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파더스 클럽, 예금처럼 쌓이는 아빠들의 성장 기록
다섯 아빠가 4년 넘게 이어온 공동 뉴스레터 프로젝트
Interviewee 강혁진, 박정우, 배정민, 손현, 심규성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섯 명의 아빠들이 보내는 뉴스레터 <썬데이 파더스 클럽>. 아빠들은 모일 시간을 맞추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티비 인터뷰 최초로 평일 밤 10시부터 비대면으로 시간을 낼 수 있는 아빠들이 한 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죠. 만성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아빠들은 어떻게 4년 넘게 고정 멤버를 유지하며 뉴스레터를 보낼 수 있었을까요?

"다섯 아빠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할 것"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어떤 뉴스레터인가요? '일요일'에 '아빠들'이 보낸다는 것 외에 또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이 있을까요?
혁진: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좌충우돌 아빠들의 성장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아이의 이야기가 전면에 드러난다기보다는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에 더 가까워요. 일요일 밤 9시가 잠들기엔 조금 아쉽고, 한 주가 다가와서 울적한데, 어쩐지 캄(calm) 해지는 상태의 시간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오후부터 글을 쓰다가 일요일 밤 9시에 발송하는 루틴이 맞아서 꾸준히 해올 수 있었어요.
다섯 분 중에는 고등학교 친구 사이도 있고, 일로 만난 사이도 있으시다고요. 합류 제안을 받은 입장에서는 처음에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한데요.
정우: 현 님에게 <썬데이 파더스 클럽>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 첫 번째 질문은 "그럼 나는 묻어가도 되는 거야?" 였어요. (웃음) 그전에 제대로 글쓰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팀으로 쓴다는 게 저한테는 의미가 커요. 이게 톱니바퀴처럼 착착 굴러가는 구조이다 보니까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되거든요. 실제로 5주에 한 번씩 쓰면 되지만, 왠지 4주에 한 번 받는 월급보다 마감일이 더 자주 돌아온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요. (웃음)
그래도 마감은 대체적으로 괴로운 것인데 '글쓰기'로 맺어진 공동 작업을 4년 이상 유지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요?
정우: 나름 역할 분담이 잘 되는 편이에요. 매주 이메일 세팅부터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다 혁진 님이 도맡고 있으신데요. 혁진 님이 없었다면,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 지금처럼 유지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잘 굴러가게 윤활유 역할을 잘 해주고 있으시고요. 현 님은 에디터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면서 글 기반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쌓아오셔서 외부 필진을 섭외하는 일에 힘써주시고요. 실제로 제가 지난 설 연휴 때 "도저히 이번주에는 못 쓸 것 같아요"라고 하니까 혁진 님이 바로 휴재 공지 세팅해놓으시고, 현 님이 바로 그 다음주를 채워주실 외부 필진을 섭외해주시더라고요.
규성: 두 분이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더블 마스터' 같은 느낌이고요. 두 분 궁합이 잘 맞아요.

사공이 많아도 프로젝트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이네요. 혹시 다섯 분이 사소하게라도 갈등을 빚으신 적은 없으셨나요?
정우: 제가 아는 선에는 없는데, 혹시 우리 갈등 있었어요? (웃음)
규성: 우선 갈등이 생길 정도로 다섯 명이 자주 만나지 않아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대하는 오너쉽과 애정, 책임감이 동등하고요. 이 프로젝트를 위한 시간은 최소한으로 들이지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들 가지고 있어요.
정우: 그렇다고 화기애애한 건 아니고요. 제가 보기에는 적당한 무관심 이랄까요? 먼 것도 아니고 가까운 것도 아니고, 너무 적극적이지도 냉담하지도 않아요.
규성: 다르게 말하자면, 저희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요. 회사라면 각자 맡아야 하는 역할이 있고 성과가 필요하잖아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에서는 상대가 이만큼 해줄 거라는 데에서 생기는 기대 자체가 적으니 실망도 없어요. 요즘 투자가 광풍인데,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 있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가 있잖아요. 저희는 전자예요. 잃지 않는 투자를 계속하는 느낌이에요.
혁진: 예금 넣고 있는 거죠. 한 1.5% 나오는... (웃음)

그렇게 금리 1.5%의 예금 같은 뉴스레터를 어느새 180호까지 보내셨는데요. 잠정적으로 200호까지를 시즌2로 보고 있으신 걸까요?
혁진: 지금 말씀해 주셔서 알았어요. 벌써 180호가 됐다니.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는 꼭 100 단위로 끊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때요 다들?
정우: 저는 솔직히 시즌 1까지 하고 4개월 정도 쉬는 동안 좋았습니다. (눈치) 그래도 아마 혁진 님이나 현 님이 "우리 쉬지 말고 계속합시다" 라고 했으면 아마 안 쉬었을 거예요.
