뉴스레터였나요?
<먹고사는 이야기> 는 무너진 일상에 재활이 필요해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프리랜서는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저를 일으킬 작은 결속이 필요했는데 연재를 구상할 때 즈음 마침 스티비에서 좋은 제안을 주셨고요.
당시에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자꾸만 겹치고 겹쳐서 심신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냥 누워서 배달 음식만 시켜 먹고, 자극적인 콘텐츠만 찾아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하루가 너무 쉽게 그냥 가버렸어요. 기분은 더 우울해지고, 자존감도 떨어지고요. 그런 시간이 쌓여갈수록 저 자신이 막 미워지는 거예요. 일종의 자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에 한 끼만 스스로 해 먹어보자고 결심했어요. 그보다 더 큰일을 하기엔 힘도 용기도 모자라더라고요.
요리라는 게 매우 사소한 일 같지만 다른 작은 일들을 아주 많이 동반하는 일이잖아요. 주방도 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재료도 필요하고 나가서 그 필요한 재료들을 사 와야 하고… 일상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바꾸자는 다짐을, 바꾸고 싶은 욕심을 ‘요리’라는 것에 다 넣었어요. 그리고 그 과정을 조금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서 시작한 것이 <먹고사는 이야기>였어요.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선택한 매개가 ‘요리’였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안 먹으면 못 살잖아요. 생활에 기본이 되는 걸로 뭔가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계란 후라이 하나 해서, 밥을 비벼 먹어도 뭔가 ‘했다’는 느낌. 그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거창한 것 말고, 조그마한 성취요.
유료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엄청나게 큰 삶의 변화나 그것의 궤적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재활을 그리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이것을 궁금해할까, 함께 따라와 줄까, 하는 두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되려 그렇기 때문에 유료로 발행했어요. 제가 글에 담는 이야기는 저의 여린 속이거든요. 정말로 솔직한 저의 이야기요. 물론 인스타그램에 어느 정도 제 일상을 공유하고 있지만, 제 속 이야기는 하지 않거든요. 제가 느끼는 감정, 지난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상처와 기쁨들. 그러다 겪은 에피소드들은 제게 귀한 경험이고 농축된 저를 이루는 많은 가지들인데, 이것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가감 없이 드러냈을 때 보는 분들도 그렇게 느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창작자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난 만큼 평가도 쉽고 모진 말들이 오가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말들에 마음을 많이 쓰는 사람이고요. (웃음)
그런데 뉴스레터를 유료로 구독하는 것은 이미 저를 아시고, 저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이 돈을 지불하시고 콘텐츠를 받아보시는 거잖아요. 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 그리고 나처럼 이 이야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유료 뉴스레터를 기획했어요.
오히려 유료 구독이 가진 장벽을 현명하게 잘 활용하신 거군요. 글은 꾸준히 써오셨나요?
글이라기보단 기록을 주로 해왔던 것 같아요, 일기처럼요. 20대 초중반에 썼던 글들은 글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감정의 나열들이었는데, 나중에 시간을 두고 보니 와중에 정말 잘 쓴 것들이 있는 거예요. 그렇게 슬프고 촉박한 와중에 이렇게 좋은 문장을 썼다고?! 그런 것들 있잖아요. (웃음) 그렇게 꾸준히 써온 것들 사이에서 작은 발견들이 계속되니까,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 <혼자 보는 일기>였고요.
<혼자 보는 일기>는 어떤 콘텐츠였나요?
<혼자 보는 일기>는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제가 발행했던 뉴스레터예요. 사실은 온전히 글로만 채워진 콘텐츠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독자가 있는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계속해오던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 만화니까, 만화와 글을 적절히 섞어서 만들었어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저도 제 글에서 어떤 스타일이 보이는 거예요. 제 사고의 방향도 알게 되고, 지난 일은 지난 일로 내버려 둘 줄도 알게 되고요.
