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팬에게 건네는 한 통의 취향

장기하의 바이닐 계정부터 백현진의 '참재봄'까지, <둘둘레터> 이야기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팬에게 건네는 한 통의 취향

Interviewee 오정민, 정윤서


"널리 아티스트를 이롭게."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는 음반과 공연, 뉴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아티스트를 매니지먼트합니다. 최근 컴백한 장기하, 혁오 같은 뮤지션부터 등장하는 뮤직페스티벌마다 관중을 휘어잡는 백현진, 그리고 작가 이슬아,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아티스트들이 함께하고 있죠.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의 목표는 창작자와 향유자에게 이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둘둘레터> 발행 1년을 맞은 지금, 회사가 뉴스레터를 통해 팬덤을 만나는 방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두루두루 라운지

안녕하세요.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민: 안녕하세요. 두루두루에서 발매되는 음원과 음반 프로젝트를 매니징하는 뮤직팀 오정민입니다.

윤서: 두루두루를 좋아하는 분들이 편하게 소통하고 연결되는 문화를 만드는 커뮤니티팀 정윤서입니다.

건네주신 명함에 소속 아티스트분들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데, 정말 많고 다양합니다. (웃음)

정민: 뮤지션 매니징으로 시작된 회사지만, 이름 그대로 현재는 작가, 시각예술가, 영화인, 스탠드업 코미디언까지 두루두루 있는 곳입니다. 각각의 아티스트가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브랜딩, 제작, 매니지먼트 그룹이 여러 방향에서 서포트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도 ‘두루두루’라는 사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다음 뉴스레터 소재를 고민하는 두 사람 - 정윤서(좌), 오정민(우)
<둘둘레터>의 시작과 운영기

아티스트별 뉴스레터도 고민하셨을 텐데, ‘두루두루’ 이름으로 모든 소식을 담기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민: 뮤직팀에서 먼저 뉴스레터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소속 아티스트의 신보 소식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난 앨범을 더 알리고 비즈니스로도 확장해보고 싶었거든요. 마침 브랜딩 그룹에서는 거시적인 범위의 소식을 알릴 채널을 원하고 있었고요. 두 니즈가 맞아떨어져서 음악을 포함한 모든 소식을 다루게 됐어요. 두루두루라는 이름처럼, 자연스럽게 다양한 아티스트와 음악을 향유하며 취향을 넓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부서별 니즈를 맞추는 과정을 포함해, 기획 단계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나요?

윤서: 두루두루는 매니지먼트 중심 회사였는데, 2025년에 브랜딩 그룹이 신설됐어요. 그즈음 아티스트의 활동, 아티스트를 위한 활동을 아카이브처럼 보여주기에 뉴스레터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나눴어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채널이 있는데, 아티스트별로 뉴스레터까지 보내면 받는 분들이 피로하실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각 아티스트마다 활동 주기와 톤이 달라 콘텐츠 밀도도 들쭉날쭉할 테고요. 그래서 누구 하나 비중을 다르게 두지 않고 둥글게 가져가고 싶었어요.

'월간호'와 'OUT NOW'로 성격이 나뉘어 있죠. 대주제나 코너 기획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정민: 정기 발행하는 ‘월간호’와 뮤지션의 신보 발매 때마다 보내는 ‘발매 특집호(OUT NOW)’로 나뉘는데, 어떤 레터든 기획은 다 같이 발제 회의로 해요. 구성원들이 각각 SNS를 모니터링하다 한 번 더 조명할 만한 것이 있다면 제안하는 식이죠. 저는 뮤직팀으로서 신보 발매 소식을 주로 정리하고, 두루두루 이전 발매곡들을 추천하기도 하는데요. 어릴 때부터 두루두루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듣고 자라서 즐거이 맡고 있는 일입니다.

발매 음악 소식까지 함께 담은 월간호(좌), 음악 콘텐츠 하나를 깊게 다루는 특집호(우)

윤서: 초기에는 월간호에서 발매 같은 음악 소식까지 함께 다뤘어요. 그런데 분량이 길어지니 발매와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 MD, 유관 프로모션 등을 요약할 수밖에 없었고, 음악 회사 구성원으로서 그 점이 아쉬웠어요. 음악 콘텐츠를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싶어서 특집호를 따로 뺐어요.

구독자는 주로 어떤 경로로 모으나요?