혁진: 장기화되면서 조금 마음가짐이 느슨해질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좋은 소식들이 생기더라고요. <워싱턴 포스트>에 소개된 게 컸고요. 최근에 '서울시 북스타트'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뉴스레터의 일부를 엮은 동명의 책이 선정 됐는데요. 마침 오늘 4쇄를 찍었다는 메일을 받았어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 덕분에 내 인생에서 재미있는 일이 비정기적으로 일어나는구나 싶어서 기쁘죠.

"같이 쓰고 보내는 성장 일기"
다른 글쓰기들과 양육자로서의 쓰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혁진: 무엇보다도 저희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건 매주 글감을 주는 뮤즈들! 아이들의 존재가 큽니다.
현: 아이들로부터 출발하는 육아 일기여도 어릴 적부터 우리가 누구나 한 번쯤 써본 일기와 크게 다르진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와 더불어 사는 하루가 온전히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거겠죠.
현 님은 실제로 뉴스레터 바깥에서 육아 일기 쓰기 모임을 진행하셨죠. 시간을 내어 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망설이는 분들에게 어떤 식으로 쓰기를 권하고 있으신가요?
현: 아이를 돌보고 키우면서 스스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분들께 특히 육아 일기 쓰기를 권하고 싶어요. 그 일기가 가끔은 새로운 육아 동지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주기도 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이와 나 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되어줄 수 있거든요.
정우 님은 다둥이 아빠이시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이 점이 실제로 뉴스레터를 쓸 때 유리하다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정우: 물론입니다. 아이가 셋이면 에피소드의 경우의 수도 2 X 2 X 2=8이니까요. 잠시만요. 저랑 한 아이가 있을 경우의 수가 3개, 저랑 두 명 씩 같이 있을 때는… 얘들아, 너희는 꼭 이과에 가라. (웃음) 저는 뉴스레터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관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즌 2를 개시하시는 레터에서 "하지만 결국 저희의 본질인 '육아 일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저희 다섯 아빠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하셨어요. 새 시즌을 열기 전에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정우: 저는 크게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건 아마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 이득이 발생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 때문일텐데요. 생활과 이것을 병행하는 데 있어 균형이 잘 맞고 크게 무리가 되지 않거든요.
대신 시즌 2로 넘어가는 시점에 비주얼 리뉴얼을 하셨죠.
혁진: 시즌 1의 비주얼 요소를 현 님의 아내 분인 양수현 님이 작업을 해주셨는데요. 수현 님과 같은 작업실을 사용하는 김파카 작가님과 연이 닿아서 작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인상적이었던 건, 김파카 작가님이 작업 전에 다섯 아빠들을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준비해 주셨다는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구상을 하셨고, 지금처럼 캡모자를 눌러쓰고 거북목인 아버지들의 옆모습이 나오게 됐죠. 갑자기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저희의 지난 시간이 담긴 일러스트예요.
정우: 시즌 1에 담긴 일러스트가 좀 더 아버지로서 보여주고 싶은 에너지 그리고 우리와 함께 하는 아이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움을 담았다면, 시즌2의 일러스트에서는 아빠들이 조금 더 성숙해졌죠. 한 시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걸 비주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큰 도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생 시대의 마른 장작에
불을 지피면"
현 님이 처음으로 보내신 레터에서 "육아를 대하는 내 생각이 틀렸음이 만천하에 공개돼 망신당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기꺼이 비난받고 망신당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구독자들로부터 받은 인상적인 피드백이 있었나요?
규성: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여성 구독자 분들의 비율이 상당한데요. 남성으로서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어느 순간 생겼던 것 같아요. 젠더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표현을 비롯해서 어휘 사용에 대해 몇 번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정우: 예를 들면, "유모차가 아니라 유아차라고 써야 합니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던 것인데요. 저희끼리 크로스체크를 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보내고 나서 발견하고 '아차' 싶을 때도 있어요.
규성 님은 글쓰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육아에 관한 사회적 갈등과 뒤처진 여러 시스템들이 끊임없이 '마른 장작'처럼 공급되는 것 같다고 표현하신 적이 있어요.
규성: 저는 늘 주변에 무관심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모든 게 환경의 문제로 느껴지더라고요. 아이가 매일 마시는 공기, 병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의 방지턱, 저출생 때문인지 동네마트에서는 좀처럼 사기 힘든 기저귀까지. 아이의 순간순간이 모두 우리가 속한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걸 깨달았고요. 그때부터 상식적으로 잘못되어 보이거나 관습적으로 유지되어 온 제도를 마주할 때 조금 더 의아했던 것 같아요.
