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택 Staaack 인터뷰, 패션과 세탁을 한 바구니에 담다

옷 좀 입는 사람들이 쌓아가는 자기관리 루틴

스택 Staaack 인터뷰, 패션과 세탁을 한 바구니에 담다

Interviewee 강주은, 변정현, 오송민


세대마다 선호하는 옷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깔끔하게 관리하고 예쁘게 입고 싶다'는 마음은 똑같죠. LG생활건강의 <스택>은 이런 니즈를 발견해 구독자 1.8만여 명의 뉴스레터로 발전시켰습니다.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고도 많은 구독자를 모은 방법, 뉴스레터가 만들어낸 가치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브랜드보다 뉴스레터 자체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택>은 어떤 뉴스레터인가요?

패션 트렌드뿐만 아니라 세탁과 관리 정보, 관련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는 뉴스레터입니다. LG생활건강 디지털 컨텐츠 팀에서 만들고 있고요. 의류 세탁 노하우부터 패션 취향 이야기, 인터뷰 등 다양한 주제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로고에 알파벳 'a'가 세 개 들어간 게 재치 있어 보였어요.

'착착 쌓인다'라는 영단어 스택(stack)에 '패션 트렌드와 옷장 관리 지식이 차곡차곡 쌓인다'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알파벳 a가 실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은 모든 패션 아이템의 기초이기도 하니까 <스택>이 다루는 패션과 관리라는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st'와 'ck'는 세련된 느낌으로, 'a'는 3개를 이어 붙여 실이 꼬인 듯한 느낌으로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알파벳 a를 실이 꼬인 듯한 느낌으로 표현한 스택 로고

'패션과 세탁의 결합'이라는 콘셉트가 신선해요. 어떻게 지금과 같은 방향성을 잡게 됐나요?

당시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의 기존 고객 외에도 다양한 소비자의 의견을 궁금해 했어요. 그 과정에서 2030 소비자들이 언제, 왜 생활용품을 찾는지 키워드 트렌드를 분석했는데요. 관심 있는 세탁 법이나, 옷에 자주 묻는 얼룩 등 검색하는 키워드가 연령대별로 다르더라고요. 같은 브랜드라도 타깃에 따라 언어와 방식을 다르게 접근해야겠다고 판단했죠.

2030세대의 관심사에 맞춰 패션과 세탁을 뉴스레터로 풀어내고 있는 <스택>

결국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잘 관리하고 오래 입고 싶다'라는 마음은 모두에게 공통적이지만, 저희는 그 니즈를 2030 세대의 관심사에 맞춰 패션이라는 키워드와 연결해 풀어내기로 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스택>이 만들어졌습니다.

LG생활건강 뉴스레터라는 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요. 의도된 전략일까요?

네, 처음부터 의도한 부분이에요. 사람들이 브랜드보다 뉴스레터 자체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세탁 팁이나 관리법처럼 실용적인 정보를 주제로 다루고, 맥락에 맞는 제품을 소개하는 식으로 콘텐츠를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구성하니 구독자분들도 뉴스레터를 광고처럼 느끼지 않고,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전반적인 기획과 커뮤니티를 담당하는 오송민 사원

LG생활건강 제품을 다룰 때는 개발 과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어요. 예를 들어 밀걸레(클린마루) 제품을 소개할 때는 개발 연구원님의 인터뷰를 담아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줬어요. '유용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는 뉴스레터'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이런 접근이 신뢰를 쌓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변정현 사원, 전반적인 비주얼을 담당하는 디지이너 강주은 대리(왼쪽부터)

구독자를 모으는 과정은 어땠나요?

인지도 확보를 위해 참여형 이벤트를 주로 활용했어요. 대표적으로 '웨어 올디 벗 구디!'가 있었는데요. 옷장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옷과 그에 얽힌 사연, 관리 비법 등을 제보받는 이벤트였어요. 참여 허들이 높지 않을지 걱정됐지만, 그 이벤트의 메시지가 <스택>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진행했어요.

동시에 인스타그램에서는 ‘겨울철 빨래 쉰내 없애기'처럼, 누구나 살펴볼 법한 콘텐츠로 광고하며 접근성을 넓혔죠. 걱정과 달리 이벤트에 예상보다 많이 참여해 주셔서 초기 구독자 확보에 큰 도움이 됐어요.

