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링북스, 보내고 나서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뉴스레터를 보내고 나서 ‘나만의 궤적’이 남았다

콜링북스, 보내고 나서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Interviewee 이지나


한 통의 뉴스레터를 보내고 나면 어떤 일이 이어질까요. 작은 서점 CALLING BOOKS와 출판 레이블 tabi press를 운영하는 이지나 대표는 좋아하는 책과 사람,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전해왔습니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책과 전시가 되고, 새로운 만남과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를 만나고 다음 작업을 만들어온 이지나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콜링북스 입구 앞에서 손을 흔드는 이지나 대표
이지나 대표, 콜링북스 앞에서 ©fujico

좋아하는 것을 건네는
나만의 채널 '뉴스레터'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글을 쓰고 편집하며 책을 만드는 이지나입니다. 작은 서점 CALLING BOOKS와 출판 레이블 tabi press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나님은 여행 에세이와 '콜링북스의 책 편지'처럼,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 누군가에게 건네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공유할 때 어떤 즐거움을 느끼시나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좋은 책이나 사람, 장소를 발견하면 "이것 좀 보세요. 여기 한번 가보세요" 하고 이야기하고 싶어지거든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소개해왔어요.

같은 것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눈여겨보는 부분은 다르잖아요. 저는 남들이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매력을 발견하는 일이 즐거워요. 제가 발견한 것을 다른 사람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짧은 글이라도 남겼어요. 뉴스레터도 그런 마음에서 시작했죠. 좋아하는 것에 관해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거든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즐겁잖아요. 그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서점을 운영하시기 전에는 라디오 작가로 일하신 이력이 있는데요. 이 경험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데 영향을 주었나요?

물론이죠.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 하나의 작은 라디오 채널을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2022년 처음 유료 메일링을 기획할 때도 라디오 프로그램처럼 요일마다 다른 코너를 구성했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섯 가지 코너를 만들고 각각 네 차례씩 연재하면 스무 통의 메일을 발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자의 사연을 받아 책을 추천하는 '책 편지'도 라디오 작가로 일했던 경험에서 출발한 기획이에요.

지나님이 좋아하시는 것에는 남다른 밀도와 농도가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것을 결과로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요. 보상이 돈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이걸 하는 나 자체가 기쁘고, 좋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 있다면 그것을 힌트 삼아서 출발하면 어떨까요? 저는 뉴스레터 코너에서 추천한 책이나 전시가 좋았다는 반응이 있었고, 그 반응이 쌓이면서 제가 해 온 이야기와 선택에도 믿음을 보내주셨던 것 같아요.

여러 매체 가운데 뉴스레터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SNS에 글을 올리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좋아하는 D&DEPARTMENT의 창업자 나가오카 겐메이는 오랫동안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메일링으로 전하고 있어요. 지난 10월 6일에는 726번째 메일을 받았어요.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만들어가는 일을 꾸준히 전한다는 게 놀라웠죠. 그중 일부는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안그라픽스, 2024)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고요. 뉴스레터는 개인이 직접 기획하고 편집해 독자에게 보내는 매체이고, 스티비 덕분에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SNS가 열린 광장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이라면, 뉴스레터는 조금 더 주파수가 맞는 사람에게 직접 건네는 느낌이에요. 누군가 메일 주소를 남기고 구독한다는 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겠다는 뜻이잖아요. 〈Magazine Calling Books〉나 여행 메일링은 오픈율이 90%를 넘는 경우도 있었어요. 콜링북스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시작한 생각과 이야기까지 공간의 크기에 머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뉴스레터는 책방 밖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독자를 만나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2026년 1분기 콜링북스 뉴스레터 100명 한정 멤버십 모집 포스터
2026년 1분기 Calling Books 뉴스레터 구독자 모집 포스터


지금의 이야기를 남기는 일

서점을 운영하면서 뉴스레터를 꾸준히 쓰게 된 동력은 무엇인가요?