'노키즈존' 이슈나 국내 사교육 시장처럼, 우리 집 만의 이야기를 넘어 사회에 대해 쓰셨던 순간도 있었죠.
규성: <썬데이 파더스 클럽> 초반에만 해도 저는 불편함을 동력 삼아서 글을 썼는데요. 그게 어떤 구독자 분에게는 정말 불편하게 느껴지셨던 것 같아요. 제가 완전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가급적이면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는 그저 나의 이야기를 하자는 쪽으로 방향성을 정하게 됐어요.
결국 저희가 다루는 '양육'이라는 주제 자체가 복합적일 수밖에 없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봐요. 언제라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 그럴수록 좀 더 신중하게 쓰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글이 좀 재미가 없어지나?' 싶어질 때도 있는데요. 하지만, 저는 누군가를 상처주는 글보다는 재미없는 글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민 님은 최근에 첫째가 중학생이 되었잖아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에 미취학 아동을 양육하는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다수 담겨 있어서, 내가 이미 지나 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이런 온도차를 느끼고 있으신가요?
정민: 지구에서 출발했는데 혼자 화성쯤 와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예전에 아이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소환되기는 하는데, 점점 무뎌지는 느낌도 있어요. 예를 들면, 혁진님의 아이가 이번 호에서 걸음마를 했다고 하는데, 저는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살다보면 어느 순간 제가 있는 곳에 도달하는 누군가가 있을 거잖아요. 아마도 12살 첫째와 살고 있는 정우님이 그다음일 거고요.
각자의 경험과 지나가고 있는 생애 주기가 다르기 마련이니 이 점이 또 공동 프로젝트로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 가지는 중요한 특징 같습니다.
현: <썬데이 파더스 클럽> 다른 양육자들의 기록이나 육아 일기 모임을 하면서 타인의 일기를 볼 때, 깊은 동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 모두의 얼핏 반복되는 것 같은 하루 속에서도 작은 성공과 실패가 있는데, '아, 나만 오늘 힘들었던 게 아니었구나', '아, 나만 오늘 배우자와 다툰 게 아니었구나'라는 식으로 묘한 위안도 얻고요.
"우리만의 뉴스레터에서
모든 양육자들의 커뮤니티로"
얼마 전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운영을 시작하셨죠. 부제가 '육아 백과 사전'이라고 되어 있다 보니 주로 양육자 분들이 많이 입장해있으실 것 같은데요. 왜 커뮤니티로 확장을 하게 되셨나요?
혁진: 구독자 분들끼리 더 많은 정보를 나누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약 400분 정도가 모여 있는데, 연령별 아이템, 병원 정보, 주말에 놀러 가면 좋은 장소 등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어요. 각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는 분위기고요.
실제로 운영해 보시니 꿈꾸던 커뮤니티의 모습과 비슷한가요?
정우: 저는 평소에 피드백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는 편이거든요. 오픈카톡방이 있으면 좀 더 구독자 분들과 쌍방형 소통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조금은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여기는 그 흔한… 육아 오픈 카톡방이랍니다! (웃음) "덜 단 시리얼 추천해 주세요"라는 질문에 많은 추천 답변이 달리는 곳이요. 그래도 <썬데이 파더스 클럽>으로 모여서 누군가가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실 수 있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올해도 또 5월이 돌아왔는데요. 가정의 달을 앞두고 무얼 계획하고 있나요?
규성: '가정의 달'이라는 표현이 예전에 가족을 좀처럼 돌보지 않는 가장에게 "이 때라도 좀 가족과 시간을 보내라!" 하고 제정된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하지만 저로서는 "이미 매 달이 가정의 달인데 왜 꼭 5월에 더 열심히 해야 하지?" 같은 생각을 합니다.
정우: 저는 여행 업계에서 일을 했어서 그런지, 5월이 되면 어딘가로 놀러 갈 생각부터 하죠. 그런데 최근에 유류할증료가 너무 많이 올라서 당장은 못 갈 것 같아요. 그보다 여름방학이라는 너무 큰 산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두 달가량의 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지내야 하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죠.
정민 님은 가정의 달 풍경이 좀 다르실 것 같은데요.
정민: 작년 가정의 날에 가족들이 롯데월드랑 에버랜드를 몰아서 갔었는데요. 첫째가 마지막으로 초등학생이어서 그 타이밍을 놓질 못하겠더라고요. 이제 첫째는 시간이 잘 안 나요. 일요일에도 하루 종일 학원에 있거든요. 그래서 주말에 어디 가자고 하면 싫어해요. 자기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얘가 나랑 놀아줄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았다. 그래서 올해 5월에는 서울랜드를 가보자고 할 거예요. 마지막 시도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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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객원 에디터 서해인
편집 | 스티비 안남영, 스티비 이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