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틀넥프레스 인터뷰, 구독자의 답장이 쏟아지는 편지를 쓰는 법

밤새 떠들 수 있는 친구처럼, 편지를 씁니다.

터틀넥프레스 인터뷰, 구독자의 답장이 쏟아지는 편지를 쓰는 법

Interviewee 김보희


책을 좋아해서 거북목이 된 사람들. 이 인터뷰를 읽기 전 의식적으로 목을 뒤로 빼고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면 여러분도 그중 한 명일지 모릅니다. 터틀넥프레스의 김보희 대표는 그런 이들을 위해 목요일마다 길고 오래 편지를 쓰는 사람입니다. 

편지에서 라디오로, 그리고 오프라인 도서전까지. 팟캐스트 <거북목라디오>를 녹음하는 스튜디오이자, 올여름 '제1회 거북목 도서전'이 열린 사이시옷에서 터틀넥프레스의 김보희 대표를 만나 뉴스레터로 구독자들과 깊이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 거북목이 된 독자들을 형상화한 터틀넥프레스의 로고 '터틀넥 씨'

안녕하세요. <거북목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터틀넥프레스는 책을 좋아해서 거북목이 된 사람들을 위한 출판 브랜드이고요. 일과 삶에서 함께 배우고 싶은 걸 책으로 펴냅니다. <거북목편지>는 2024년부터 보내기 시작했고 얼마 전에 100호를 넘겼어요. 그래서 저를 출판사 대표일 뿐 아니라 편지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몰 브랜드가
뉴스레터를 선택한 이유
작은 브랜드 터틀넥프레스가 '앞으로 앞으로' 나아온 기록

<오디세희 항해일지>라는 뉴스레터를 보내신 적이 있더라고요. 지인 기반 뉴스레터였죠?

19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늘 저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퇴사하고 나니 아무도 없는 거예요. 뭔가 저만 세상에 뚝 떨어진 거 같아서 그 순간의 적막함을 돌파하기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난 이렇게 지내고 있다는 걸 지인들이나 그동안 함께 협업했던 분들에게 소식을 나누는 용도로 보냈어요. 오픈율은 100%였습니다. 메일을 열지 않으면 제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거든요. (웃음)

근황 외에 주로 독립하게 되면서 드는 고민이 담겨있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랬나요?

<오디세희 항해일지>의 구독자분들은 '터틀넥프레스'라는 브랜드 이름을 정하는 과정을 다 보셨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되는 지점에 대한 피드백도 들을 수도 있었고요. 근데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겠다고 했는데 몇 달에 한 번 보내게 되더라고요. <거북목편지>를 시작할 때 이때의 배움이 도움이 됐어요. 약속을 못 지킨 경험이 있어서 그 후로는 오히려 발송 주기를 더 규칙적으로 지키게 된 점이 있거든요.

여러 채널 중 왜 뉴스레터였을까요?

스몰 브랜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는 분들의 존재가 브랜드의 생존과 연결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분들이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니니까, 지속적으로 관계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편지가 좋은 매체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용어를 조금 정리해 볼까요? 보희 님께서는 뉴스레터가 아니라 '편지'로 정의를 내리신 거죠?

밤에 조용하게 편지 쓰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친구한테 제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 같아서예요. 뉴스레터라고 하면 저부터 먼저 긴장하게 돼요. 대단한 코너도 있어야 할 것 같고, 받아보시는 분들에게 유용해야 될 것 같고요. 수천 명에게 보내는 것이라도 여전히 저에게 <거북목편지>는 말 그대로 편지입니다.

심지어 손글씨 엽서를 스캔해서 보내신 적도 있어요.