2019년 엄마가 돌아가신 뒤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하면서, 제 일상에 책과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방을 열었어요.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그래서 책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이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과 책을 통해 생겨나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글이 쌓이면 그 이야기가 궁금해 콜링북스를 찾아오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싶었고요. 무엇보다 공간은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기록한 이야기는 남을 수 있잖아요. 지금의 일과 생각을 꾸준히 글로 남기고 싶었어요. 책방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나 손님과 나눈 대화도 시간이 흐르면 그때만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d design travel 제주》 답사 중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는 두 사람
《d design travel 제주》 답사 (편집부 노트 04 보러 가기) © 정인선

완성된 결과보다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시기에 만난 사람과 작품처럼 '그때만 쓸 수 있는 기록'을 나누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오직 그곳에서만 일어나는 일과 과정을 기록하면 그 사람만의 것이 되잖아요. 저는 이야기를 만들고 편집하는 사람이고, 누군가한테 써달라는 게 아니라 제가 쓰는 거니까요.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그렇게 무언가가 남아간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인 것 같고요.

서점 1년 차에 창업기를 쓰셨죠. '내가 이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하는 망설임은 어떻게 넘어오셨나요?

'이 이야기는 나밖에 할 수 없다'는 마음과 '아직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함께 있었어요. 책방을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특별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오랜 경험이나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선택한 이유와 경험하는 과정은 다르잖아요.

막 시작한 사람에게는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당연하게 여기거나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그때의 생각과 선택을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당시 "왜 이름이 콜링북스예요?", "가운은 왜 입었나요?" 등의 질문을 받아서, 그 질문들에 답한다는 생각으로 뉴스레터에 발행한 원고를 재가공해 Zine을 만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기도 해서 스스로 대견하기도 해요.

《d design travel 제주 편집부 노트》에서는 잡지의 제작 과정을 뉴스레터로 나누셨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일본에서는 《d design travel》을 만들 때 지역 사람들에게 취재할 장소를 추천받고 워크숍이후 취재 과정도 공유해요. 제주호를 만들 때는 한국에서 그런 공유 방식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저는 한국의 관계자들과 일본 편집부 사이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진행 과정을 효율적으로 알리면서 독자도 함께 참여하도록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뉴스레터를 떠올렸어요. 당시 함께한 일본인 편집장에게 취재와 제작 과정을 메일로 기록해 보내자고 제안했어요. 관계자들에게 같은 소식을 전할 수 있고, 독자에게는 완성된 책뿐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제게도 배울 것이 많은 작업이었어요. 이 경험을 저만 알고 끝내기보다 나누고,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부족해도 남겨두고, 이 작업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도 이어지길 바랐어요.

제작 과정을 공유하고 나서 어떤 일이 이어졌나요?

가장 좋았던 것은 작업의 과정이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다는 점이에요. 결과물만이 아니라 제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 경과도 보여줄 수 있었어요. 한국어판 출간을 앞두고 미리 책을 읽을 독자를 모집하거나 북페어 참가 소식을 전할 때도 메일링을 활용했죠. 하나의 메일이 기록이자 홍보, 독자와의 소통 창구가 된 거예요.

메일링을 읽고 토크 행사에 찾아온 분들도 있었어요. 특히 신도 히데토 편집장의 이야기를 읽고 그분에게 관심을 갖게 된 독자들이 기억나요. 당시 한국에는 이 매체와 편집장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그분이 어떤 생각으로 책을 만드는지 소개하고 싶었거든요. 여러 질문을 드리고 그 답을 메일링에 담았어요. 여행 잡지를 만들지만 정작 여행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 오히려 《d design travel》이라는 책이 자신을 움직이게 했다는 말이 인상 깊었죠. 제가 궁금해서 묻고 기록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기뻤어요.