"미리 트렌드를 예측하며 뉴스레터를 만들어요"

세 분은 어떻게 협업하고 계신가요?

저희 셋이서 커뮤니티 운영, 기획과 에디팅, 디자인 등 역할을 나눠서 일하는데요. 소재 발굴이나 뉴스레터 최종 완성,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한 고민 등은 함께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제작 과정은 어떤가요?

발행 두 달 전부터 계절, 패션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소재를 정해요. 촬영도 따로 기획안을 준비해서 진행하고, 세탁이나 관리 팁 같은 정보도 조사하고요. 필요하면 세탁 전문가, 제품 개발 연구원에게 자문하기도 합니다. 이후에는 테스트 발송과 피드백 적용을 반복하면서 뉴스레터를 완성해요.

두 달 전부터 뉴스레터<스택>을 기획하는 LG생활건강 디지털 컨텐츠 팀

패션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미리 준비하는 게 어렵진 않나요?

쉽지 않죠. (웃음) 거의 패션 저널리스트 수준으로 소재를 고민하게 돼요. 그래서 늘 어렵지만, 고민 끝에 선택한 소재가 반응이 좋으면 정말 짜릿해요. 지난 9월에는 레이싱 재킷을 주제로 한 뉴스레터를 발행했는데요. 기획할 때만 해도 '소재를 잘 고른 게 맞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발행 시점에 영화 <F1: 더 무비>가 크게 흥행하면서 많은 분들이 그 뉴스레터를 좋아해 주셨어요. 저희도 트렌드를 정확히 짚은 것 같아서 뿌듯했고요.

다양한 소재를 꾸준히 발굴하는 팁이 있을까요?

정해진 프로세스보다 그때그때 직관을 따르는 편이에요. 최근에도 '영화 노팅힐 속 등장인물을 인터뷰하면 어떨까?’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뉴스레터로 발전시켰는데요. 반응이 좋더라고요. 패션 분야는 변화 주기가 빨라서, 감으로 소재를 고르는 게 오히려 더 정확할 때도 있어요.

감으로 판단하는 부분도 있지만, 데이터도 중요하게 보실 것 같은데요. 어떤 지표들에 주목하시나요?

월별 구독자 증가율, A/B 테스트 결과, 그리고 이벤트 참여율을 주로 확인해요.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도 많이 하는데요. 최근 발견한 건 이메일 제목에 주제를 직접 드러내기보다 궁금증을 자아낼 때, 오픈율이 더 높다는 거였어요. 또 SNS 이벤트에서는 '패션 스꾸 이벤트'가 구독자 전환율, 참여율이 모두 높더라고요. <스택> 구독자들은 '내 SNS 계정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뉴스레터로 발행한 콘텐츠를 다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한 웹사이트

밈이나 트렌디한 표현도 부담스럽지 않게 쓰시는데요. 과하지 않게 톤을 조절하는 게 어렵지 않으신가요?

뉴스레터 초반에 톤 앤 매너를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글이 너무 딱딱하면 재미없을 것 같고, 유행어만 신경 쓰면 깊이가 부족하게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정보는 친절하지만 차분하게 쓰고, 이모티콘 같은 요소를 제목 등에 조금씩 넣는다는 방향성을 정했어요. 사내 피드백도 톤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데요. 세대별로 어떻게 뉴스레터를 받아들이는지 확인하려고 테스트 발송을 많이 해요. A/B 테스트로 제목도 다르게 해서 보내보고, 내용에 쓴 밈이 어떤지 의견도 받으면서 문장을 다듬어요.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도 활발하게 운영 중인데, 채널별 활용법도 궁금해요.

초반에는 채널마다 특성이 달라서 고민이 많았어요. 뉴스레터는 호흡이 길지만, 인스타그램은 트렌디하고 속도감도 빠르니까요. 고민 끝에 채널별 장점을 살리기로 했어요. 깊이 있는 스토리는 뉴스레터에 담고, 인스타그램에서는 트렌드나 미처 다루지 못한 짧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식으로요. 이렇게 하면 인스타그램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뉴스레터도 찾아보게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웹사이트는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디자인 측면에서도 색과 로고로 <스택>의 정체성을 담으려 노력했고요.