윤서: 기존에 보유한 채널의 프로필 링크를 통한 유입이 가장 많은데요. 접점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했어요. 두루두루가 영국 문화지 <크랙 매거진(Crack Magazine)>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는데, 정민 님과 ‘오징어다리 전단지’를 만들어 매거진에 끼워 보낸 적이 있어요.

정민: 특정 아티스트의 팬 분들을 위해서 개별 웹사이트에서도 구독할 수 있게 해두었어요. 최근 장기하 [산산조각] 발매 기념으로 장기하 웹사이트를 제작했는데, 오픈 직후라서 구글 애널리틱스로 구독자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무실 유리문에 붙은 장기하 '산산조각' 포스터

뉴스레터로 아티스트를 홍보하기

인스타그램에 공개할 내용과 뉴스레터에만 담을 내용은 어떻게 구분하시나요?

정민: 월간호에서는 신규 콘텐츠 기획보다는 대부분 인스타그램에 한 번 나간 것들을 뉴스레터 포맷에 맞게 재가공하고 있어요. 다만 비하인드 콘텐츠는 텍스트로 더 잘 전달된다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덧붙여요.

양치기소년단의 더블싱글 [꽃]이 발매됐을 때 발매 특집호에서 비하인드를 다루어보았는데요. 이럴 땐 뮤지션의 제작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뮤직팀만 아는 귀여운 모먼트를 짚는 데 집중해요.

인터뷰에 참여한 뮤직팀 오정민 님

아티스트의 부계 계정처럼 팬들이 먼저 찾아낼 법한 요소를 회사가 먼저 다룬 게 재미있었어요. 팬들의 니즈는 어떻게 파악하나요?

윤서: 틱톡을 포함한 SNS나 커뮤니티도 기본적으로 모니터링을 하지만, 아티스트에 대한 소식이 가장 빠르게 공유되는, 팬 오픈채팅방(고독방)을 자주 참고해요. 예를 들면, 2026년 5월에 장기하 님이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서 한국 맛집과 볼거리를 소개한 아티클이 그랬어요. 고독방에서 반응이 뜨겁길래 뉴스레터에도 소개했죠.

고관여 팬의 반응을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구독자들이 모여 있는 뉴스레터에 담으려면, 뚜렷한 기준이 필요할 텐데요.

윤서: 코어 팬 분들의 반응으로만 결정하는 건 아니고, 그중에서도 아티스트의 취향이 묻어나는 콘텐츠를 골라요. 가볍게 좋아하는 분도 ‘이 아티스트가 나랑 비슷한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빠져들 수 있는 경로가 되거든요.

정민: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안 비밀’ 계정 콘텐츠도 장기하 님이 끝까지 들은 바이닐만 기록하는 계정을 발견한 게 계기였어요. 윤서 님께서 차울 님의 핸드메이드 계정도 있다고 하셔서, 다른 분들은 없을까 하나하나 찾아보게 됐죠. 이렇게 구성원들이 각자 발견한 걸 나누는 과정에서 기획이 구체화돼요.

<둘둘레터>에 소개 된 두루두루 아티스트의 안 비밀 계정(좌) 그리고 장기하의 안 비밀 계정(우)

페스티벌 시즌 라인업, 중견 아티스트의 신보 발매, 유튜브 콘텐츠 공개처럼 알려야 할 소식이 다양할 텐데요. ‘전부 모아서 알린다’ 외에도 뉴스레터가 지향하는 방향이 있을까요?

정민: 뮤직팀으로서는 구독자가 음악 감상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인스타그램은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뮤직비디오 영상의 링크를 바로 연결하기 어렵지만, 뉴스레터는 바로 가능하니까요.

윤서: 그래서 특집호가 월간호 대비 평균 오픈율은 조금 낮지만 클릭률은 더 높은 편이에요. 신보를 알리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죠. 뮤직 페스티벌도 그래요. 축제 기간 동안 신속하게 인스타그램에서 다룰 수 있는 종류의 콘텐츠가 있지만, 축제가 끝나고 빠르게 휘발되지 않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다룰 때는 뉴스레터가 꼭 필요하죠.