콘텐츠 이름에서부터 내밀함이 느껴지는데요, <혼자 보는 일기>를 발행하면서는 또 다른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집이 지저분해서 청소를 하면 정리된 모습이 한눈에 보이잖아요. 정리 전과 후가 분명하게 느껴지는데 마음이 어지러울 땐 생각을 정리해도 드러나는 게 없으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았어요. 그런 마음들을 글로 쓰기 시작하니까 많은 부분들이 명확해지더라고요. <혼자 보는 일기>를 발행하면서 글을 쓰는 자아가 하나 추가됐어요. 그리고 구독자분들이 눈이 밝으셔서, 제가 하려고 했던 것보다 그 이상을 늘 읽어주시더라고요. 드리고 싶었던 힘보다 더 큰 힘을 얻으시기도 하시고요. 그래서 이것이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니라고 느끼게 되기도 했죠. 나만 볼 때도 있지만, 내놓은 순간 이후부터는 혼자 보는 일기가 아니게 된 거예요. 그래서 <혼자 보는 일기>라는 콘텐츠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어요. 계속 글을 쓰고 싶어요.
피드백은 자주 오시는 편인가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는 거다 보니 조금 조심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마음을 모아뒀다가 한 번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시는 분들도 있어요. 아니면 연재가 다 끝나고 마지막에 답장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답장이 매번, 일일이 오지 않더라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다들 마음속에 잘 쌓아두고 계시겠지, 그런 믿음이 있어요. 피드백이 있기도 하지만 없어도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그냥 늘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내고 있어요.
_____
“진짜, 정말, 그냥 먹고사는 이야기. 그런데 잘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먹고사는 이야기>는 발행이 끝난 건가요?
네, 우선 지난 9월 한 달 동안 연재했던 것은 끝났고요. 내년 1월부터 다시 연재를 하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먹고사는 이야기>를 발행하며 한 주 한 주를 기획해갔던 과정 같은 게 있었을까요?
사실 제가 그렇게 계획적인 인간이 못 돼서… 대강의 기획은 있었어요. 4주간 만들어 먹을 메뉴와 글의 제목 정도로요. 그런데 그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요. (웃음) 어떤 에피소드가 떠올라서 거기에 맞는 음식을 붙인 경우도 있고, 어떤 음식을 먹다가 떠올라서 글이 붙은 경우도 있어요. 오로지 저의 경험에서 시작해서 그때그때의 느낌을 담은 글과 그를 닮은 요리로 한 주가 이루어졌어요.
요리는 원래부터 잘하셨나요?
감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식당에 가서 뭘 먹으면 대강 이런 재료들이 들어갔겠다, 추측이 돼요. 제가 어렸을 때 3년 동안 할머니 댁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요. 할머니들 보면 그냥 막 넣잖아요. 한 움큼 그냥, 한 국자 그냥, 그렇게 한 바퀴 돌리고. 이러면 뚝딱 맛이 나잖아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걸 보고 자라서 그런지 맛을 내는 과정 자체가 늘 흥미롭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기억 덕분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그렇게 큰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학부 때 푸드스타일링을 배웠거든요. 그것도 재밌었어요. 그런데 업으로는 삼지 못하겠더라고요. 시간에 쫓겨 빨리 음식을 내야 하고 대용량의 요리를 해야 하고… 이런 일은 즐겁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신기해요. 오늘의 요리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실 지금 디톡스 기간입니다. 연재를 하다 보니까 매주 잘해 먹어서 의도치 않게 살이 더 붙더라고요. 내년 연재를 위해 몸을 만드는 중입니다. (웃음)
‘재활’을 위해 시작한 뉴스레터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실제로 일상의 변화가 조금 있으셨나요?
일단 재활에 성공했습니다!
너무 축하드려요!
일주일에 하루 있는 그 연재가 아주 안정적인 루틴이 되어주더라고요. 의식적으로 산책도 하게 되고, 일찍 마트도 다녀오고, 쓸 글을 생각하고 어떤 요리를 해 먹을지 궁리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마음의 순환이 많이 됐죠.