“구독자들과 함께 <스택>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요"

<스택> 구독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일까요?

요즘 2030은 옷을 정말 잘 입어요. 패션에 관심도 많고 옷도 자주 사니까, 관리법에도 관심이 많죠. 지인 중에 정말 아끼는 옷은 직접 관리한다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스택>은 이렇게 자기에게 맞는 옷을 오래 입고 싶은 Z세대가 핵심 구독자들이에요.

구독자들을 ‘태기즈’라는 애칭으로 친근하게 부르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단순히 ‘뉴스레터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이상의 관계를 만들고 싶었어요.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광고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보거든요. 구독자들이 뉴스레터에 애정을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그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널리 알려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프라인 등에서도 만날 계기가 있다면, 더 끈끈한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구독자 10K Gathering Party, 에디팅 강연 등 꾸준히 기획하는 태기즈와의 오프라인 만남

뉴스레터를 보면 태기즈 분들의 코멘트도 있더라고요.

올해 4월부터 3개월 간격으로 '글 쓰는 태기즈'라고, 객원 에디터들과 함께 뉴스레터를 기획하고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끼리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구독자들과 소통도 하고, 새로운 관점을 빌리고 싶은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객원 에디터들과 함께 주제도 논의하고, 이분들이 직접 주도해서 만든 콘텐츠도 정기적으로 선보이고 있어요.

태기즈 분들 반응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올해 하반기에 뉴스레터 제작 과정을 주제로 한 '십 앤 에딧(Sip and Edit)’ 강연을 진행했는데요. 이때 '여러분들에게 스택은 무엇인가요?'라는 설문을 받았어요. 그중에 '옷장 같다'는 답변이 있었는데, 옷과 관련된 정보를 옷장처럼 편하게 꺼내볼 수 있다는 뜻이었어요. 단순히 패션 매거진, 세탁 매거진처럼 딱 떨어지는 정의가 아니라 너무 좋더라고요.

사실 태기즈 분들의 SNS 댓글, DM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돼요. 소재가 고민될 때 힌트가 되어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봐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2년 동안 꾸준히 뉴스레터를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패브릭을 주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뉴스레터가 되고 싶어요”

<스택>으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운영 관점으로는 조금씩 더 구독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해요. 발행주기를 좁히거나 매 호수 구독자 설문을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죠. 콘텐츠 적으로는 주제의 폭을 넓히고 싶어요. 패브릭이라는 단어로 꼭 옷이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를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앉아서 인터뷰하는 의자나, 패브릭 소파도 있고, 커튼 등 생활 곳곳에 패브릭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리빙 분야도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태기즈와는 어떤 관계를 이어가고 싶나요?

패브릭 관련 정보, 스토리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되었으면 해요. 그러려면 <스택>이 대화하기 편한 존재로 남아야겠죠. 그래서 뉴스레터를 만들 때 ‘일방적으로 말하지 말자’를 항상 되새겨요.

구독자에게 대화하기 편한 존재로 여겨졌으면 하는 뉴스레터 <스택>

객원 에디터 프로그램이나 오프라인 행사도 그런 노력의 일부인데요. 올해 하반기에 는 처음으로 태기즈 모델도 뽑았어요. 두 달 동안 촬영도 하고, 인터뷰도 하면서 깊이 있게 교류하려 했어요. <스택>은 구독자와 소통에 진심이고, 직접 뉴스레터에 참여할 기회도 많다는 걸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스레터 발행을 고민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주은: 마지막 질문은 저희 모두 뉴스레터에 진심이라서, 각자 한마디씩 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뉴스레터는 시작할 때 방향은 기획자가 정하지만, 구독자들과 소통할 때 진정으로 완성된다고 봐요. <스택>도 꾸준하게 태기즈들과 소통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거든요. 그걸 잊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송민: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만큼, 뉴스레터를 하는 이유와 책임감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거든요. 우리 브랜드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혼합할 때, 꾸준히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와 이유가 잡히는 것 같습니다.

정현: 우리 브랜드의 자산과 뉴스레터로 연결되고 싶은 타겟, 이 두 가지가 확실해야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그래서 이 두 개를 깊이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뉴스레터 <스택>을 발행하는 강주은, 오송민, 변정현 님(왼쪽부터)

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객원 에디터 최진수
편집 | 스티비 이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