《d design travel 제주》 취재에 사용한 비자림 카키 매트 색상의 캐스퍼가 제주 돌집 앞에 서 있는 모습
《d design travel 제주》 '비자림 카키 매트' 캐스퍼 협업 (편집부 노트 05 보러 가기)

《d design travel 제주》 취재 때는 현대자동차와 협업하며 캐스퍼 지원도 받으셨죠. 뉴스레터는 이 협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요?

'비자림 카키 매트' 컬러를 보고 "현대자동차에서도 좋아할 것 같은데!" 하는 상상이 펼쳐졌어요. 편집장이 자동차 회사 출신이라 재밌어하실 것 같았고, 저희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니 며칠이라도 무료 렌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편집장이 제안서를 만들고 제가 한국어로 정리해서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거의 그날 오후에 "해드릴게요" 하는 답이 왔어요.

차량을 지원받고 취재 틈틈이 어디를 갔는지, 제주에서 찍은 사진을 에디토리얼로 만들어 잡지에 당장 들어가지는 못해도 메일링으로 구독자에게 보내겠다고 했어요. 그걸 좋게 받아주셨고요. 협업할 때는 단순히 금전적인 이유로 잘 맞지 않는 브랜드를 넣기보다, 내용과 잘 어울리고 어떤 지향점이 연결되는 팀을 고르고 싶어요. 단순히 이름을 노출하기보다 함께 소개할 만한 이야기가 있는지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몇백 명 정도의 구독자로도 일을 만들어본 작은 성취와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당시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었기에 힘들었지만, 보람도 컸어요. 처음 문을 여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요.


메일함에서 책으로
그리고 다음 일로

뉴스레터에서 시작한 연재가 전시와 Zine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만들어가셨나요?

2023년에는 월 2회 무료 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달력 작업을 함께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이유나 작가와 〈Carnet de Paris〉(파리의 수첩) 그림 연재를 시작했어요. 창작하는 사람도 혼자 연재를 쌓기는 어려운데, 같이 하는 사람이 있고 구독자가 있으면 다르잖아요. 그해, 작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연재한 그림을 콜링북스에서 전시하고 엽서도 만들고요. 메일링에서 그림을 본 독자들이 작가를 만나러 오고 작품 구입으로도 이어졌어요. 연재가 작가를 알리고 팬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함께하는 사람과 기다리는 독자가 있으면 꾸준히 창작할 힘도 생기고요.

2024년 《산보와 사진》은 처음부터 1년간 연재한 글과 사진을 Zine으로 만들자는 계획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제주 서귀포에 있던 STILL NEGATIVE CLUB이 월간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에 관한 글과 사진을 받아 정리하고, 제주북페어에서 처음으로 소개했어요. 북페어를 우리끼리의 마감이자 처음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었던 거죠.

김파카 작가와는 2024년 언리미티드 에디션부터 한 장짜리 종이 소식지를 배포했어요. 저는 〈콜링북스를 만든 책〉에서 제게 도움이 된 책을 소개하고, 파카 작가는 다른 사람의 서가를 찾아가는 〈서가 탐방기〉를 이어가고요. 대신 이 작업은 비정기적이라서, 현재는 온라인 공개로 〈책 읽는 사람들〉이란 코너를 만들어 SNS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뉴스레터는 한 번 발송하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 인터뷰를 통해 새로이 알게 되었어요. 다른 창작자와 함께 기록을 쌓고 전시나 책, 새로운 연재로 발전시킬 수 있는 창작 도구이기도 했다는 것을요.

《tabi press vol.0 MAIL MAGAZINE》의 흰색 표지와 글·그림이 담긴 펼친 내지
《tabi press vol.0 MAIL MAGAZINE》 ©fujico
 《산보와 사진》
《산보와 사진》 (영상 보러 가기)

같은 글을 이메일과 인쇄물로 읽을 때, 독자의 경험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다시 책으로 만들어 판매하려고 하니, 단순히 글을 모으는 것 이상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용을 다시 편집하고 디자인과 책의 물성에도 신경을 썼어요. 첫 책인 《tabi press vol.0 MAIL MAGAZINE》은 도쿄에 머물며 보냈던 열 통의 메일링을 다시 엮은 책이에요. 한국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도 궁금해서 펼쳐보고 구입하는 책이 되었으면 했고, 실제로 도쿄아트북페어에서는 일본 독자들도 책을 구입해주셨어요.
제가 쓴 글이었으니까 해볼 수 있었던 시도라는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깨알같이 썼던 시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본 걸 제대로 남겨놓고 싶은 욕구, 전달하고 싶은 무언가가 계속 있었던 거구나. 새삼 느꼈어요.