그때 갑자기 손글씨를 보내보고 싶었던 날이 있었어요. 제가 지역 서점으로 출장을 자주 다니던 시기였고 서점이나 기념품샵 같은 곳들에서 종종 엽서를 구매했거든요. 제가 어디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에 아예 엽서를 스캔해서 쓰면 재밌겠다 싶었죠. 제가 하는 일엔 사실 거창한 의도가 별로 없는데요. 다만, '편지'라는 건 의식적으로 바꿔 부르고, 표현하는 용어에요.

묵호의 여행 책방에서 발견한 엽서에 직접 써 보낸 <거북목편지> 20호

이건 출판계에서 '에세이'와 '산문'의 미묘한 경계를 구분 짓는 것과 비슷한 걸까요? 에세이와 산문이 서로 전해주는 어감이 다른 것처럼, 뉴스레터와 메일링의 성격을 나눠서 이해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사소해 보여도 말이 가진 무게감을 덜어내는 시도 같습니다.

터틀넥프레스는 모집 정원이 제한된 행사를 할 때 "선정됐습니다"라는 표현은 절대 하지 않아요. '선정'이라는 용어에 이미 위계가 함의되어 있으니까요. 대신 모신다는 의미의 ‘위촉’을 쓰죠. 아니면 "함께하는 자리에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브랜드만의 단어를 발명해 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과정에서 <뉴닉>의 자체 용어 사전도 큰 참고가 됐어요.

다시 보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편지

거북목편지는 모바일보다 PC로 볼 때 더 쾌적하게 읽혀요. 처음부터 책에 익숙한 독자를 염두에 둔 의도가 있으셨나요? 디지털 친화적인 구독자에 맞게 형식이나 흐름을 바꿔야겠다는 고민은 없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 얘기하셔서 처음 알았어요. 구독자의 오픈율을 보면 데스크톱과 모바일 간 비중이 거의 비슷한데요. 디지털로 잘 읽히는 방식을 고민하려면 계속 변화에 맞춰나가야 하는데, 홀로 브랜드를 꾸려야 하는 저한테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고 또 제게 부자연스러운 걸 억지로 하면 오래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코너를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식의 개편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가고 있어요.

게스트 작가의 글을 수록할 때도 특정 문장에 볼드 처리를 하거나 텍스트에 색을 입히는 등의 후편집 과정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 부분은 다분히 의도가 있었어요. 글이 책처럼 읽혔으면 했는데 볼드 처리를 하면 "여기를 반드시 읽으세요"라는 편집자의 개입이 들어가는 거라서 작가님의 의도를 존중하고 싶었어요.

글을 읽게 만드는 장치보다 읽는 흐름을 우선하는 김보희 대표

실제로 뉴스레터 본문이 너무 길어지면 독자의 중도 이탈을 막기 위해 볼드 같은 시각적 장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중도 이탈에 대한 걱정은 없으신가요?

저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만큼 시간을 쏟아주시는 게 제일 감사한 일이라고도 생각하고요. 뉴스레터도 마찬가지인데, 중도 이탈 자체보다는 수시로 수신 거부 여부를 확인하면서 '무엇이 이분을 떠나게 했을까'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모든 구독자는 어떤 이유로든 멀어졌다가, 또 사이가 끊어졌다가, 다시 돌아오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수신 거부한 분들을 다 검색해보고 확인하시나요?

책도 별점 낮은 리뷰를 보면 가서 댓글 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뉴스레터 수신 거부의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게 그때랑 비슷한 마음이란 걸 깨닫고 마음을 다시 먹게 됐어요. 최근 저희 브랜드에 합류한 동료분이 "수신 거부라는 건 결국 '우리'가 될 사람들이 모이는 과정"이라고 해주신 적이 있는데 크게 위안이 됐죠.

과월호를 아카이빙 하지 않고 있으시죠. 과월호 페이지를 공개하면 SEO(검색)에 걸리는 이점이 있는데도, 이 원칙을 고수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이라는 감각이 있으면 좋겠어서예요. 편지가 원래 그런 거잖아요. 구독자 입장에서 아카이빙된 뉴스레터들을 보면 앞에 읽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인 학습지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그보다는 누구든 산뜻하게 첫 편지처럼 받으셨으면 했어요. 앞으로도 그 원칙은 유지할 것 같아요.

