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웨이브 컬렉티브 인터뷰, K-이메일이란 무엇인가
11년을 이어온 쇼핑몰이 고객과 가볍게, 자주 만나는 법
Interviewee 김현성
"가림막 뒤쪽은 아직도 정리 중이에요. 거의 근무 시간 내내 물건을 발로 차면서 일을 하는 수준이죠." 서울숲 메인 상권 안쪽, 하와이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8.1평의 쇼룸에서 만난 빅웨이브 컬렉티브 김현성 대표는 막 인천에 있는 물류창고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빅웨이브 컬렉티브는 그래픽 티셔츠를 중심으로 성장하며 11년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온 브랜드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하와이에서 시작된 브랜드의 정체성, 새로운 쇼룸을 열게 된 배경, 라이브 커머스와 고객 후기까지 두루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객에게 쉽고 가볍게 접근하는 마케팅 채널로 <빅웨이브 뉴스레터>를 운영해 온 김현성 대표의 시선을 담았습니다.

하와이의 여유를 담은 브랜드
대표님은 여러 브랜드를 운영해 오셨죠? 맨케이브, RTTC, 빅웨이브 컬렉티브의 관계성을 한 번 정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주식회사 맨케이브'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의류 스토어를 운영했어요. 그런데 브랜드명이 너무 남성 중심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었죠. 그래서 효창동으로 매장을 옮기면서 'RTTC(Ready to Travel Centre)'로 콘셉트를 변경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였어요. RTTC 매장은 2년 조금 넘게 운영한 뒤 정리했고, 지금은 온라인만 남아 있습니다. 반면 하와이의 정신을 담은 의류 브랜드인 '빅웨이브 컬렉티브'는 올해로 11년 차가 됐어요.
빅웨이브 컬렉티브의 시작점은 왜 하와이였나요?
하와이에 여행을 갔다가 너무 좋아서 본섬뿐 아니라 주변 섬들까지 모두 섭렵하는 데 7년 정도가 걸렸어요. 하와이 원주민들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고요. 편집숍을 운영하면서도 그런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어요.


하와이 무드를 전할 수 있는 통로 중 하나로 이메일을 선택해 주신 이유가 있을까요? 또 여러 서비스 중 스티비로 보내시는 이유도요.
몇 년 전에 저희 팀 막내 디자이너가 "옛날에 유행하던 이메일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상하게 그 말이 귀에 꽂혔어요. 바로 이메일 서비스가 뭐가 있나 찾아보니까 스티비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봐야 하는 사람이니까, 바로 스티비와 미팅을 잡았죠. 솔직히 처음에는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당시 홈페이지 누적 회원수가 약 4만 명 정도 됐었는데 스티비를 통해 회원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려면 한 달에 2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는 거예요.
구독자 수가 많을수록 과금이 되는 구조라, 저라도 부담 됐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스티비 같은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원리 자체를 몰랐어요. '카페 24'에서 이메일을 보내는 거와 뭐가 다른 건지 궁금했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용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쉬운 서비스인가' 더라고요. 그전에는 이메일 하나 보내려면 말 그대로 코딩을 해야 하는데... 격자 만들고, 링크 달고, 이미지 크기 맞추고, 내용 정리하고 거의 노가다 수준이었죠. 그런데 스티비는 블로그를 쓰듯 내용을 쓰고 이미지 넣으면 된대요. 너무 간단하고 편하잖아요. 발송 횟수는 무제한이라, 따지고 보면 더 저렴했고요.

브랜드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었다면 아마 이메일을 매일 보냈을 거예요. 정말 사소한 이야기까지
'쉽고, 간단하고, 편하다'는 가치는 지금도 유효한가요?
지금은 AI 때문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이제는 전통적인 의미의 코딩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고 누구나 쉽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스티비는 지금부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쉬운 것들과 경쟁해야 하니까요. 근데 전 이미 '그물에 잡힌 물고기'거든요. (웃음) 이미 스티비를 쓰고 있다면, 쉽게 이탈하긴 어려울 거예요. 실제로 쓰기 쉽고, 발행 일정을 미리 설정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사용자들이 더 자주, 부담 없이 보내려면 스티비가 뭘 도와주면 좋을까요?
스티비 에디터에 들어가 보면 본문을 위한 기능이 꽤 다양해요. 저도 처음에는 이것저것 다 눌러봤고 A/B 테스트도 해봤어요. 결국은 제목에서 거의 승부가 끝나는 거 같더라고요. 오픈해야 이메일도 읽는데 처음에는 제목밖에 안 보이니까요. 그럼 본문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지금 저한테 가장 좋은 이메일이란, 제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때 스크롤이 끝나 있는 이메일이에요. 물론, 매거진처럼 알차고 읽을거리가 많은 이메일 제작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 컷 뉴스용, 두 컷 뉴스처럼 기본에 충실한 레이아웃을 제공한다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한 컷 뉴스' 같은 이메일을 스팸처럼 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 점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은 없으신가요?
크게 없어요. 모든 매체는 다 자기 역할이 있다고 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보다가, 스레드 갔다가, 카톡 열어봤다가 이 모든 걸 동시에 하잖아요. 그런 상황이니 이메일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봐요.
그 고민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K-이메일이란 무엇인가?" 아직 저도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지만요. 해외 브랜드들은 지금도 세일즈 용도의 이메일을 회원들 대상으로 하루에 3-4번씩 보내는데, 우리나라 이메일 이용자들에게 그런 방식이 스팸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접근 방식이나 정서 차이가 있다는 거죠. 그 차이가 뭔지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부터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고요.