게다가 제가 원래 있던 플랫폼을 벗어나서 다른 어딘가에서 콘텐츠를 만든다고 했을 때, 기존에 계시던 독자 분들이 따라와 주실까 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스티비는 스티비만의 구독 방식이 있잖아요.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느껴지면 그냥 안 해버리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독자 님들이 계셔주셔서 내가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구나! 깨닫게 되는 경험이 되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맞아요. 기존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어딘가에서 무엇을 도전해보려고 할 때, 얼마나 많은 분들이 여기서도 찾아주시는지(전환율)도 중요하잖아요.
스티비가 너무 편리한 덕분이기도 하죠. (웃음)
그럼 이후에는 시즌제 개념으로 발행하시는 건가요?
네,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사실 연재는 저에게도 너무 큰 힘이 되어서 계속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일기라는 형식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나영석 PD가 그런 말을 했대요, 사람은 늘 잘하는 거 해야 한다고. 하지만 조금씩 다르게 해야 한다고. 나영석 PD님도 그런 식으로 계속 롱런하고 계시잖아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제가 잘하고 잘할 수 있는 게 일기라는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전하는 거니까, 이번에는 요리를 접목한 채로 조금 다르게 해 본 것이거든요. 다음에는 여행이 될 수도 있겠죠. 다만 일기라는 형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요.
유꽁사 님께… 요리란…?
1인분으로 시작해서 3인분으로 끝나는…
너무 좋다!
제가 손이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웃음) 꿈보다 해몽이라고 얘기를 해보자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냥 요리만 하려고 했는데, 하려고 보면 주방을 치워야 하고 쓰레기를 내다 버려야 하고… 요리 하나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생활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한 건 한 끼일 뿐이지만, 그렇게 해서 먹은 것만으로도 하루를 잘 산 느낌이 들더라고요.
<먹고사는 일기>를 보면서 참 신기했던 부분이,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것 같아서 읽고 있다 보면 어느새 요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호로록 주방으로 초대된 느낌이랄까요.
그것을 의도했답니다. 그림은 가볍게 귀엽게 그리는데, 글은 그렇게 잘 안되더라고요. 늘 무거워지고 깊어지는 느낌. 수다 떨다가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지면 갑자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버리잖아요. 환기를 시키기 위해서요. 그러는 것처럼 쓰다가 이야기의 방향이 조금 짙어진다 싶으면 이제 요리를 시작해버리는 거죠. 무겁고 힘들었던 것들 다 같이 잊어버리고 맛있는 밥 한 끼 먹는 거예요.
글이 무겁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되려 용감 하달 까요? 사실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잖아요. 출간 계약이 엎어졌달지 하는… 그런 날이 선 이야기의 재료들을 잘 다듬어서 한 편의 요리로 잘 다듬어내시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어요.
<먹고사는 이야기> 3주 차에서 출판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는데요. 그때 함께 책을 만들기로 한 출판사와 조율하는 일이 스스로 어려워서 그만둔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에피소드를 발행한 다음날 <먹고사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가 왔어요. 알고 보니 구독자분 중에 출판사 직원 분이 계셨던 거죠. 그래서 혹시나 싶어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었어요. 어떤 식으로든 나쁘게 썼을까 봐요. 근데 그렇지는 않았더라고요. 아찔하고 재밌고 감사한 에피소드죠.
어떤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질 예정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연재되는 내용이 책으로 엮일 예정이에요. 2023년 연말쯤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독립 출판을 제외하면, 첫 책이신 거네요.
네, 그래서 너무 기대돼요. 뭐랄까, 큰 서점에 제 책이 놓여있는 모습을 늘 상상해왔거든요. 잘하고 싶어요. 연재를 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일들로 연결돼서 정말 기뻐요.
_______
“무언가가 좋으시다면, 그냥 마구 좋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혼자 보는 일기>를 발행하실 때는 스티비를 사용하지 않으셨잖아요. <먹고사는 이야기>를 발행하며 느끼셨던 스티비의 장점이 있을까요?
<혼자 보는 일기>를 발행할 땐, 일반 메일 플랫폼을 썼었는데요. 100명 단위로 끊어서 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중복으로 보내지기도 하고, 누락되는 일도 너무 많고 그래서 정말 골치 아팠죠. 그런데 <먹고사는 이야기>를 발행할 땐 그럴 걱정 없이 써서 보내기만 하면 되는 게 정말 편했어요. 블로그처럼 한 번에 발행되는 거요.