아카이빙하지 않은 편지의 기록을 엮어 만든 책 <거북목편지>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쌓아나가는 관계

최근 '제1회 거북목 도서전'을 성황리에 마치셨죠.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뉴스레터로 맺은 관계를 실감하신 부분이 있었나요?

브랜드 이름을 내걸고 행사를 열면서 과연 방문자분들이 어떤 경로로 이 행사를 알게 되어 오셨는지가 가장 궁금했어요. 2025년에 서울국제도서전에 부스로 참여했을 때 방문자 대상으로 뉴스레터 구독을 열렬히 유도했고 실제로 당시에 구독자 상승률이 컸거든요. 그런데 올해 행사를 마친 후에는 뉴스레터 구독자 수가 예상한 만큼 늘지는 않았어요. 결국 기존 구독자분들이 행사까지 오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죠.

터틀넥프레스가 처음으로 단독 기획한 독립 도서전 '거북목 도서전'
구독자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터틀넥프레스 패브릭 배너

혼자 해낸 행사가 아니라는 걸 <거북목편지>를 통해 거듭 강조하셨어요.

그동안 구독자 반응이 좋았던 건 주로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성격의 편지들이었어요. "거북목 도서전이라는 걸 할 건데 우리 뭐 할까요?" 라고 물었을 때 크고 작은 아이디어가 엄청나게 모였어요. 독자분들은 책을 매개로 무언가를 같이 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고, 이 점은 제가 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땐 잘 몰랐던 부분이에요.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어떻게 인간이 서로 폐 안 끼치고 깔끔하게만 살 수 있냐"는 대사가 나온 적이 있어요. 저는 그걸 '건강한 의존'이라는 말로 바꿔서 자주 떠올려봐요. 그건 상대가 도움이 필요할 때 저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고, 제게 도움이 필요할 때 상대가 도와줄 수 있는 관계인데요. 저는 독자분들과 그런 관계를 맺고 싶어요.

뉴스레터에서 행사와 이벤트를 알리면 체감되는 효과가 있으신가요?

이번에 도서전 관련 독자 참여 이벤트는 모두 <거북목편지>에서 최초로 안내를 드렸어요. 그래서 도서전에서 열리는 오디오북 프로젝트도 뉴스레터로 70명 가까이 모집이 됐고요. 실제로 북토크, 행사, 이벤트 등에 대한 신청자가 늘 인스타그램보다 뉴스레터 쪽이 더 많고, 빠르게 마감이 되는 편이에요. 늘 뉴스레터 구독자분들께 먼저 알려드리고, 혹여나 여석이 있으면 동일한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공지하는 순서로 진행하고 있어요.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시리즈를 다시 읽으며 조금 모순되는 마음을 발견했어요. 1편에서는 광고성 콘텐츠는 독자가 바로 알아채니 책을 홍보하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최근에 출간된 3편에서는 "<거북목편지>를 통해 책이 조명받고 더 팔렸으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쓰셨더라고요. 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일기를 쓴 것도 저고, 그 기록들을 책으로 묶기 위해 편집하는 것도 저이기 때문에 모순되는 그 문장은 뺄 수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그게 실제로 제 마음이라 그냥 책에도 넣었습니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 <거북목편지>는 독자와 우정을 쌓는 통로라는 것 하나만 떠올리려고 해요. 그게 아니라 뉴스레터가 브랜드 매출과 바로 연결될 거라 기대하는 마음이 크면 좀 힘들어지죠.

그럼, 생존을 위한 매출 즉, 책을 당장 살 수 없는 독자들과 나름의 관계를 맺는 방법도 있으실까요?

