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구독 시대의 뉴스레터
이메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 의존적이지 않다’는 이메일 고유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 글은 기획회의 514호 — 메일링 서비스, 출판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실린 글을 다시 편집한 것입니다.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스티비를 출시한 지 4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티비는 2016년 11월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4년 전에 새로운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갑자기 웬 이메일이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요새 다들 뉴스레터 한다던데…”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기고, 인터뷰 요청도 많아졌습니다. 스티비 외에 다른 새로운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는 거의 없다시피 했었는데, 최근에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메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이메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 의존적이지 않다’는 이메일 고유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메일은 어떤 회사가 소유한 플랫폼이 아니라 전화, 문자 메시지와 같은 일종의 기반 기술 같은 것입니다. 이메일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의 변화, 플랫폼의 흥망성쇠에서 자유롭습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바뀌면 내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플랫폼이 망하면 새로운 플랫폼을 찾고 콘텐츠를 다시 만들고 고객을 새로 확보해야 하죠. 이런 문제는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발행한다는 것은, 내가 직접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용자가 플랫폼을 떠나면 그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이에 비해 이메일은, 내가 직접 구독자를 확보하고 내 구독자에게 콘텐츠를 직접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독자 한 명, 한 명이 누구인지 알고 있고 누가 언제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메일의 이런 특성은 최근의 콘텐츠 소비 환경의 변화와 잘 맞아 떨어집니다. 정보와 광고의 과잉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SNS가 아닌 다른 채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구독형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편리한 뉴스레터 제작, 발행 도구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이메일 뉴스레터를 제작하여 발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스티비에서 발행되는 좋은 뉴스레터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4년 동안 스티비를 운영하면서 이런 다양한 사례를 지켜볼 수 있었고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변화의 양상을 3개 단계로 정리해봤습니다.
1. 대량발송에서 ‘개인화’로
첫 번째 변화의 양상은, 하나의 내용을 모든 고객에게 한 번에 대량으로 발송하는 방식에서, 고객마다 다른 내용을 고객마다 다른 시간에 개인화하여 발송하는 방식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대량발송 방식에서, 고객은 원하지 않는 내용을 원하지 않는 시간에 받게 됩니다. 개인화된 발송에서는, 고객은 원하는 내용을(콘텐츠의 개인화) 원하는 시간에(시점의 개인화) 받게 됩니다.
콘텐츠의 개인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메일 제목과 본문에 고객의 이름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뉴스레터에서 “OO님”이라는 표현을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대부분의 이메일 뉴스레터 솔루션에서는 이렇게 구독자마다 다른 값을 이메일 제목과 본문에 넣어 발송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하면 개인이 말을 거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스티비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이메일 제목에 구독자 이름이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오픈율(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이 17% 높습니다.
쇼핑몰에서는 고객 행동(이메일 오픈, 클릭, 가입, 구매 등)에 따라 다른 시나리오로 이메일을 자동 발송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말 그대로 고객마다 다른 내용을 다른 시간에 개인화하여 발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을 했을 때 즉시 가입 환영 메일을 발송하고, 이 메일을 오픈하면 신규 상품 소개 메일을, 오픈하지 않으면 인기 상품 소개 메일을 발송하는 것이죠. 신규 상품 소개 메일에서 어떤 상품에 대한 링크를 클릭하면 며칠 후에 그 상품에 대한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합니다. 고객의 행동에 따라 고객이 관심 있을만한 내용을 필요한 시점에 발송하는 것이죠.
2. 광고에서 ‘콘텐츠’로
두 번째 변화의 양상은, 상품을 홍보하거나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것에서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으로, 뉴스레터 발송 목적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뉴스레터가 광고에서 콘텐츠로 변화하는 것의 가장 앞선 모습은,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이른바 뉴스레터 스타트업의 등장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 사례로 잘 알려진 더스킴(theSkimm)은 2012년 7월 설립됐고 임직원 수가 약 300명에 이릅니다. 구독자 수는 7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연 매출은 51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누적 투자금액도 333억 원이나 됩니다. 더허슬(theHutle)은 2014년 5월 설립됐고 구독자 수는 약 110만 명, 연 매출은 23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이런 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를 표방하는 뉴닉(NEWNEEK)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뉴닉은 구독자 수가 24만 명에 달합니다.