게다가 다양한 형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뻤어요. 그전에는 글과 그림을 모두 합쳐서 하나의 이미지로 발송하곤 했는데, 스티비는 글은 글대로,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정리하고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해방감을 줬어요.
내년에 앞두고 계신 새로운 연재를 마친 뒤에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그만 혼자 일하고 싶어요.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하는 성향이긴 하지만, 가끔 외로울 때가 있거든요. 어떤 걸 하다 보면 그걸 해내는 과정 자체에서 진이 다 빠져서, 끝 마무리를 제대로 못 하거나 끝마친 일을 제대로 알리지 못할 때도 있고요. 그런데 뭔가를 같이 하시는 분들을 보면, 서로 독려도 하고 힘도 되어주고 서로 소식을 알려주는 게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연재도 하고, 그것으로 책이 나오고 하면 조금 더 많은 분께 발견되어서 함께 있다는 감각을 가지고 싶어요. 물론 지금도 활짝 열려 있습니다. (웃음)
또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으세요?
음악이요. 부끄럽지만 가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데요 처음엔 취미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음원이 하나 나오고 나니 내가 이걸 생각보다 더 좋아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노래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음악 산업에 가까이 있는 채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앨범 재킷을 그릴 수도 있겠죠.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자꾸 그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 같아요.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뉴스레터를 시작하시려는 분들, 혹은 하고 계신 분들께 전하고 싶은 유꽁사 님만의 이야기가 있을까요?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이라 모두가 안다고 생각되는 것일지라도, 그걸 내가 다른 시각으로 조금만 더 오래 살펴보면 나만의 독특한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콘텐츠가 나오는 것 같고요. 그래서 무언가가 좋으시면 그냥 많이 좋아해 보시면 좋겠어요. 많이, 오래 좋아하다 보면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더욱 거침없이, 용감하게 좋아하시고 그것을 마구 뽐내시면 좋겠습니다.
구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친구 같았으면 좋겠어요. 어디서든 안부가 한 번씩 궁금해지는 그런 친구요. 그러려면 제가 여기저기 얼굴을 막 비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드려야겠죠. 친하게 지내요. 그러고 싶어요, 저는.
<먹고사는 이야기>가 5주 연재여서 조금 짧은 감이 있었지만, 곧 하실 연재는 기간이 긴 편이니까 계절도 함께 보내게 될 거고, 그러다 보면 유대감도 더 깊어질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봐주시는 분들도 제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니까 그 꾸준함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부지런히, 먹고사는 일을 더 열심히 더 열렬히 좋아해 보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_____
인터뷰를 마치며
먹고사는 일, 매일 같은 일이라 더욱 지겹게 느껴지기도, 때로는 가장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정말 잘 살고 싶어지는 요즘이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해 보라는 유꽁사 님을 만나며 투명한 열정을 느꼈습니다.
모두들 잘 회복하시면 좋겠습니다. 무엇으로부터 든요. 잘 회복하고 잘 보듬어서, 더 편안한 ‘나’를 향해 한 발 두 발 내디뎌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어딘가로 가게 될지,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 거잖아요. 몰라서 좋은 일들이 훨씬 많은 것처럼요.
저는 오늘 저녁으로 아주 맛있는 것을 먹을 거예요. 내일도 모레도요. 매일매일의 끼니를 더 잘 차리고 그렇게 먹은 것으로 더 좋은 품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가 글과 그림으로 전하는 따뜻하고 보드라운 이야기들처럼요.
2022년의 [보낸사람:] 인터뷰 시리즈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보낸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건, 언제고 읽어줄 당신이 있기 때문임을, 절대로 잊지 말아 주세요. 저희 역시 잊지 않고, 더 좋은 마음으로 쓰고 전하겠습니다. 내년에 또 만나요. 건강하게요.
장소 | 로컬스티치 가로수길 지점
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에디터 박참새, 스티비 마케팅 팀(룰, 세솔)
편집 | 스티비 마케팅 매니저 룰
메인 이미지 | 스티비 디자이너 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