저는 최근에 독자들이 '책을 사는 사람'과 '안 사는 사람'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 "지금은 제가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사는데 어떻게 응원하면 좋을까요?"라는 학생 분의 답장을 받게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도서관에서 희망 도서를 신청하거나, 이미 도서관에 비치된 책이라면 읽고 온라인에 리뷰를 남겨주시는 게 엄청나게 큰 응원이라고 말씀드려요. 한 브랜드를 응원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당장이 아니어도 언젠가 우리 책과 만날 수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때로 편지를 쓸 때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나요?

편지를 쓰는 사람으로서는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과 투정의 경계를 계속 생각해요. 터틀넥프레스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이나 속내를 전하더라도 모두에게 마냥 이해받을 수는 없는 부분이 있고요. 요즘은 오히려 '오래 사귄 친구의 이야기는 어떻게 해야 계속 재미있게 들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있는데요. 밤새 떠들 수 있는 친구처럼 느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도서전과 팟캐스트의 장소가 된 사이시옷에서
혼자 읽는 편지에서
함께 듣는 팟캐스트로

팟캐스트 '거북목라디오'의 아이디어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거북목편지> 구독자에게 받은 답장을 읽어주는 형식을 택하셨죠. 어떻게 팟캐스트까지 운영하시게 됐나요?

<거북목편지>에는 거의 매호마다 구독자 분들의 답장이 오는 편이고 혼자 보기 아까운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걸 혼자 아이폰으로 녹음해서라도 더 널리 나누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걸 편지에 썼는데, 결국 녹음 스튜디오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과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좋아하시는 분으로부터 우연히 동시에 연락받게 되면서 총 3명이 진행을 하게 됐어요.

예를 들면, 8월 1일에 보낸 <거북목편지>에 대한 구독자의 답장이 8월 15일에 팟캐스트에서 읽히는 식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지금'과 연결된 지점이에요. 그렇다면, 답장이 없는 <거북목편지>를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괴로운 상상인데요. 한두 번 답장이 안 온다고 바로 그만두진 않겠지만 계속 반응이 없다면 쓰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요즘도 SNS보다 답장 페이지 새로고침을 더 자주 해요. 실제로 답장이 큰 원동력이 되어주거든요.

거북목멤버가 보낸 답장을 읽는 중

라디오를 좋아해서 팟캐스트를, 편지 주고받는 걸 좋아해서 뉴스레터를 시작하신 거라고 이해가 되네요.

맞아요, 편지랑 라디오랑 책, 그사이에 서로 맞닿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인스타그램, 뉴스레터, 팟캐스트까지 세 가지의 채널을 굴려보니 각각 유입되는 독자층이 교집합이면서도 서로 다르더라고요. 팟캐스트로 듣다가 책을 사시는 분도 있고, 반대로 뉴스레터에서 책으로, 다시 팟캐스트로 넘어가시는 분도 있어요. 결국 개별 채널은 모두를 위한 채널이 되기 어렵고, 각 자리에 계신 분들께 말을 거는 다양한 방법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브랜드를 시작하기에 앞서 뉴스레터를 보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내가 계속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다들 브랜드는 릴스를 만들어야 한다 해서, 쫓기는 마음으로 언젠가 몇 편의 릴스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도달률이 너무 저조했어요. 개인적으로 영상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도 브랜드 계정에 올릴 릴스는 또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덕분에 '그럼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편지를 써야겠다'라는 마음을 더 굳건히 먹게 됐거든요. 해야 할 게 너무 많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이렇게 소거법으로 좁혀가면 좀 더 쉽더라고요. 결국 브랜드를 운영하는 분들은 본인이 계속해나갈 수 있는 걸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에겐 뉴스레터가 꾸준히 할 수 있고 그걸 좋아하는 분들도 모이는 공간이 된 거고요.

편지에 답장이 돌아오고, 그 답장이 다시 다음 편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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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포토그래퍼 전예슬
인터뷰 | 객원 에디터 서해인
편집 | 스티비 안남영