현재 빅웨이브 컬렉티브에게 이메일이란, 신규 고객 확보보다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도구에 가깝다고 봐도 될까요?
맞아요. 제가 떠올리는 빅웨이브 뉴스레터 구독자는 어느 정도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분들이에요. 저희가 꾸준히 보내는 글들이 중장기적으로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지금 브랜드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었다면 아마 이메일을 매일 보냈을 거예요. 정말 사소한 이야기까지 다요.

6,627 건의 고객 후기에 답변을 달며
고객이 알려준 답을 찾아나가다
마음먹고 6,627 건의 고객 리뷰에 직접 답변을 달게 된 이야기를 뉴스레터에서 다루어주신 적이 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썼는데, 정작 고객 이야기를 듣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아요. 네이버 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 자사몰에 계속 후기가 쌓였는데 그걸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준이 없었어요. 더 미룰 수 없어서 지난해 4월 1일부터 고객 리뷰 하나하나에 직접 답변을 달기 시작했어요. 후기가 그냥 후기가 아니더라고요. 후기 안에 질문도 있고, 컴플레인도 있고, 눈물이 쏙 빠질 정도의 감동적인 사연도 있어서 답변을 달았다고 끝이 아니었어요.

독자가 있는 글, 그러니까 고객 대상의 글쓰기를 즐기셨는데, 그런 마음가짐이 이메일을 더 자주 보내는 힘이 되었나요?
역시 거창한 기획이 없기 때문에 자주 보낼 수 있었고 그 핵심에는 시시콜콜함이 있었다고 봐요. 어렸을 때부터 지인이 운영하는 국내 대형 패션 커뮤니티 '디젤매니아'를 자주 들락거렸는데요. 예를 들어 오늘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옷을 파는 사이트와 축구 경기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그런데 회원들끼리 경기 스코어를 맞춰볼 수 있죠. 저는 그런 식의 사소한 소통을 좋아했어요.
그만큼 빅웨이브 뉴스레터의 강점은 편하게 기록하는 느낌인 것 같아요. 특히 대표님의 정기 코너인 '디렉터스 노트'에서 그런 색깔이 잘 드러나고요.
오랜만에 예전에 보낸 디렉터스 노트를 읽어보니 어쩐지 울적해지더라고요. 술술 잘 읽히기는 하는데 애환이 너무 많이 담겨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쉽기만 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톤에 조금 변화를 주려고 해요.


브랜드 운영,
익숙한 일과 낯선 일 사이에서
빅웨이브 컬렉티브의 가장 큰 성장 모멘텀은 언제였을까요?
가장 큰 전환점은 효창동 매장을 운영하면서 회사가 한 번 크게 흔들렸던 시기였어요. 주어진 공간 안에서 물건도 더 보여주고 싶고, 커피도 팔고 싶고, 서비스도 확장하고 싶었어요. 착각에 비용을 너무 많이 썼던 거죠. 그때 처음으로 내 감성적인 판단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나니까 오히려 빛이 보이더라고요. 그 이후로 빅웨이브 컬렉티브를 재정비했고 3년 전 즈음부터 다시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오늘 오픈한 지 약 1주일 정도 된 쇼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요. 다시 '빅웨이브 컬렉티브' 이름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커머스 환경에서 라이브 방송의 역할이 크게 달라졌어요. 사실 저는 카메라 앞에 서는 걸 편하게 느끼는 사람은 아닌데요. 마케터가 적극적으로 저와 직원들을 설득했고, 계속하다 보니 해외 플랫폼에서도 제안이 왔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홍콩, 대만 쪽에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어요. 자신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개한 브랜드라면, 자국 소비자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직접 들를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비슷한 제안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받으면서 작은 규모의 쇼룸을 찾기 시작했고, 2026년 5월에 서울숲에 쇼룸을 오픈하게 됐어요.
라이브 방송이 쇼룸 오픈의 계기가 된 셈이네요. 언젠가 라이브 방송 링크를 실수로 지웠다고 고백하신 뉴스레터가 떠오르는데요.
정말 큰 사고였죠. 네이버의 도움으로 조명 8대, 카메라 6대가 세팅된 라이브 방송이었고 매출 목표도 상당히 높게 잡혀 있었죠. 그런데 리허설을 진행하던 중에 제가 실수로 본방송 링크를 삭제해 버린 거예요. 알림 신청자만 약 10만 명 정도였고 급하게 새로운 링크를 만들긴 했는데 본 방송은 15명 정도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일을 겪은 뒤로는 모든 세팅이 끝나고 라이브 방송이 정상적으로 시작된 걸 확인한 뒤에야 제가 합류하는 게 원칙이 됐죠. (웃음)
익숙한 이메일은 계속, 낯선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끝까지 하시네요. 여름이 성큼 다가온 만큼, 빅웨이브 컬렉티브가 보여줄 에너지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또 한 번의 여름을 맞이하는 각오는 어떠신가요?
요즘 저는 혼자 이동할 때 차 안에서 SNS 콘텐츠용 영상을 자주 촬영하는데요. 이유는 단순해요. 해야 하니까요. 이제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고객들을 향해, 애환은 덜어내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빅웨이브 컬렉티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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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객원 에디터 서해인
편집 | 스티비 이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