신간 발매 소식을 담은 <둘둘레터>를 편집하는 화면

그럼 활동기가 아닌 아티스트의 콘텐츠는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윤서: 백현진 님이 평소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하시는데요. 동행하던 담당 매니저님이 현진 님께 추천받은 영화를 사내 메신저 슬랙에 올려주신 적이 있어요. 평소 그냥 재밌게 본 영화는 '재봄'으로, 참 재밌게 본 영화는 '참재봄'으로 메모하는 현진 님의 습관이 너무 재밌어서, 동의를 얻고 각각 인스타그램 콘텐츠와 뉴스레터 콘텐츠로 만들었고요. 이를 계기로 올해 연말에는 인근 아트 시네마와의 '참재봄 영화제' 개최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정민: 저희는 아티스트분들과 주로 업무적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상 속 생생한 비하인드는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시는 매니저님들의 제보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또한, 월간호 첫머리 음악 추천 코너인 'Now Playing'에서 한 아티스트에게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아티스트들의 곡을 소개하고 있어요.

DRDR PICK으로 소개 된 백현진 추천 영화 두 편

구독자 참여형으로 광고를 게시할 수 있는 ‘두루두루 빌보드’를 모집했던 적이 있더라고요. 기대했던 만큼 효과가 있었나요?

정민: 뉴스레터는 댓글이 없어 구독자의 반응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워요. 이번 달에 원하는 걸 신청받아 다음 달에 싣는 콘셉트의 광고판을 열어봤는데요. 신청이 예상만큼 많지는 않았는데, 내부적으로는 빌드업이 부족했다고 판단했어요.

윤서: 그전까지 뉴스레터 발행인으로서 개인의 색은 최대한 덜어냈거든요. 소속 아티스트들의 팬 연령대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서였어요. 특정 세대에 맞춘 밈이나 말투 대신 담백하고 깔끔한 톤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봤죠.

그러다 갑자기 구독자 분들에게 "너의 취향을 알려줘, 더 적극적으로 액션을 해줘"라고 하니 부담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그 후로는 구독자들을 향한 문장이나 어투를 더 친근하게 가야 할까 라는 고민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쌓아가다 보면 다시 광고판을 열었을 때 반응이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팬과 예술가를 잇는 커뮤니티로

<둘둘레터>에서 팬 커뮤니티 ‘22CLUB’을 여러 차례 소개하셨는데요. 어떤 커뮤니티인가요?

윤서: 22CLUB은 두루두루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팬 커뮤니티예요. 두루두루가 전하는 음악과 독립컬처 및 서브컬처 등 대안적인 문화를 깊이 애정하는 분들이 모여, 현장감 있는 경험과 영감을 주고받는 장입니다. 얼마 전 220명과 함께한 베타 운영을 성황리에 마쳤고, 곧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어요.

DRDR 로고가 새겨진 두루두루 후드집업을 펼쳐 든 두 사람

베타 기간에는 22CLUB 멤버가 <둘둘레터>를 자동으로 구독하도록 연동해두었는데요. 약 12만 명을 대상으로 소식을 전하는 인스타그램, 그보다 더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뉴스레터, 직접 만나는 커뮤니티까지 서로 다른 레이어의 채널을 통해 팬분들과의 접점을 차근차근 넓혀가는 중입니다.

정식 오픈에 앞서, 멤버들이 22CLUB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소개해주세요.

윤서: 온·오프라인 정기 이벤트와 한정 굿즈 등을 준비 중인데, 다만 굿즈나 할인 같은 단편적인 혜택만 주고받는 일방적인 멤버십만을 지향하지는 않아요. 궁극적으로는 멤버들이 취향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고, 나아가 대안적인 음악과 예술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로 가꿔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중, 팬덤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윤서: 오프라인 접점을 더 만들고 싶어요. 회사 분들은 아직 모르시는데요. (웃음) 한 페이지짜리 신문처럼 만든 <둘둘레터>를 두루두루와 결이 맞는 카페나 음반 매장에 비치하는 미래를 그려보고 있습니다.

요즘 매거진 붐이 다시 일고 있고, 작고 얇은 잡지를 매달 찾아 모으는 분들이 있잖아요. <둘둘레터>도 소박하게나마 물성 있는 무언가가 되는 걸 꿈꿔요. 취향이 뾰족한 구성원들이 자주 가는 서울의 공간들에 먼저 배포 제안해 보는 걸 시작으로, 페스티벌이 열리는 지역이랄지 전국으로도 뻗어나가고 싶어요. <크랙 매거진>도 전주, 대구 등지로 가고 있어서, 그런 식으로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음반 속지를 넘겨 보는 인터뷰이 정윤서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