이런 뉴스레터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뉴스레터 자체에 브랜드가 있습니다. 더스킴은 <데일리스킴(DailySkimm)>, 더허슬은 <트렌드(Trends)>라는 이름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 뉴닉은 뉴닉이 회사 이름이자 뉴스레터 이름입니다. 정기적으로 자주 발송하고(더스킴, 더허슬, 뉴닉 모두 매일 아침 발송) 오픈율이 매우 높습니다(더스킴, 더허슬 오픈율 50% 이상). 구독자 피드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매번 구독자에게 콘텐츠에 대한 정량적, 정성적 평가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기존의 미디어, 출판사들도 뉴스레터에 점점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폴인> 팀은 독자적인 콘텐츠 플랫폼이 있지만 뉴스레터를 주요 채널 중 하나로 활용합니다. 민음사, 창작과비평, 북스톤 등 출판사에서도 뉴스레터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음사의 <한편의 편지> 뉴스레터는 <한편>이라는 잡지에서 다루는 콘텐츠를 뉴스레터로 전달합니다. 잡지 콘텐츠 일부를 그대로 싣는 경우도 있고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책의 내용을 편집해서 싣는 경우도 있습니다. 뉴스레터 자체만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인 것이죠. 정기구독 상품에는 프리미엄 뉴스레터가 포함되어있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발행하는 콘텐츠 뉴스레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리뷰, 에세이, 콘텐츠 큐레이션 등 재미있고 읽을만한 뉴스레터가 정말 많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텍스트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기자, 작가, 블로거가 뉴스레터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뉴스레터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3. 뉴스레터 기반의 수익모델
세 번째 변화의 양상은, 뉴스레터 기반의 수익모델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뉴스레터 기반의 수익모델이 확산되고 있고, 콘텐츠 수익모델의 좋은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더스킴, 더허슬과 같은 뉴스레터 스타트업들은 제휴 콘텐츠(광고), 유료 상품 판매, 유료 뉴스레터 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 블로거가 뉴스레터로 높은 수익을 얻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Stratechery.com을 운영하는 벤 톰슨(Ben Thompson)입니다. 벤 톰슨은 유료 뉴스레터로 얻는 수익이 연 약 3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는 마치 초창기 앱스토어의 개인 개발자들의 성공 사례나 최근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성공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국내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수익모델을 탐색하고 시도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뉴닉은 크라우드 펀딩, 제휴 콘텐츠, 유료 콘텐츠 판매 등을 통해 수익화를 위한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금융경제미디어’를 표방하는 어피티는 제휴 프로모션, 앱 광고 등을 진행하기도 했고, 어피티 브랜드로 필진들과 함께 유료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뉴스레터 자체를 유료화하는 사례는 국내에는 아직 많지는 않지만, 작가를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입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시즌제로 연재를 하고 있고 월 1만 원을 내면 한 달 동안 매일 에세이를 보내줍니다. 이 외에도, 이랑 작가의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북크루의 <책장 위 고양이> 등 다양한 유료 뉴스레터가 있습니다. 에세이뿐만 아니라 영화 리뷰, 그림, 웹툰, 오디오 등 콘텐츠의 형식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왜 굳이 뉴스레터에서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 것일까요? 뉴스레터는 기존 콘텐츠 수익모델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기존 콘텐츠의 수익모델은, 플랫폼의 콘텐츠 노출 정책과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고, 광고 수익에 사로 잡혀 저급하거나 허위성 콘텐츠가 양산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요즘 가장 돈이 몰리는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는 이런 문제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죠. 뉴스레터는 플랫폼 의존적이지 않다는 특성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뉴스레터는 적은 구독자만으로도 콘텐츠 본연에 집중한 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단순 계산해서 유튜브와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유튜브에서 매주 3개의 콘텐츠를 업로드한다고 가정하면, 연 5,000만 원의 수익을 얻기 위해 콘텐츠 1개당 34만 조회수가 필요합니다. 이에 비해 뉴스레터는, 1년 동안 유료 구독자 1,000명에게 월 4,200원만 받으면 됩니다. 유료 구독 전환율을 10%로 가정하면 구독자 모수가 10,000명이 있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게다가 뉴스레터는 유튜브에 비해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도 훨씬 적습니다.
* Mediagotosa — 유료 뉴스레터의 성장, 어떻게 봐야할까
스티비에서도 뉴스레터의 수익화를 도울 수 있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구독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흐름에 맞춰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입니다. 스티비 업데이트 소식 보기
누구나 좋은 뉴스레터를 만드는 시대
이메일 뉴스레터의 변화를 ‘개인화’, ‘콘텐츠’, ‘수익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이야기했습니다.
시대의 큰 흐름은 영역별로 단계적으로 확산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조는 철학에서 건축으로, 건축에서 미술로 확산됩니다. 그 끝에는, (돈이 되는) 모든 것을 흡수하는 비즈니스의 영역이 있습니다.
‘개인화’, ‘콘텐츠’, ‘수익화’로 이어지는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메일 뉴스레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넓게 보면 콘텐츠 마케팅,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이 각자의 영역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좋은 뉴스레터가 더 많아지고 그런 뉴스레터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스티비라는 도구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의 콘텐츠로 뉴스레터를 만들고, 자신의 구독자, 독자, 팔로워, 팬, 고객, … 과 관계를 만들고 지속시킬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