다이칸야마 츠타야에 마련된 CALLING BOOKS·tabi press 페어의 책과 전시 패널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서 연 안녕, 츠타야! CALLING BOOKS & tabi press FAIR

유료 메일링을 Zine으로 다시 엮을 때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나요?

콜링북스에서 직접 만든 콘텐츠를 책으로 출판하고 다른 서점에도 소개하고 싶어 tabi press라는 출판 레이블을 시작했어요. 'tabi'는 일본어로 여행을 뜻하지만, 관광보다 낯선 것을 만나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과정에 가까워요. 여행으로 생각과 시선이 달라지는 경험을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첫 책 《tabi press vol.0 MAIL MAGAZINE》은 도쿄에 머물며 보냈던 열 통의 유료 메일링을 다시 편집한 책이에요. 이미 발송한 글을 종이책으로 만들면서 새로운 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디자인과 물성에도 공을 들였죠. 한국어를 읽지 못하더라도 궁금해서 펼치고 곁에 두고 싶은 책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도쿄아트북페어에서는 일본 독자들도 책을 구입해주셨어요. 한국인이 바라본 도쿄나 메일링을 책으로 엮은 방식에 관심을 보였죠. 직접 경험하고 쓴 글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였어요. 글이 다른 언어의 독자에게도 닿는다는 게 기뻤고, 계속 이런 작업을 하고 싶어졌어요.

〈TOKYO FAIR REPORT〉가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야부타 치하루 님을 소개하는 잡지 인터뷰로 이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이었나요?

2025년 처음 참가한 도쿄아트북페어에서 흰머리의 한 여성분이 tabi press 부스를 찾아와 책을 자세히 보시고 명함을 건네주셨어요.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디자인 컨시어지 야부타 치하루 상이었어요. 그곳은 도쿄에 갈 때마다 들르는 서점이고, 사실 1년 전 한 책을 소개하고 싶어 메일을 보낸 적도 있었어요. 그때는 진전이 없었는데 담당분이 먼저 찾아오다니 무척 기뻤어요.

이후 야부타 상의 제안으로 CALLING BOOKS와 tabi press의 페어를 열었고, 준비와 만남의 과정을 뉴스레터로 전했어요. 비슷한 일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랐거든요. 한국어와 일본어 두 언어로 발행하고 페어 현장에서는 구독 안내 엽서를 나눠 새로운 독자도 만났어요.

그 기록을 읽은 스토리소사이어티 채자영 편집장이 LG전자와 만드는 잡지 《BOLD MOVE》 시니어 특집 호에 야부타 상을 소개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제안해주셨어요. 저는 두 분을 연결하고 현지 촬영을 위한 사진가 섭외에도 참여했죠. 야부타 상은 "지나 씨 덕분에 인사하러 오는 한국 분들이 늘어났어요"라고 하셨고, 한국 잡지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리는 일도 놀랍고 기쁘다고 하셨어요. 한 번의 만남을 기록한 일이 또 다른 만남과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메일을 쓸 때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죠!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이지나 대표와 다이칸야마 츠타야 디자인 컨시어지 야부타 치하루
디자인 컨시어지 야부타 치하루 님과 함께 (TOKYO FAIR REPORT 01 보러 가기)

뉴스레터와 이메일이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가장 크게 실감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제가 정말 마중물을 붓는 사람이긴 해요. 메일링을 꾸준히 발행해온 것을 통해서 가까운 동료들도 메일링을 시작하기도 했고요. 외부 업무로도 제 몫을 잘 해내려 했던 시간 때문에 연결된 분들이 있어요. 메일링으로 전해지면서 "지나가 이 사람 만나봐야 돼" 하고 연결해주시기도 하고요. 이야기를 발신한 것으로 이어지는 사람도, 일도 생겨요.



뉴스레터를 보내고
남은 나만의 궤적

직접 경험한 '뉴스레터의 효능'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좋다고 말하고 발행하다 보면 더 좋아지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처음 보낼 때는 몰랐던 일이 일어나요. 개인으로 뉴스레터를 써보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꺼내볼 수 있어요. 누군가 구독해서 연결되고, 함께 쓴 글로 "연재해 볼까요?" 발전시킬 수도 있고요. 나로서 내디딜 수 있는 첫 번째 스텝이에요. 6개월이든 1년이든 공동으로 발행해보는 것도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고, UE에 나갈 무언가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뉴스레터를 보내고 나서 00이 남았다." 빈칸을 채운다면요?

뉴스레터를 보내고 나서 '나만의 궤적'이 남았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을 전하고 싶어 시작했어요. 계속 쓰다 보니 글이 쌓이고, 읽는 사람이 생기고, 새로운 만남과 일로 이어졌고요. 콜링북스에서 함께 작업했던 창작자들이 다른 책과 잡지에서도 활동하고, 저도 그분들과 새로운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서로의 일을 지켜보고 응원하며 창작의 동료가 된다는 것이 큰 기쁨이에요.

뉴스레터를 창작 도구로 활용해온 점도 뜻깊어요. 다른 창작자에게 연재를 제안하고 함께 기획하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꾸준히 발신할 기회를 만들었거든요. 함께 쌓은 기록과 작업 역시 선명한 궤적으로 남아 있어요. 지난 5년간 작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도 많았지만, 메일을 다시 펼치면 어떤 사람을 만났고 무엇을 만들고 생각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책방 운영과 글쓰기, 책과 전시 제작, 서울과 도쿄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서로 달라 보여도 제게는 궁금한 것을 발견해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어요.

그렇게 쌓인 기록은 저만의 궤적이자, 앞으로 새로운 글과 책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되어줄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작업한 창작자들과 서로의 세계를 넓혀왔다는 사실도 기쁘고요.

도쿄아트북페어에서 책이 진열된 콜링북스 부스에 앉아 있는 이지나 대표
tabi press 이름으로 첫 출점한 2025년 도쿄아트북페어 ©Tohyama Shintaro 

앞으로 뉴스레터로 해보고 싶은 일과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들려주세요.

2022년부터 발행한 메일링을 세어보니 100통이 넘더라고요. 유료 구독으로 책 판매가 아닌 제가 쓴 글로 수익을 얻기도 했고, 콜링북스 손님들과 관계를 이어가려고 무료 뉴스레터도 발행했어요. 올해는 분기별 유료 구독도 시도했고요. 여러 방식을 거치며 아직 저에게 맞는 형태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남은 올해는 그동안 발행한 글을 다시 읽고 정리하려고 해요. 한 권의 책으로 발전시킬 만한 원고가 있을지도 살펴보고 싶고요. 이미 보낸 메일을 다시 편집하면 처음 쓸 때는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가 드러날 수도 있겠죠. 그동안은 쓰고 발송하느라 돌아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제 주변에는 저를 계기로 뉴스레터를 시작한 사람들도 꽤 많답니다. 저는 쓰면 남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 기록이 언젠가 새로운 책이나 또 다른 일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지금은 잠시 메일링을 쉬고 있지만 계속 이어갈 생각이에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메일함에서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콜링북스 공식 인스타그램
*메일링 일정과 구독 안내는 콜링북스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 콜링북스 제공
인터뷰 | 엠디랩프레스
편집 | 엠디랩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